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만들어가는 세계관인 <킹덤>의 번외이자, 시작점인 <킹덤:아신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시리즈가 아닌 영화처럼 한 편으로 정리된 이 작품은 <킹덤 시즌3>가 전지현과 반 전지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왜란 이후 북방에서 여진족들이 움직이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작은 다툼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상황이었다. 폐사군에는 조선에 귀화한 여진족이 모여사는 '번호부락'이라는 곳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처참할 정도다.
가장 미천한 일을 하며 살던 그들에게도 꿈은 있었다. 선조들은 조선에 귀화하며 땅을 부여받고, 세금도 내지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조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100년 동안 그곳을 막은 이유는 단순히 산삼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니다. '번호부락'에서 백정으로 살아가는 타합은 은밀하게 여진족의 동태를 살피는 밀정이기도 했다. 부모는 여진족이었지만, 조선에 정착하며 살아왔던 타합은 다시 부모세대처럼 자신들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민치록의 밀정이 되었다.
타합의 딸인 어린 아신은 누구도 갈 수 없는 폐사군으로 들어갔다. 아신이 그곳을 찾은 이유는 아픈 어머니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산삼을 먹으면 죽은 사람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을 휘젓고 다니던 아신은 벽화 하나를 봤다.
그림으로 그려진 그것은 전설과 같은 것이었다. 사슴이 우연히 먹은 산사초는 사실은 죽은 이를 살리는 신기한 것이다. 이를 먹은 사슴은 죽어다 살아나며 호랑이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덤비는 모습을 보였다. 자칫 호랑이가 사슴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말이다.
사슴을 사냥한 호랑이는 그렇게 죽었지만 살아있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아신이 누구도 가지 말라는 산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안 타합은 걱정이 되었다.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어린 딸은 기특하지만, 위험한 곳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폐사군에 여진족 십여명이 사망한 채 버려진 것은 민치록은 발견했다. 사체의 손안에 있는 단추를 통해 이 짓을 벌인 게 누구인지 쉽게 알아냈다. 혜원 조 씨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시대에 영의정이 조학주의 아들 조범일이 여진족 사냥을 나섰다는 사실을 민치록은 알아냈다.
여진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사로 키워지고 있다. 더욱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강력한 연대를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이 여진족을 학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한심한 혜원 조씨 일가가 사냥을 나가 학살을 했다는 사실에 민치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민치록은 이를 막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물론, 조선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일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은 조선을 좀비의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무단으로 산삼을 캐러간 여진족들이 호랑이에게 당했다고 소문을 냈다.
여진족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전사들을 보냈다. 그리고 실제 민치록이 이끄는 호랑이 사냥에 숨어들었다. 그렇게 호랑이 사냥을 하던 상황에 경악스러운 일과 마주하게 된다. 쇳소리가 싫어 몰이꾼 반대로 가는 것이 호랑이의 특성임에도 이 호랑이는 반대로 움직였다.
소리를 따라 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몰이꾼 사냥을 하는 호랑이는 산을 벗어나, 갈대밭까지 나아가고 호랑이를 사이에 두고 조선군과 여진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호랑이는 자신에게 덤비는 여진족을 사냥하고, 결정적 순간 민치록이 던진 창에 호랑이는 죽게 된다.
문제는 그 호랑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슴을 사냥한 후 호랑이는 좀비가 되었고, 그렇게 사람을 탐하는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죽은 호랑이가 자신들 부족원들을 죽였을 가능성이 없다며 의혹을 품었다.
여진족 일만 명이면 천하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투 민족인 그들과 전쟁을 치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민치록은 전쟁을 막기 위해 조선에 귀화한 여진족인 '성저 야인'들의 마을 '번호부락'을 지목했다. 그들이 여진족들을 죽였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파저위 여진족은 수장 아이다 간이 이끌고 번호부락을 찾아 학살을 했다. 타합은 밀정으로 파저위에 가 있었고, 아신은 어머니를 살리겠다며 생사초를 따기 위해 금지된 곳에 들어간 상태였다. 아신이 집으로 돌아오자 마주한 것은 죽음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은 채 전시된 상황을 목격한 어린 아신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신은 민치록을 찾았다. 아버지에게 지시를 내린 이를 알고 있는 아신은 언제가 되든 상관없으니 여진족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어린 아신은 돼지우리에서 살며, 조선군의 빨래 등 온갖 잡일을 하게 되었다. 오직 복수를 위해 민치록의 지시로 파저위로 몰래 들어가 아버지가 했던, 밀정 일도 했다. 하지만 틈틈이 활쏘기를 익히는 등 스스로 복수를 하기 위한 준비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잠자리까지 침범하는 조선군인마저도 밀어내지 못할 정도로 아신의 복수는 간절했다. 그런 어느 날 밀정을 위해 파저위로 들어간 아신은 아버지를 만났다. 사망했다고 알려진 아버지가 '피를 배신한 밀정'이라며 여진족들에 의해 죽지 못해 살아 있었다.
어떻게든 아버지를 구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음을 깨닫자 아신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통해 자유를 얻게 한 아신은 여진족 사망 현장에 놓은 화살촉을 보고 의심을 하게 되었다.
민치록이 원정을 위해 나선 사이 그의 방에서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민치록은 전쟁을 막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렇게 '번호부락'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기록했다. 여진족들이 학살을 한 이유가 바로 조선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아신은 악마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생사초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아신은 조선 군영을 초토화시키며 복수를 시작했다. 여진족과 조선에서 사람 하나 남지 않도록 한 후 마을 사람들 곁으로 가겠다는 아신의 복수는 결국 <킹덤 3>가 어떤 이야기를 품을지 알려주고 있다.
생사초와 좀비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이 드러난 시즌2. 이제는 조선을 향해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아신과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아신이 조선만이 아니라 여진족 자체를 붕괴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전지현보다 더 많이 등장했던 김시아는 아신으로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음성이 약하게 믹싱 되다 보니, 김시아의 발음이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그 추운 곳에서 펼친 김시아의 연기는 그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외전이 아닌 프리퀄인 <킹덤 아신전>은 이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산사초가 활용되었는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조선에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은 이제 실체를 드러낸 이들의 복수와 이를 막기 위한 전쟁은 필연적이란 의미가 될 것이다. 아쉬움을 표할 수도 이겠지만, 거대한 서사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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