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들이 득실거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도 못하는 사회일까?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사이코패스가 득실거리는 사회이기도 하다. 숨기거나 스스로 사이코패스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랩>이 던진 화두는 흥미로웠다.
인간 사냥터가 된 사회;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아쉬운 이야기, 열린 결말을 통한 시즌제 가능성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이 <트랩>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죄를 지은 자들을 벌주는 좋은 이들은 승리했다. 물론 모든 악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선한 이들의 승리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반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선한 이는 언제나 패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우현은 고동국 가족을 살려두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가 고동국 가족을 살려둔 이유는 큰 그림을 그리고 위함이었다. 그는 정치인이 되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싶었다. 완벽한 연기로 충분히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고 스스로 확신한 우현에게 고동국 가족은 아직 쓰기 좋은 소재일 뿐이었다.
실체를 드러낸 인간 사냥꾼들은 사회적 명망가들이다. 재벌과 2세, 정치인, 의사, 기업인 그리고 명망과 거리가 먼 사채업자까지 사회 조직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스스로 우월하다 생각하며 자신과 같은 종들만 세상에 남겨지기 원한다. 그리고 그런 행태는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하나의 종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전통과 같은 흐름을 보인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의 우월성을 설파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종을 전멸시키면서 까지 자신들만 보호하려는 행위들은 인간의 역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사냥꾼들이 꿈꾸는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처럼 우월한 종들만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재벌 회장과 2세는 대화에서 수시로 일본어를 사용한다. 그들이 친일 세력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친일파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여전히 친일을 찬양하는 무리들은 너무 많다. 과거 정권에서는 노골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내고 친일에 앞장서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그들은 여전하다. 정치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대리인 주제에 마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신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는 정치꾼들의 행태는 드라마에서도 다르지 않다. 처세술만 존재하는 한심한 족속들이 바로 정치꾼들이라고 드라마는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군이 마루타 실험을 했듯, 인간사냥꾼 의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들에게 충실한 종을 만들려는 노력들도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큰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절대적으로 힘의 불균형이 만들어진다. 그런 불균형 속에서 약자로 보이는 선한 이들이 반격을 가해 거악을 잡는 것은 통쾌함을 준다.
절대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자들을 무너트리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모두가 환영할 해피엔딩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트랩>의 결론은 모두가 기대했던 결과라고 해도 좋다. 홀로 인간 사냥꾼들을 제거하고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우현은 그들과 헌팅 게임에서 승자가 된다.
물론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현에게 총을 겨눈 것은 동국이었다. 경찰 조직에서 버려진 이들이 힘을 모아 추적에 나섰고, 그렇게 동국이 갇혀 있던 폐쇄된 미군 기지를 급습한다. 둥국과 시현은 그렇게 극적으로 죽음 직전에 구출된다.
몸도 성치 않은 상황에서 동국은 우현이 있는 사냥터로 향했고, 그리고 그곳에서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우현과 동국의 대결은 <트랩>의 하이라이트다. 경찰이지만 총을 쏘지 못하는 동국과 사이코패스 우현의 도발. 동국의 아들을 죽인 스냅백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재벌 2세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기고 우현에게는 주사를 통해 평생 고통스러운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 인과응보다. 자신들이 지은 죄에 걸맞는 고통을 겪게 되는 처벌을 받은 모든 것은 당연해 보인다. 모든 사건은 종료되고 동국은 경찰일을 그만두고 복싱도장을 운영한다.
우현 덕에 유학 간 딸과 부인과 여전히 기러기 신세이기는 하지만 만족스럽다. 우현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치료제를 맞지 않으면 죽을 운명이다. 전범국가인 일본이 전쟁 중 만들었던 약을 찾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우현은 가장 지독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종'이라는 소제목으로 마지막 회를 마무리한 <트랩>은 스스로 '이종' 드라마였다. 과거 알려져 있던 수많은 클리셰들이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었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로 접근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풀어내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제와 주제는 좋았지만 이를 제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한계가 명확했으니 말이다. <트랩> 마지막 회는 새로운 이야기로 시즌제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제를 표방하고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시즌 2가 더 흥미롭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도 된다.
쌍둥이 프로파일러와 조우하며 가능성을 연 <트랩>이 시즌 2로 돌아온다면 이서진은 탄저균 변종을 이겨낸 진짜 괴물이 되어 돌아와야 더욱 흥미로울 수 있다. '종과의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과한 무게감을 준 드라마는 그 균형감은 아쉽다.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물의 재미를 선사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효과적으로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의 많은 의미들을 출연자들을 통해 보여주려 노력한 부분들도 반갑다. 다만 좀 더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 <트랩>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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