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은 무리였다. 왜 그를 선택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 <아스달 연대기>는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540억의 제작비를 들여 9개월 동안 사전 촬영을 한 드라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왕좌의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존에 존재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면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아스달 연대기>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의 부족 국가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다. 남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에게도 존재했을 부족 국가 시절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은 중요하다. 작가라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도전 과제였을 테니 말이다. 모든 것이 상상에서 시작해 현실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스달 연대기>에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신작이다. <선덕여왕>을 시작으로 <뿌리 깊은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로 이어진 이들의 사극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신작이라면 충분히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첫 방송에서 나온 세계관 자체는 흥미로웠다.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 최근작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수밖에 없는 김원석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누구보다 집요하고 철저한 김원석 감독이라면 완성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김원석 감독의 선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첫 방송 첫 장면에서 보여준 강렬함은 극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낯선 이름들과 세계관은 시청자들에게 높은 장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인간족과 파란피를 가진 인간이 아닌 뇌안탈인 간의 전쟁은 첫 회의 핵심이었다.
거대한 대지를 가진 뇌안탈은 밤에도 잘 보고 인간보다 몇 배는 빠르고 강하다. 그들에게 인간들이라는 종은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새녘족을 중심으로 뇌안탈과 협력을 도모했지만, 곡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대지를 내줄 이유를 찾지 못한 뇌안탈은 제안을 거부한다.
뇌안탈에게 유화책보다는 전쟁을 선택한 아스달 부족연맹장 산웅(김의성)과 아들 타곤(장동건)의 계략으로 의외의 성과가 나왔다. 전면전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뇌안탈 족들. 그들의 유일한 약점인 몇몇 짐승과 뇌안탈인에게만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퍼트려 몰살하는 것이었다.
아스달 연맹의 선물을 들고 뇌안탈 족의 축제일에 맞춰 들어간 아사혼(추자현)은 인간들의 사악함을 목격했다. 잔인하게 숨져가는 뇌안탈 족과 이를 시작으로 그들의 숲을 불태운 아스달 부족들은 손쉽게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아사혼은 자신의 부족인 흰산족에게 돌아가지 않고 뇌안탈의 전사 라가즈(유태오)와 함께 피신한다.
인간과 뇌안탈이 낳은 아이들은 이그트라 불린다. 파란 피를 물려받은 혼혈인 은섬(송중기)은 어머니 아사혼과 함께 아스달을 피해 대흑벽 아래 이아르크로 향했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을 찾아 떠난 지 10년 만에 은섬은 이아르크로 향하는 동굴을 발견했다.
어렵게 이아르크에 도착했지만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은섬의 어머니 아사혼은 자신이 꾼 꿈에서 본 경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 은섬과 후에 연인이 되는 와한족 탄야(김지원)이었다. 아사혼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을 이곳으로 이끈 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그곳을 향한 이유는 아사혼의 의지가 아닌 갓 태어난 아이 은섬의 영향이었다. 꿈을 꿀 수 있는 종족은 그 시절에는 뇌안탈 족이 유일했다. 꿈을 꾼다는 의미는 단순히 우리가 아는 꿈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힘이다. 그런 점에서 뇌안탈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뇌안탈인을 학살한 주범인 타곤은 10년이 지나 모든 뇌안탈인을 제거했다며 자축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아르크로 향하라는 명령이었다. 타고난 전사인 타곤은 그렇게 성장해 전장에서 진짜 전사로 거듭났다. 해족 태알하(김옥빈)과는 결혼할 사이지만 그런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아버지를 닮아 정치적인 태알하는 큰 야망을 품고 있다. 새녘족의 후계자인 타곤과 결혼해 아스날 전체를 지배하려는 꿈 말이다. 첫 회 등장한 세계관은 흥미로웠다. 인간과 인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종족의 등장. 파란 피를 가진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몰락과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들은 적나라하게 이어졌다.
순박한 종족은 탐욕스러운 종족에 의해 짓밟힌다. 보다 강력해지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이들의 그 탐욕은 결과적으로 파멸을 이끌 수밖에 없다. 은섬의 아버지인 라가즈가 사냥꾼인 인간들에게 최후를 맞이하며 마지막 꿈을 꾼 이야기를 한다.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 말이다.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내용이다. <왕좌의 게임>과 <아바타>를 뒤섞은 듯한 세계관에 아메리칸 인디안과 거대한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학살한 백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다양한 이야기와 세계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니 말이다.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이야기의 재미일 수밖에 없다.
첫 회 성장한 타곤으로 등장한 장동건과 태알하 김옥빈의 장면은 우려를 낳았다. 첫 방송 전 가졌던 불안함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아니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왜 이 둘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스달 연대기>에서 김원석 감독의 배우 선택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희망은 송중기 김지원의 조합과 다양한 배우들의 열연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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