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치즈인더트랩>이 16화로 종영되었다. 마지막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원작자부터 시작된 분노 퍼레이드는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시청자들까지 성토의 장으로 이끌었다. 논란 전에 완성되었다는 마지막 2회는 우려가 현실임을 확인해주는 역할 밖에 못했다.
tvN 드라마의 오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이윤정 피디 출구마저 만들지 못하고 자멸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종결이 되지 않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갈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치인트>는 아쉽다. 원작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기본적인 틀만 가져와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지에 대한 선택이 중요했지만, 이런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전략의 실패였다.
초반 흐름은 '로맨스릴러'라는 명칭에 맞게 흥미롭고 기묘한 상황들을 만들며 흘러갔다. 하지만 피디가 홍설을 중심에 둔 삼각관계에 스스로 빠지며 균형 잡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삼각관계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삼기만 했으면 되었을 텐데 너무 나아가 백인호라는 캐릭터에 너무 심취한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유정과 홍설, 그리고 백인호 백인하 남매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단순한 캠퍼스 로맨스로 그치지 않고 많은 것들을 담으려 노력했던 이 피디는 과한 욕심이 모든 것을 놓치고 만듯하다. 과함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셈이다. 16번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는 결국 피디의 역량이다.
원작을 봤고 이를 분석하고 해체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국 연출을 하는 이윤정 피디의 몫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갈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한 선택은 결국 최종적으로 이윤정 피디다. 사전 준비부터 현장 지휘와 편집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tvN에세 <치인트>는 무척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들이 개척한 금토 드라마는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11시대에 편성한 월화 드라마는 아직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 tvN 10주년을 맞아 공격적인 편성을 통해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려는 그들로서는 <치인트>는 회심의 일격이었다.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해진을 가장 먼저 섭외하고 이후 제작진들을 구성한 것에서부터 그들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아시아권을 보고 시작한 <치인트>는 그렇게 화려한 시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던 박해진을 놓치고 말았다.
박해진을 위한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박해진을 배척한 드라마가 되어서도 안 된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박해진의 상품성이다. 박해진의 존재감으로 인해 중국 측은 케이블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가격을 주고 선구매했다.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박해진이라는 한류 스타를 보고 <치인트>에 관심을 가진 것 역시 사실이다.
선구매의 의미는 박해진의 역할이 수입한 곳에서 만족스러운 분량으로 충족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치인트>는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중국 측에서 문제재기를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후 어떤 상황이 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작가의 역량과 감독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인 드라마에서 합의된 내용을 어기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윤정 피디가 좀 더 영민하게 만들었다면 이런 우려 없이 박해진과 서강준을 모두 최고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반과 달리 중반으로 넘어가며 너무 삼각관계에 집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서강준이 연기한 백인호에 대한 비중이 너무 높아지며 균형감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 회에서도 외국으로 떠난 유정의 존재감은 그저 이메일과 인파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낯선 남자로 정의될 뿐이었다.
<치인트>는 마지막 2회가 방송되기 전부터 우려했던 것처럼 백인호의 인생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준 듯 흘러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나와 홍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백인호. 그런 백인호를 너무나 사랑하는 홍설의 가족들. 연주회에 나가 멋진 연주를 하고 대학에도 입학한 백인호는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 알바를 하면서 조금은 변한 인하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개연성을 상실한 채 그저 마무리에 급급한 <치인트>는 그렇고 그런 한심한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며 엇갈리는 유정과 홍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보는 홍설의 모습으로 마무리가 된 이야기 역시 민망하다. 너무 익숙한 과거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읽어보지 않던 홍설의 이메일을 읽은 유정. 그리고 내레이션처럼 깔리는 "설아"라는 외침과 둘이 행복하게 웃음 지으며 만나는 모습을 인용하는 장면에서 열린 결말을 주장할지 모르지만 무책임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청춘들의 고뇌와 힘든 현실을 반영했다는 스페셜 방송의 안내가 무색할 정도로 <치인트>에 고달픈 청춘은 없었다.
고달픈 청춘을 코스프레한 인물들만 존재할 뿐 그저 드라마가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청춘들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 청춘들을 정조준 한 이야기를 품어내지도 못했고, 그저 달달하고 즐거운 캠퍼스 로맨스로도 만들어내지 못한 어정쩡함이 <치인트>의 한계였다.
<치인트> 종영이 남긴 것은 웹툰 원작의 성공률은 여전히 낮다는 확신이다. 여기에 이윤정 피디는 한동안 연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유탄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드라마의 책임은 어쩔 수 없이 이 피디의 몫이다. 비난의 강도가 너무 높다는 이견들도 있지만 이 역시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일 수밖에 없다.
박해진은 분량을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와 달리 서강준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각인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피디와 함께 수많은 안티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억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픈 청춘들의 성장기라고 하기 에도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3년 후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소수의 인물들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향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청춘들을 대변하지도 못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마저 놓친 <치인트>는 분명 실패작이다. 해외 수출과 관련해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는 없지만 이후 선구매와 관련해 많은 기준들이 새롭게 갖춰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구축하려던 tvN으로서도 의도하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겨질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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