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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Entertainment 연예

중소돌 신화 피프티 피프티 몰락, 잔혹동화엔 200억 걸린 탐욕과 배신만 있었다

by 자이미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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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돌 신화로 불리며 일약 신데렐라처럼 떠올랐던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신화는 아름다운 동화와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다시 가수로 최소한 국내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원히트 원더로서 기억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입성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1위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선배들의 기록을 깨고 여전히 차트인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많은 이들은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중소돌 신화였던 피프티 피프티의 자멸

거대 아이돌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중소 기획사에서 내놓은 걸그룹이 이렇게 빠르게 성공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작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제작하는 가수와 노래에 성공할 것이라 다짐하지만, 그건 소수에게나 해당되는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공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였던 피프티 피프티는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난 23일입니다. 소속사인 어트랙트가 멤버 한 명의 건강 악화로 인한 수술 치료를 공지하며 활동 중단을 예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트랙트는 "해당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세력이 확인됐다"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충격적인 내용에 대중들이 술렁이자, 다음날 어트랙트는 미국 활동을 돕던 워너뮤직코리아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주체가 누군지도 밝혔습니다.

 

여기에 외부세력 역시 더기버스라는 사실도 밝혔죠. 피프티 피프티를 만들고 세상에 내놓은 과정에서 더기버스는 드라마 외주제작처럼 참여했었습니다. 원래 기획사에 이런 팀들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아이돌을 준비시키고 데뷔시키지만, 작은 기획사의 경우 여건상 이 모든 것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기획력과 아이돌 준비에 능한 이들과 손잡고 일을 하기도 합니다.

 

외주를 통해 자금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외주제작사 역시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들만 할 수 있다는 점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성공 후에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수가 없습니다. 어트랙트가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워너뮤직코리아는 즉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기버스는 해외 작곡가로부터 음원 'Cupid'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트랙트에게 저작권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본인 및 본인의 회사가 저작권을 몰래 사는 행위를 했다"

 

워너뮤직코리아에게는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주장한 사실에 대한 실체 확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더기버스 대표인 안성일 작곡가 등 3명에게는 업무 상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기버스 측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피프티 피프티와 더기버스

"멤버들은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 했던 모습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여러 사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고자 한다"

 

피프티 피프티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유) 바른은 28일 공식입장을 통해 "4인의 멤버들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지난 6월 19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어트랙트가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법정 다툼 과정에서 여론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상 피프티 피프티의 주장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동조 여론을 형성하기 위함으로 여겨졌습니다.

 

주체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은 외부세력의 부추김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조처로 보입니다. 6월 초에 이미 전속계약 취소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어트랙트가 여론전을 했다면 그 진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멤버들은 부모님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에 법률대리인의 조력을 받고 있다고 바른 측은 주장했습니다.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계약서를 보지 않은 이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주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정산이라는 점에서 돈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데뷔해 올해 틱톡 챌린지 덕분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무대 활동을 활발하게 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해외에 나가 프로모션을 하면서 인기를 더욱 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활동이 없었습니다. 

 

한 멤버가 수술을 해야만 할 정도로 상태가 어려워 부득이 활동을 할 수 없었다면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듯, 이들에게는 두 번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이 기회를 살려야 했지만 후속 활동은 언론 인터뷰 외에는 없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더기버스

영화 '바비'의 OST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무의미함으로 다가옵니다. 워너에서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미국 프로모션을 한 인연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노래를 불렀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OST에도 참여할 수 있었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워너로 가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빌보드 핫 100에 장기간 이름을 올리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음원 수익금 외에 이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11월에 데뷔해 올해 들어서 갑자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 수익금은 좀 더 시간을 들여 받으면 그만인 상황으로 보입니다.

 

스트리밍 수익금이 하루하루 계산되어 소속사 계좌에 입금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 해외의 경우 국내 저작권 협회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를 제대로 정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불투명한 정산을 언급하며 공격한 것은 의도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 윤OO 전무 : "제가 확인할 게 하나 있어서"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 "네, 네."

윤OO : "제가 안성일 대표한테는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걸로 저희가 200억 제안을 드린 게 있어요."

전홍준 : "전 못 들어봤습니다."

윤OO : "못 들어보셨다구요?"

전홍준 : "네."

전홍준 : "바이아웃이라는 게 뭐에요?"

윤OO : "아니 그 레이블."

전홍준 : "레이블을 뭐 어떤거를요?"

윤OO : "그러니까 저희가 다..보통 표현으로 하면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식으로 말씀을 드린 거."

전홍준 : "아니, 아니요."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상황에 3일 어트랙트 측에서는 결정적인 증거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자신들이 주장한 외부세력이 개입해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녹취록이었습니다. 이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어트랙트의 주장이 모두 맞았습니다.

데뷔 7개월 차 신인그룹의 성공과 몰락

워너뮤직코리아 윤 상무가 전홍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200억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바이아웃 금액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정작 전 대표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음이 녹취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피프티 피프티 전부를 인수하기 위해 200억을 워너뮤직코리아 측은 더기버스에 제안해 진행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윤 상무는 직접 더기버스 안 대표에게 200억 바이아웃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확인할 것이 있다는 발언은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금액을 넘기기 전에 전 대표에게 몇 가지 사안을 확인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인 어트랙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워너뮤직코리아가 미국 활동을 돕던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하에 200억을 어트랙트 전 대표가 아니라, 더기버스 안 대표에게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통화 녹취록을 통해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더기버스가 이번 사태와 아무런 상관없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피지컬 앨범 발매를 위한 자금이 모자라 시계와 차까지 팔았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앞서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앨범 발매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제대로 적용되는 대중문화산업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데뷔한 지 7개월도 안 된 그룹이 정산이 투명하지 못하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고 로펌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는 어트랙트의 주장처럼 외부세력이 개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딘가 분명하게 갈 곳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니 말이죠. 상도덕이 무너지고 온갖 협작질이 가능해진 상황이 되었다고 보이는 대목입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빠르게 갈랐습니다. 이미 가른 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도 있었던 중소돌의 신화는 지독한 저주만 남게 되었습니다. 향후 유사한 일들이 대중문화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일장춘몽이 되어버린 잔혹동화

피프티 피프티가 승소를 한다고 해도 그들은 국내에서 가수로서 활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워너뮤직코리아가 직접 거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외부세력이 된 더기버스 역시 향후 이 시장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모두가 불행한 결말이 되어버린 중소돌 신데렐라는 잔혹 동화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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