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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지붕 뚫고 하이킥, 완성도 떨어트린 3대 실패 캐릭터

by 자이미 2010.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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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존재감으로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시트콤의 부활을 이끌었던 김병욱 PD의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인기는 메가톤급이었습니다. 그런 <지붕킥>이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 역풍을 맞았습니다.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시대를 담아낼 수 있는 캐릭터를 놓친 것이었습니다.

사회를 품은 중요 캐릭터들에 대한 실패

1. 줄리엔을 통해 본 외국인의 생활은 없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에 줄리엔의 등장은 점점 늘어나는 국내 외국인들의 삶을 다룰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는 등장과 함께 주인공인 세경 자매를 돕는 키다리 아저씨로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그렇게 너무 멋진 외국인 줄리엔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의 역할은 보조자에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역할도 어느 순간 세경이 좋아하는 지훈에게 넘겨지고 그는 그저 한때 자신의 호의도 세경을 좋아했기에 했던 추억담으로 남긴 채 그저 투명인간 같은 외국인으로 남겨져 버렸습니다. 가끔씩 추임새를 넣어 주는 역할로 한정되어진 줄리엔에게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낯선 그들만이 자리 잡고 말았습니다.

중요할 수도 있었던 줄리엔 활용은 한정적이었습니다. 현경이 근무하는 학교의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며 외모에 반한 아이들의 팬덤과 순재네 회사의 통역을 해주는 한정된 역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200만 시대의 대변인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외국인이라는 고착된 이미지만 활용하는데 그쳤습니다. 

정작 중요한 대한민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비애나 아픔, 행복들은 거세된 채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삶을 그를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다루었던 에피소드들이 등장했다면 <지붕킥>은 좀 더 알찬 시트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한옥 집에서 한국인들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것만으로 200만 외국인 시대에 공감을 이끌어 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주변 여성들이 남성성에 반하는 상품으로서의 외국인만 있었습니다.  

2. 광수의 20대 청년 백수의 삶은 절망

세대에 따라 <지붕킥>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캐릭터들이 있었을 듯합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힌 세경과 정음, 지훈과 시윤을 제외하고 인나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하게 거론 될 수도 있을 광수의 비애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광수라는 인물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주도적인 역할이나 스타로 발 돋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수가 맡은 역할이 아쉬운 건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비애가 온전히 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를 통해 20대 청년들의 꿈과 현실적 대안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아쉬움만 남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오랜 시간 매진하는 그는 백수입니다. 그에게 구직 활동은 가수가 되는 길입니다. 그만큼 일반적인 꿈이 아니기에 취직을 하거나 하는 일로 그를 표현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20대의 평범한 삶을 표현해낼 수 있는 인물은 정음이 밖에는 없었지요.

