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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아는 와이프-한지민 밀어내는 지성, 차서방이 던진 나비효과

by 자이미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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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유부남의 로망은 결혼하기 전의 모습일까? 다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그런 로망을 품고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는 와이프>가 가지는 가치는 이런 많은 이들의 헛된 희망에 대한 갈망의 공유일 것이다. 그 알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로망 대리 충족 로맨스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바꿔도 바꿀 수 없는 운명;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되돌리는 방법은 불륜? 후회만 남는 것이 결혼



운명의 장난인가? 삶에 찌든 와이프가 동료가 되어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차주혁은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예뻤던 아내는 이제는 두렵기만 한 존재가 되었다. 아이 둘을 둔 가장에게 작은 취미도 사치가 될 수밖에 없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인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은 미래를 바꿨다. 로망이었던 첫사랑 혜원이 자신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좁고 복잡하기만 했던 집과 달리, 넓고 럭셔리한 집이 낯설게 다가올 뿐이다. 게임기만 즐길 수 있는 전용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없이 행복한 주혁이었다.


멋진 집과 차, 그리고 로망이었던 첫사랑이 배웅해주는 아침. 직업은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JK그룹 회장이 장인인 주혁을 대하는 은행 직원들의 태도는 과거와는 달랐다. 모든 것이 달라진 세상에 행복하기만 하던 주혁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운 우진. 이상하게 꿈에 등장하는 남자가 주운 휴대폰에 존재한다. 뭔지 알 수 없는 기시감을 가지고 살아가던 우진에게 이는 운명이었다. 비록 휴대폰을 직접 전해주지는 못했지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집 근처로 옮긴 은행. 그곳에서 우진은 주혁과 재회했다. 


우진에게는 반가운 우연이었고, 주혁에게는 경악스러운 재회였다. 너무 놀라 가스총을 발사할 정도로 놀란 주혁은 우진을 몰아내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어떻게든 멀어지는 것이 답이라 생각한 주혁은 우진을 타박하며 알아서 나가도록 유도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 속에 갑자기 찾아 든 '아는 와이프' 우진의 존재는 그래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진은 과거의 집에 홀로 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미혼에 열심히 일하는 우진의 당당하다. 그리고 매순간 활기찬 우진의 모습은 운명을 바꾸기 전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삶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매사 긍정적이고 당당한 우진은 모두가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였다. 우진의 모습에 주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았던 삶과 동경했던 삶의 괴리감은 존재하지만 행복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삶은 오래 갈 수는 없다. 과거 7, 80년대 미국 잡지 속 럭셔리해 보이기만 하던 미국인들의 삶을 동경하던 모습과 같았던 주혁의 로망도 현실 앞에서는 무의미한 가치일 뿐이었다. 예쁘고 돈 많은 와이프가 주는 행복감은 이내 현실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좋아서 결혼했지만 그건 로망의 연장이 아닌 현실이다. 혜원은 자신을 떠 받들고 항상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머슴과 같은 남편을 원했다. 그렇게 그녀는 주혁을 남편으로 데리고 살며 성공했다. 첼로로 성공하지 못하고 결혼한 그녀는 대학 강사로 시간을 보낸다. 돈이나 교육에 대한 열망보다는 그럴 듯한 취미 생활 같은 보여줄 뭔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혜원에게 낯선 이가 불쑥 들어왔다. 우산 속으로 뛰어난 한 남자에 흔들린 혜원은 그게 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리고 잘 생긴 남자의 거침없는 행동에 흔들린 혜원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완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던 혜원에게 불륜은 어쩌면 그 시점 한번쯤 가질 수 있는 재미 정도일지도 모른다.


주혁과 혜원이 다퉜다. 평생 그럴 것 같지 않던 주혁이 혜원에게 화를 냈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왔다 아들을 보고 싶어 찾았다. 그런 부모를 보낼 수 없었던 주혁은 집으로 모시지만 그게 문제였다. 갑작스러운 시부모님 방문에 당황한 혜원과 시어머니 모드로 변신한 어머니의 잔소리가 더해지며 분위기는 급랭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차려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요리는 하지 않는 혜원. 그런 그녀에게 시부모님 방문은 낯설고 부담스럽다. 시골 집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혜원은 그저 자신의 삶 속에 주혁만 와 있는 것에 만족했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부부싸움을 하게 된 이들은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는 중이었다.


밀어내려 할 수록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 운명이다. 우연이 연이어 겹치면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런 운명을 알아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린 살아가며 수많은 운명을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하고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실제 운명인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친절하게도 과거의 와이프가 다시 운명처럼 찾아온 주혁. 그 갈등 속에서 밀어내려 할수록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우진이 두렵기까지 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우진은 꿈 속에 주혁과의 관계가 저장되어 있다. 주혁이 바꾼 운명 속에서도 우진은 여전히 그와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혁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꿈이었지만, 현실 속에 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뭔지 모를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부남에 자신과 인연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이 남자와 부부로 살았던 기억이 꿈을 통해 재생되는 현실이 우진에게는 낯설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회식을 마치고 나오다 배당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상황에서 주혁은 우진을 구했다. 우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주혁이 자신을 구해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우진아"를 외친 그의 행동이 꿈 속에서 만났던 감정선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주혁은 우진의 과거 집이 있는 동네에서 멈췄다.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사는 우진의 집 앞을 서성이다 마주한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 혹시 아세요"라는 우진의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주혁. 그런 묘한 긴장감을 깨버린 것은 우진의 어머니가 툭 던진 "차 서방"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기억마저 잃어버린 어머니. 그렇게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함께 사느라 결혼도 포기한 우진. 그런 우진 어머니가 주혁을 보자마자 "차서방"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아는 와이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치매로 기억이 정지된 그녀에게는 주혁이 바꾼 운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흥미로운 전개인 것은 맞다. 지성과 한지민이라는 카드를 내세우고도 실패하면 그건 참 기이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한 없이 가볍지도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소구訴求' 성을 지니고 있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바뀐 삶이 다시 일상을 찾으며 이야기 역시 진부함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은 아쉽다. 이 운명은 결국 불륜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 과거 부부였다고 해도 그건 그저 그럴 듯한 포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세계에 사는 이들의 기억 속에는 주혁과 우진은 부부가 아닌 남이니 말이다.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주혁과 꿈을 통해 기시감을 유지해온 우진에게는 불륜이 아닌 운명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 이들의 행위는 불륜일 수밖에 없다. <아는 와이프>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불륜일 수밖에 없는 과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칫 불륜을 미화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는 와이프>는 필연적 함정에 빠져 있다. 여전히 식상한 기준을 제시하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재벌가 외동딸의 한 없이 멋대로인 성격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편견일 수밖에 없는 그 기준이 만든 캐릭터는 도식화될 수밖에 없다.

남성 위주의 삶이 더 우위에 서 있는 이 드라마 속에서도 주인공 주혁의 삶이 주동적일 뿐 같은 주인공인 우진의 삶이 피동적이다. 주혁에 의해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끌려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물론 현재의 삶 자체를 바꾼 것이 주혁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식상한 시선의 일상화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성과 한지민이라는 절대 카드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역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다. 물론 이런 적당한 선 속에서 로맨스가 펼쳐지는 과정이 재미로 다가올 수는 있다. 하지만 보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 이들에게는 그저 식상한 코드의 남발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진부함이다. 진부함을 익숙함으로 바꾸고 재미로 연결하는 것이 제작진들의 과제가 될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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