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그래서 더는 착하지 않아야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명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촌철살인 대사 속에 웃픈 상황을 그럴 듯하게 풀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최강의 배우들의 연기 한 판은 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이 품고 있는 현실 이야기;
이 기괴한 이야기가 품고 있는 진실은 바로 우리에게 던지는 힐링이다
순옥의 인생을 뒤틀어버린 여자 장모란. 그녀가 다시 세상에 나왔습니다. 아니 우연처럼 집나간 딸 현숙은 장모란이 건넨 거액의 돈과 함께였습니다. 시한부인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장모란을 보기 위해 강릉까지 함께 한 순옥은 그녀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참지 못하고 걷어차고 맙니다.
수십 년을 참고 있었던 순옥은 이 한 방으로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순옥과 현숙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기절을 해버린 모란은 병원으로 급하게 실려 가게 됩니다. 병원에서 담당의사의 이야기는 순옥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암이기는 하지만 초기에 잡아 완치가 되었지만 정작 환자가 살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순옥을 서울에 사는 언니라고 지칭하고, 그 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을 한 번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의사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담게 합니다. 남편의 여자였고, 그 여자로 인해 자신을 외롭고 슬프게 했던 그녀와 함께 동거를 결정한 순옥은 그런 여자였습니다.
인문학 위기 시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보려 했던 정마리는 짜장면 파티 하나로 모든 꿈을 잃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잘린 마리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는 세 명의 남자가 존재합니다. 검도 사범인 이루오와 방송사 피디 이두진, 그리고 마리의 엄마인 현숙이 구해준 고교생 국영수가 바로 그들입니다. 서로 다른 세 남자가 마리에게 느끼는 감정은 모두 동일한 사랑이었습니다.
마리의 몰락을 우연찮게 모두 지켜본 남자 루오와 그녀를 몰락으로 의도하지 않게 이끌었던 남자 두진, 죽고 싶은 자신을 살려준 엄마의 딸. 서로 다른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마리이지만 그들에게는 모두 그 마리가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침없이 나가던 큰 딸 현정의 삶도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탄탄대로를 걸었던 그녀 역시 세월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의해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해야만 했습니다. 항상 최고일 것이라 자신했던 그녀이지만 추락은 거침없이 이어지기만 했습니다.
뭐 하나 잘되는 일 없는 이 집안에 새로운 식구가 한 명 더 늘었습니다. 순옥의 남편을 빼앗아간 아니 남편이 가족을 버리게 만든 여자 장모란이 바로 그녀입니다. 삶의 의지가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이끈 순옥으로 인해 그들의 기괴한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순옥의 제안에 "현숙에게 줬던 돈을 받지 않으면 못갑니다"는 말에 그녀는 "꼴값을 하십니다"라는 말로 정리해버립니다. 이런 촌철살인 같은 대사들은 첫 회부터 시작되었고, 3회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란을 집에 들인 후 며칠 후 남편의 기일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우리 영감... 아니 내 영감"이라고 말을 정정하는 순옥의 말은 작가의 섬세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현숙의 남편이자 마리의 아빠인 정구민이 여행 후 집으로 인사차 들리자 순옥이 반갑게 맞으며 모란을 "장인어른 세컨드"라고 웃으며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웃플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순옥의 공격에 사위인 구민만이 아니라 모란까지 바르르 입술을 떨어야 했던 그 순간은 그녀가 순옥의 집에서 감당해야만 할 운명과도 같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순옥은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묵혀왔던 감정의 골을 쉽게 씻어낼 정도로 단순한 인물도 아닙니다. 자신을 친언니로 생각하는 모란이 측은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여자로서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간 그녀가 밉기도 한 그저 평범한 우리네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인물일 뿐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중요한 과거사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장모란과 이제는 고인이 된 순옥의 남편인 김철희 사이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진실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란의 집에 철희와 관련된 그 어떤 물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순옥은 더욱 절망했지만, 어쩌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 속에 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차에서 밖으로 떨어진 남자. 그리고 그런 상황을 목격 혹은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젊은 시절의 모란. 과거의 진실을 숨긴 채 모란이 품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극대화시켜 줍니다. 그 과거의 진실은 순옥 가족과 모란이 화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장 중요하게 극을 이끌고 있는 현숙의 과거사는 더욱 파란만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일한 악역인 나현애로 이름을 개명한 나말년과의 악연입니다. 왜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현숙을 그토록 저주하고 미워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의문의 남자인 체육교사 한충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국내 최대 출판그룹의 오너인 이문학의 존재감 역시 점점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문학과 말련 사이의 앙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관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흥미롭지만, 순옥의 첫째 딸인 현정과의 로맨틱한 관계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기대됩니다. 순옥의 수제자라고 자신을 부르는 박총무 은실 역시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싹싹하고 일 잘하는 박총무이지만 그녀가 어떤 존재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현숙의 남편인 구민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녀가 이혼을 결심하고 있고, 구민이 결혼을 할 것이라는 말에 광분을 하는 이유는 그것으로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듯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과거에 숨겨진 진실들이 촘촘하게 얽혀 이어지고 있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분명 흥미롭고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톡톡 튀는 이야기의 힘은 결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도록 이끌었고, 연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김혜자를 시작으로 채시라와 장미희, 도지원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사실도 매력적입니다.
이하나의 표정 연기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마리 역할로서 특별함을 더하고 있고, 서이숙의 악역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박혁권의 색다른 캐릭터와 이미도, 손창민, 김지석, 송재림, 김혜은에 이어 아직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대되는 최정우 등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연기 고수로서의 모습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그 속에 우리네 삶을 녹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역설적으로 너무 착한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들이 이 거친 세상과 맞서 얼마나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변모해갈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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