그를 통해 학벌을 상징하는 서운대와 구직활동의 한계 등이 지엽적으로 다뤄지기는 했지만 <지붕킥> 초반을 이끌었던 떡 실신과 굴욕 장면들은 그를 마지막까지 한정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그녀가 극중 최고의 킹카인 지훈의 연인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무한 안티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세경에게 20대의 꿈을 투영시켜 세대를 이야기할 수도 없었기에 그런 모든 것들을 짊어져야 하는 캐릭터는 광수와 인나가 전부였습니다. 그런 전체적인 편성에서 20대 백수의 도전기는 주인공들의 사랑놀이에 밀려 변변하게 다뤄지지 못한 채 마무리 단계에서 인나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 두기는 했지만 광수는 근천 한 인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자립심 제로와 능력도 턱없이 부족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갈 의지도 없어 여자 친구의 매니저로 일하는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선택합니다. 전문적인 매니저일이 아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가는 여자 친구 옆에서 그녀를 감시하는 캐릭터로 변한 광수에게서 동정이나 가능성도 엿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실패한 의지박약에 능력도 없는 슬픈 20대의 절망기만 목격하게 만드는 제작진들은 광수를 방관자로 방치함으로서 무엇을 얻어냈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인과응보'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요. 극중에서 보여 진 광수나 인나의 모습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집요함을 볼 수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남은 청년 정음의 꿈은 여전히 발아 단계에서 머문 채 가능성만 열어 두고 마무리되어질 <지붕킥>에는 외국인에 이어 20대 청년들의 삶도 벽지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3. 보석의 40대 아빠는 철없는 민폐남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가졌던 인물은 정보석 이었습니다. 김병욱표 시트콤을 상징하는 박영규를 이을 최강의 캐릭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석은 중반까지 민폐 형 캐릭터이지만, 자신의 억압을 풀어내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부족한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점점 희화화되면서 더 이상 회생 불능의 캐릭터로 고착화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부사장으로서 업무 파악이나 추진력이 턱없이 부족한 그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그런 상태에서 낮술에 취해 비서 엉덩이를 만지는 파렴치한 일까지 저지릅니다. 술기운에 부인으로 착각해 순간적인 실수는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을 속인 채 억울함만 호소하던 그에게서 동정심을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타인들에게 눈치만 보는 야속한 인물이지만 순수하고 바보 같아 민폐를 끼쳐도 응원해 줄 수 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보석은 이 에피소드 하나로 구원 받을 수 없는 속물이자 민폐덩어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동안 그를 감쌌던 모든 의미들은 사라져 버리고 그는 자신만 생각한 채 타인들은 안중에도 없는 극도의 이기적인 인물로 남겨져 버렸습니다. 

장인의 집에 얹혀사는 능력도 없는 그는 사회적인 동물도 아니고 가정적인 인물도 아닙니다.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수다 떠는 것과 운동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 쓸모가 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자신에 대한 눈치는 있지만 타인에 대한 눈치는 없어 삐치기는 해도 타인을 어루만지는 능력은 없습니다. 

그렇게 순재와 현경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도 없는 보석은 부인 잘 만나 겨우 살아가는 룸펜의 또 다른 전형일 뿐입니다. 그런 보석을 구체화하고 고착화한 것은 제작진들입니다. 중도를 모르고 적정선도 구분할 줄 모르는 제자리걸음에만 몰두하는 보석에게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발견하라는 것은 고문과도 같은 일입니다. 

분명 보석 같은 인물도 있는 게 사실이겠지만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갈 때 까지 가버린 보석은 아니었겠지요. 못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된 인물이지만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도 아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쉽지 않겠지만 자립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발전적인 40대를 갈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 진 보석의 모습에서 발전적인 결말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것이 꿈 이였다고 한다면 모를까 우리 시대 중요한 중추인 40대 가장은 그 어디에서도 속할 수 없는 존재로만 전락한 채 답답함만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지붕킥>은 산에서 살던 세경 자매가 도시로 나와 순재네 집으로 들어가 모래알 같은 가족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주목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의 정들이 조금씩 형성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의 모습들을 갖춰나가는 모습들은 정겹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투영하던 앞선 캐릭터들을 비춰봤을 때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한정된 주인공들의 사랑놀이에만 집중됨으로서 주변인으로 전락한 세대별 캐릭터의 상징성은 빛도 발하지 못한 채 사장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지붕킥>에 남겨진 것은 지정, 준세로 일컬어지는 커플들 외에는 기억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몇몇 에피소드와 유행어에 그치고 마는 전형적인 '용두사미'로 향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제 13회 정도 남은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나 획기적인 마무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미 마무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완결된 캐릭터들의 발전보다는 주연급 캐릭터들과 순재네 가족들에게 할애된 시간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중추이면서 소외된 사람들은 <지붕킥>에서도 선남선녀들의 사랑놀이에 밀려 존재감마저 각인시키지 못하고 마무리되어가는 것이 가장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매일 <지붕킥>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들이 교차하며 얼마 남지 않은 종영만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지붕킥>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바라봤던 이들 세 캐릭터들의 실패는 아쉬움으로만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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