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을 중심으로 엄태웅, 지현우, 박해준, 이문식, 박효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장르 드라마인 <원티드>는 왜 재미가 없을까? 납치범이 잔인한 살인까지 벌이기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점점 무뎌지고 재미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시그널과 비교되는 원티드의 한계;
겉도는 연기자들, 자연스럽지 못한 강요만 존재하는 긴장감이 아쉽다
두 번째 미션도 수행해냈다. 마지막 열 번째 미션도 수행해 낼 것이다. 그리고 범인도 잡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아이의 생명도 지켜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세상에 볼만한 드라마는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장르 드라마 <원티드>는 그만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와 아들을 범인은 구해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며 소기의 성과도 이뤘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범인이 그런 희생자들을 선택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에게는 적극적인 협조자들이 존재하고, 어떤 사명감에 휩싸인 그들은 그렇게 사회적 파장을 확장해가고 있었다.
혜인에게 범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혼자 보라는 메시지에 숨죽인 채 메일을 열어 본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있었던 범인 중 하나인 이지은은 두 번째 미션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사진 속 이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라는 제안이었다.
영상 메시지는 즉시 '원티드'팀이 모두 함께 점검을 한다. 이렇게 확장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왜 혜인 혼자 미션을 보라고 요구했는지 알 수가 없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제작진들과 달리, 혜인 혼자 사건을 파 해쳐야만 하는 미션도 아닌 통상적인 요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진 속 아동 소아과 의사 하동민은 유명한 존재다.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한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라고 알려져 있다. 혜인의 아들을 7년 동안 돌봐준 주치의이기도 하다. 여기에 혜인과 아들의 비밀도 알고 있는 하 의사가 살인자임을 밝혀내라는 요구는 당혹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주어진 몇 시간 안에 하동민이 어떤 인물인지를 명확하게 밝혀낸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해왔던 범행이 그렇게 쉽게 들통이 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첫 번째 미션의 폭력 가해자인 남자는 영상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형사 승인에게 순순히 체포되는 이지은은 어떤 두려움도 없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존재처럼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던 지은은 혜인이 무릎을 꿇고 제발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는 말에 귓속말로 한 장소를 이야기해준다.
혜인과 승인이 향한 그곳에는 도망치는 범인과 방 안 여행 가방이 존재할 뿐이었다. 승인은 범인을 추격해 체포하고 방안에 있던 가방을 살피던 혜인은 그 안에서 여성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시체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방송은 할 수밖에 없다.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피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핵심인 하동민을 스튜디오에 불러내 직접 자신이 살인자임을 밝히게 하는 것이었다. 손쉽게 여러 패를 쥔 혜인은 하동민을 협박했고,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다. 영리하게도 15년 전 치료 과정에서 숨진 아이와 관련해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생방송 중 고백을 한 하동민은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동민만 몰랐던 진실은 더 있었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간호사 김상미가 스튜디오에 등장하며 그의 여죄는 모두 드러나게 되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을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이 희대의 살인마는 그렇게 더는 도망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동폭력에 이어 병든 아이를 임상실험 대상을 삼은 의사까지 납치범이 요구하는 미션을 완수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사건을 정리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만큼 긴장감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원티드'라는 방송을 통해 아이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단죄하겠다는 의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시그널>도 비슷한 형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언급해갔다. <시그널>은 성공했지만 <원티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범인이 모든 것을 마련해주고 방송을 만드는 자들이 마무리를 하는 과정은 이제 두 번의 이야기를 품었지만 벌써부터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반복적인 방식은 식상함으로 다가오기 쉽다. <시그널>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사건들을 정리해갔지만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 역시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티드> 역시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모정과 범인의 잔인한 요구 속에 담겨져 있는 사회적 메시지 등, 나무랄 것이 없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어색한 이야기는 그 주제의식마저 제대로 품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아쉽다. 촘촘하게 엮인 이야기 구성이 <시그널>에서는 큰 힘으로 발현되었지만 <원티드>에는 그게 부족하다.
장르물이라는 형식만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철저하게 시청자와 두뇌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그게 바로 <원티드>의 문제다. 회를 거듭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이야기로서는 장르물이 던지는 재미를 발견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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