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스러운 사랑 강요, 집단 범죄의 현장을 목도하다
26회에서는 자칭 베프라는 줄리엔과 내상씨의 들 밀어주기와 하선을 둘러싼 두 남자의 달라진 운명을 다루었습니다. 어제 '운수 좋은 날'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왔던 운명은 집요한 아집으로 운명의 상대처럼 포장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빚쟁이에 쫓겨도 때는 벗겨야 살겠다는 내상씨는 우연히 사우나에서 줄리엔을 만나게 됩니다. 영악스러운 내상씨는 착한 줄리엔에게 때 미는 일을 시킵니다. 한국의 문화를 잘 알면서 때 미는 것은 왜 모르냐며 시원하게 밀어달라는 내상씨. 남의 때를 밀어줄 이유가 없었던 줄리엔은 이 행위 자체가 신기할 뿐입니다. 아플텐데도 시원하다며 계속 때를 밀어달라는 내상씨를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내상씨는 옷을 갈아입다 경악합니다. 등에서 피가 흐르기 때문이지요. 희귀 피를 가지고 태어나 고3때도 코피 난다며 부모님이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할 정도였던 그인데, 사우나 갔다 피를 본 상황을 그저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복수를 다짐하는 내상씨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이태리 타올 중 가장 사포와 비슷한 것을 구해 달라 부탁해 줄리엔과 함께 사우나로 향합니다.
오직 자신이 당했던 피 흘림을 줄리엔에게도 그대로 전해주겠다는 일념만 있던 내상씨는 열심히 등을 밀어줍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때를 밀어 본 일이 없는 줄리엔의 등에서는 그저 때만 열심히 밀릴 뿐 내상씨가 바라는 피는 볼 수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지갑을 구해내기 위해 뛰어든 한강. 이를 보고 놀라서 다리 밑으로 떨어졌던 하선. 이건 사람을 구한 게 아니라 사람을 위험으로 이끌었던 행위였음에도 주변사람들의 오해는 그들의 모습을 대단함으로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하선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는 영욱의 잔꾀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그럴 듯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인터넷에서는 누군가가 찍은 동영상이 올려 져 화제가 되고 수많은 댓글들은 전후 사정도 모른 채 그들에게 연인이 되기를 강요합니다. 오직 하선을 차지하는 것만이 목표인 영욱은 거짓 인터뷰까지 하며 마치 자신이 하선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은 로맨티스트처럼 꾸미기까지 합니다.
기억의 재구성이라도 하듯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이 하선을 구하러 물에 뛰어들었고 자신은 목숨을 버릴 준비까지 되어있다며, 하선의 기억들을 단절시키고 왜곡시키려 노력합니다. 이런 경악스러운 분위기는 학교하고 해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좀 맹하기는 하지만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하선은 아닙니다.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억지 연예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상황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하선을 마음에 두고 프러포즈를 준비했던 지석은 분위기에 휩쓸려 사귀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하선의 마음을 알고 있는 진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들을 마치 대단한 러브 스토리를 가진 존재로 각인시킵니다.
교장이 중심이 되어 선생들이 준비한 깜짝 파티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학생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고영욱의 프러포즈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축하를 위한 풍선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불었던 지석의 몫이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분위기에 휩쓸려 꽃을 받은 하선은 그 황당함에 어찌할 줄을 모릅니다.
집에 돌아와 이 황당한 상황에 분노하는 지석과 하선의 모습을 끝으로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상황들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과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인용해 이성에 대한 구애를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 집요하게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강요마저 사랑이라 이야기 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행위들은 '스토커'라는 이름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는 범죄가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랑 요구는 '스토커' 범죄이지 동화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전혀 마음에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는 영욱의 사랑을 주변에서 강요하는 분위기는 경악을 넘어 집단 범죄 현장을 목격하는 듯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고영욱에게 박하선이라는 존재가 사랑이라는 가치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이를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이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학생들 조회 시간을 이용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을 꾸미고 만들어 분위기를 몰아가는 행위는 그저 시트콤이니 가능하다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연인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하선이 문제를 재기해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욱의 맹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범죄일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6회에서 그려진 영욱의 강요된 사랑은 경악스러운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꾸려는 아무런 상관없는 집단들의 광기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마치 모두 칼을 들고 하선을 내려치는 듯 괴기스럽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기괴한 상황 극으로 이끌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하선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김병욱 사단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미흡한 내용으로 다가옵니다. 전작에서 대학생 정음이 의사인 지훈과 연인이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는 최소한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며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울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욱의 강요에 의해 맺어진 하선과의 러브 라인은 경악스러운 범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행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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