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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1박2일 설악산 종주-그들이 겨울 산을 선택한 이유

by 자이미 201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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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른다는 것은 예능 방송에서는 무모한 도전 중 하나입니다.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는 방송에서 웃음기 사라진 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산행은 많은 것을 양보하고 선택해야 하기에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1박2일 팀은 눈 덮인 설악산 종주를 설날 특집으로 선택하고 웃음보다는 하나 되어 서로를 위하는 감동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왜 산으로 향했을까?




겨울 산행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름 산도 돌발 상황들이 많은 상황에서 겨울 산은 추위와 눈으로 인한 낙상 등이 쉽게 일어날 수 있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미 지난 방송에서 울릉도와 설악산 중 택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배 멀미보다는 산을 택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설악산 종주는 마음만 가지고 오를 수 있는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충분한 사전 답사를 통해 문제를 숙지하고 안전 장비 착용과 방송을 위한 산행이기에 동반되는 수많은 가능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 결코 만만찮은 도전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전문 산악인의 등산을 찍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예능인의 겨울 산행을 찍는 것은 그만큼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안전요원과 함께 하는 등반이기에 여러 가지 안전성이 담보되기는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했지요.

사전 답사를 다녀온 두 작가에 의해 백담사와 한계령 코스는 초반과 후반이 너무 다른 코스로 장단점을 고루 갖춘 곳이었습니다. 길이 길어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백담사 코스는 초반 평지 산행으로 절반 이상을 등산하다 맞이하는 깔딱 고개는 말 그대로 숨이 멎을 듯한 힘겨움으로 다가옵니다. 

경사가 높은 고개부터 시작하는 한계령 코스는 짧은 코스인 만큼 가파른 경사가 힘겨움으로 다가오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겨운 만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더욱 좋을 수밖에는 없지요. 가파른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더욱 많이 가지고 있는 한계령 코스는 산을 오르다 옆만 바라봐도 절경이 펼쳐지는 최고의 코스였습니다.

초보자에게 적합한 백담사 코스를 다녀온 대주 작가와 중급자들에게 좋은 한계령 코스를 답사한 란주 작가의 설명은 그들에게는 좋은 정보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재미를 포기하고 의미를 찾는 이번 <1박2일 설악산 종주>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사전 회의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성 같이 섬세한 대주 작가와 남성같은 건강함이 돋보이는 란주 작가의 사전 설명은 그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초보자 코스가 힘겹게 다가오고 중급자 코스가 오히려 쉽게 다가오는 악 효과를 주고 말았습니다. 산행 중 쥐가 나면 스스로 피를 내고 다시 산을 오를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란주 작가와는 달리 허당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대주 작가의 모습은 시작 전 쉽지 않은 그들의 산행을 즐겁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두 작가의 설명과 함께 '승기라 쓰고 허당이라 읽는다' 시리즈를 만들어낼 정도로 허당 진수를 선보인 승기로 인해 어려운 산행을 준비하는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직접 나와 겨울 산행에 필요한 지식들을 전해줘 겨울 산을 오르려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은 방송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는 이들에게는 당연하지만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들의 말들은 좋은 정보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속옷을 면으로 된 옷은 입어서는 안 된다는 정보는 산을 타는 이들도 잊기도 하는 고급 정보였습니다. 저체온 증을 부르는 땀 흡수가 잘 되는 옷감을 피하라는 말들은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복장부터 음식 섭취까지 산을 오르는데 있어 필요한 모든 것을 사전에 알고 준비한 그들이었음에도 현장에 도착해 막상 산으로 올라서려는 상황에서는 힘겨움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칼바람이라 불리는 겨울 산의 바람은 등반을 하기도 전에 산에게 경외심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터 방송은 1박2일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몫이 아닌 설악산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눈이 덮인 설악산과 그곳으로 오르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지요. 웃음은 사라지고 힘겨움만이 남은 방송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지치고 일그러진 이들의 모습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예능에서 담아낸다는 것은 무모하거나 대단하거나 일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 겨울 산행을 선택했던 만큼 비슷한 소재로 두 번 웃기기 힘들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산을 선택한 것은 산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보다는 산을 통해 그들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인간의 어설픈 욕심과 만용들이 얼마나 허튼 짓인지를 깨닫고는 하지요. 산에 대한 경외심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졌던 허튼 욕망들을 내려놓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산은 헛된 욕망으로 괴물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들이 웃음이 전부일 수밖에 없는 예능에서 산을 선택한 이유는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시청자들과 자신들 스스로 설을 맞이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마음으로 2011년을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숱한 경쟁 속에서 나만을 생각했던 마음을 버리고 서로를 돕지 않으면 결코 오를 수 없는 산에서 '함께'가 얼마나 위대한일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등산은 충분히 의미 있었던 듯합니다. 오만한 자신을 버리고 산에서 겸허함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산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충분했습니다.

빵빵 터지는 웃음들도 출연진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든 <설악산 종주>였지만 자연과 하나 되어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서로를 위하며 조금씩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1박2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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