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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한예슬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한예슬만은 아니다

by 자이미 201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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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사태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주연 여배우가 담당 연출자와의 문제로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고 급기야 미국으로 출국까지 한 상황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도 한예슬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철저하게 한예슬의 문제로 국한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방송국과 외주 제작사의 잘못된 관행입니다.

한예슬 논란 이면에 있는 잘못된 제작 관행이 문제다




몇몇 언론에서 짧은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생방송 식 드라마 제작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사건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잠자지 않고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환경에서는 한예슬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 중론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예슬의 방식은 최악의 선택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악수를 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무조건 한예슬만을 비난하기에는 국내 드라마 제작 관행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매주 2회 씩 방송되는 드라마를 감당하기 위해서 쪽 대본과 밤샘 촬영이 일상이 되어버린 제작환경에서 한예슬 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으니 말입니다.


한예슬 연예인 생명 건 도피? 답은 아니다

한예슬 측의 시각으로 현 상황을 보며 조금 이해하려 노력해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생깁니다. 계획된 촬영은 항상 몇 시간씩 뒤쳐지기만 하고 이런 일상이 되어버린 촬영으로 인해 모든 이들이 지치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수면 시간 부족에 드라마 촬영만이 아닌 다른 일들까지 해결해야만 하는 톱스타들의 경우에는 여간 힘겨운 일들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담당 연출자와 이견 충돌이 지속되며 큰소리를 내는 상황까지 왔다는 점에서 여배우와 피디 모두에게 잘못을 물을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연출자는 단순히 연출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율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주연 여배우와 잦은 마찰이 있었다면 문제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CP라는 존재가 형식적인 경우들이 많다보니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일선 피디가 모두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예슬의 행동에 옹호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어떤 고통을 받고 어떤 문제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제작사의 횡포나 방송사의 일방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회피가 아닌 당당함을 택했어야 했습니다.

한국 드라마 제작 관행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잘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 밤샘 촬영이 일상이 되고 링거를 맞고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하는 악조건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한예슬이 도피가 아닌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정면 돌파를 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측면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못된 제작관행과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거론되며 제작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모색들이 다시 한 번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예슬이 이런 상황까지 오도록 방치한 소속사의 관리 소홀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외주 제작사의 현장 문제와 수수방관하던 방송사의 문제 등 온갖 문제들을 한예슬이 도피를 함으로서 자신이 모두 짊어질 수밖에 없도록 되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만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소송에 익숙한 외주 제작사와 언성만 높이는 방송국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한예슬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사는 모든 잘못을 한예슬에게 떠넘기며 수백억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배우가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하지 못하고 도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상황까지 만든 제작사 역시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이미 사전에 이런 논란이 지속되고 있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율에 힘쓰지 못한 것은 책임 방기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작사와 함께 한예슬의 소속사 역시 누구보다 그녀의 성향과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을 남에게 돌려서는 안 됩니다.

문제가 막장으로 치닫자 방송국은 한예슬의 문제만을 언급할 뿐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없습니다. 후속작인 <포세이돈>이 촬영이 늦어지자 일방적으로 연장 방송을 지시한 방송국의 고압적인 자세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관리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은 채 모든 문제를 여배우 하나로 국한시키는 것은 해법이 안 됩니다.

그저 여배우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며 책임감을 가져라 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외주 제작사에게 드라마 제작을 맡기면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논란에서 KBS에서는 얼마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법적으로 외주 제작사에게 맡겼으니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외주 제작사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도 방송국의 책임은 곧 시청자들과 소통의 창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갑의 입장인 방송국이 단순히 여배우만 탓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잘못된 제작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은 방송국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제작물을 받아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송출을 하는 것은 방송국입니다. 결과적으로 방송국의 의지에 따라 제작 시스템은 좋은 쪽으로 혹은 나쁜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방송 3사가 합의한다면 현재의 잘못된 제작 시스템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전 제작을 100% 하기가 무리라면 최소한 50% 정도는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최소한 제작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을 혹사시키는 문제만이라도 해결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내 드라마의 성향 상 방송 후 반응에 따라 대본이 바뀌는 문제 역시 고민해봐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인터랙티브를 통해 시청자와의 소통이 원활한 것은 의미 있지만 그 소통이라는 것 역시 스타들을 선호하는 팬덤들의 의견들이 다수를 이루는 경우들이 많기에,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특정 스타들의 분량 늘리기와 영웅 만들기에는 급급한 것이 사실입니다.

돈 벌기에만 급급한 현재와 같은 제작 시스템에서는 제 2, 3의 한예슬은 나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한예슬 같은 심정을 느끼는 배우들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드라마 천국 대한민국, 일주일에 한 편만 방송한다면?

대한민국은 드라마 천국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 내내 방송되는 드라마는 이제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과는 달리, 한 주에 2회씩 편성되어 방송되는 드라마는 밤샘 촬영을 유도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 주에 2시간 분량(이것도 광고 수주를 위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촬영 분량을 소화해야만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2시간짜리이니 3시간만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겠지요?

한 시간 촬영해 1분짜리 영상도 만들기 힘들기도 하고 단순히 실내 스튜디오에서 서너 가지 앵글로 출연진들의 모습만 담아내면 되는 것이 아니기에 두 시간 분량이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를 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힘을 소모하게 됩니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3,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작품에 따라 6개월 이상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노력이 수반된 작업인지를 알 수 있게 되지요. 영화와 같은 분량을 매주 소화해야 하는 드라마의 경우 제작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영화 평균 제작비가 30억 정도 되는 것에 비해 드라마 제작 비(회 당)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4~10억 정도가 소요되는 상황에서 매주 전쟁을 치르듯 제작을 해야만 하는 현장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끔찍할 정도입니다. 그날 찍어 편집해 그날 방송이 되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관행은 잘못된 제작 시스템과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낸 편성의 문제 역시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현재의 관행처럼 두 편이 아닌 한 편씩만 방송이 된다면 현장 촬영은 달라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4, 5일 정도 촬영을 하고 하루 정도 편집을 해서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현재의 한예슬 사태 같은 일들은 일어날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이 아니라면 사전 제작 비율을 높여서 한 편 제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와야 하지만, 시청자들의 의견들을 즉시 반영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쌓여있는 상황에서는 이는 불가능한 일로 치부됩니다. 현재의 잘못된 관행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한예슬과 같은 문제가 언제든지 터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뒷짐 지고 있던 방송국은 주연 여배우의 파행이 일어나자 기껏 낸 목소리는 여배우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책임방기입니다.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수백억의 소송이야기만 하고 있는 제작사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속 여배우의 파행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만 하는 소속사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조만간 여배우와의 관계를 청상하고 소송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만 들리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관리 소홀과 책임은 방기한 채 모든 잘못을 여배우에게만 돌리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예슬 일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었다면 소속사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해야 했습니다. 현장의 문제라면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과 논의를 하거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커지자 문자 하나만 남기고 LA로 도피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예슬의 도피로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하는 당사자들이 모두 피해자가 된 듯 여배우에게만 쓴 소리하기에 바쁜 모습은 일그러진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대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여배우의 치기 정도로 사건을 정리한다면 터지지 않은 뇌관들은 계속 시한폭탄처럼 남겨질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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