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내에서도 익숙하게 다가오는 프로파일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 1호 프로파일러를 다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흥미롭게 시작되었다. 한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쓴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는 김남길을 통해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1975년 어린이날 어린 하영은 엄마와 함께 놀이공원에서 오리배를 타고 있었다. 어린이날로 인해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 오리배를 타던 하영은 장난끼 가득한 학생들이 몰던 오리배와 충돌하며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손에 꼭 쥐고 있었던 풍선을 놓치며 잡으려던 어린 하영은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물밑으로 가라앉던 하영은 빨간 옷을 입은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사망한 여인의 모습을 보고 놀랄 법도 한데 어린 하영은 놀라기보다는 그 여인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누군가의 손길로 구해졌지만 그 여인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옮겨질 수 있었다. 옮겨지는 여인의 발이 그대로 드러나 있자 어린 하영은 발을 덮어주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틈에 여인을 죽인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보는 하영의 삶은 그렇게 형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1998년 동부 경찰서는 잠복수사를 하고 있었다. 통칭 빨간 모자 사건으로 불리며 수십 명의 여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여자로 변장하기까지 했다.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 추운 겨울 히터도 틀 수 없는 차 안에서 대기하는 것은 지옥 같은 일이다.
새벽 3시가 넘어서며 철수를 했지만 홀로 잠복에 나선 하영(김남길)은 골목 안에서 빨간 모자를 쓴 자가 담을 넘으려는 모습을 보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쫓기던 범인은 체포되지 않기 위해 저항했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칼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형사가 그 정도에 물러설 존재는 아니다.
드디어 빨간 모자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모방범이었다. 다수의 성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실제 빨간 모자가 범행을 저지른 시간에 대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다가왔다. 병원에서 임신 소식을 들은 화연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문에는 여전히 빨간 모자 이야기가 도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연이 누군가 두고 간 신문을 챙긴 것은 내리는 비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문을 우산 삼아 집으로 향하는 화연 뒤를 따르는 빨간 모자는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다급하게 집에 도착한 화연을 맞이하는 것은 엄마였다.
딸 집에 김치를 가져다주려고 들린 엄마를 보고 같이 자자고 이야기하지만,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엄마 주머니에 택시 타고 가라며 돈을 주는 것이 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택시보다는 버스를 선택했다. 그만큼 어려운 가정에서 교통비도 아껴야 했으니 말이다.
샤워까지 하고 엄마가 챙겨준 김치를 맛본 화연은 라면을 끓여먹고 싶었다. 그렇게 물을 올리고 있는 순간 남자의 습격을 받았다. 빨간 모자라 생각되었지만 남자 친구인 기훈이었다. 비가 와서 일부러 들린 기훈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하다 포장마차 이야기가 나오며 둘은 다퉜다.
불안 때문인지 자고 가라는 화연의 부탁에 포장마차 때문에 가야 한다는 기훈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그건 결정적인 증거가 되고 말았다. 화연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엄마에게 발견되어 신고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딸이 걱정되어 집을 찾은 엄마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현장에서 찾은 지문은 남자 친구인 방기훈의 것이었고, 벽을 주먹으로 쳐서 남겨진 혈흔이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폭력 전과자이기도 한 방기훈의 알리바이까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범인으로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과연 그가 진범인가 하는 의문이 하영에게는 들었다.
감식계장인 국영수(진선규)는 기수대장인 허길표(김원해)에게 한국에도 과학수사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었다. 윗선에서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국영수는 얼마 가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해하는 범죄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프로파일러가 절실하다 주장했다.
기동수사대 백준식 과장(이대연)에게도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폭행해 자백을 받던 시절 이 주장이 쉽게 이해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국내에도 프로파일러가 절실함을 깨달은 영수는 하영이 적임자라 확신하고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거는 존재하지만 그 증거가 정말 범인이라 확신할 수 있게 하느냐란 의문에 하영은 현장 조사와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취조실에서는 동부경찰서 강력반 박대웅 반장(정만식)이 용의자인 방기훈을 범인으로 확정하고 폭행으로 진술을 얻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영수에게 부탁해 사건 현장을 다시 둘러보던 화영은 놓친 부분을 찾았다. 영수는 범인이 이미 들어와 숨어 있었다면 침대 밑이나 옷장 같은 곳일 수 있다며 찾다 결정적 증거인 지문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 일로 인해 동부서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박 반장이 사건을 맡아 진술까지 받은 사건에 하영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노했다. 하지만 그런 박 반장에 주눅 들 하영은 아니다. 하영은 사건이 발생한 집의 초인종 옆에 적힌 숫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도둑이 들었다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공통적으로 적혀있는 숫자들을 발견했다.
이 숫자가 분명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찾아다니는 집의 가족 구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여인, 3=어린아이, 1=성인 남성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여성이 있는 집만 찾아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음을 알게 된 하영은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보고 확신했다.
범인은 배달부일 수 있다는 확신 말이다. 의뢰했던 지문검색에서 얻은 게 없다. 지문은 존재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존재의 것이다. 지갑이 사라지고, 사망한 여인은 옷이 벗겨져있다. 연인인 방기훈이 벌인 범죄라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다.
그럼에도 폭력으로 만든 결과물은 방기훈을 연인 살해범으로 확정해버렸다. 의문만 가득했지만 일개 형사가 이를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난 1999년 8월 늦게까지 중국집 배달을 마친 남자가 그곳을 나서며 빨간 모자를 쓴다.
중국집 주인은 이런 아이가 없다며 칭찬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으슥한 골목에서 자신을 숨긴 채 대상을 추적하던 그는 그렇게 다시 살인을 시작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들어간 이는 결국 국내에도 프로파일러가 존재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실제 사건들과 인물을 배경 삼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익숙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다. 묵직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올드한 느낌의 연출이 종종 보인다는 점은 아쉬웠다.
기술적인 아쉬움들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드라마 자체가 주는 재미는 충분하다. 국내에서 프로파일러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자체가 주는 매력이 크니 말이다. 여기의 희대의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범인의 시각이나 사건 자체보다 이를 풀어가는 프로파일러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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