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는 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견고한 성처럼 굳어져 가는 그들만의 세계는 자신들만을 위한 세계를 꿈꾼다. 새로운 계급 체계는 이미 구축이 되었고, 그 계급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길은 거의 봉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작은 학교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교실 이데아;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한 비리의 민낯
숙명여고 쌍둥이 논란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과연 숙명여고 만의 문제일까? 에서 <PD수첩>은 시작되었다. 한 학교 한 사람의 부정이라면 고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만연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시 합격률 76.2% 시대는 학사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선 교사가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해주느냐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학교에서 이뤄진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량과 양심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논란을 촉발시킨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를 보면 학교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게 한다. 교무부장이 아버지인 학교에 자녀가 입학한 것도 문제가 된다. 이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없게 변화하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이 한 학교를 다니게 되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시험지 빼돌리기다.
공부를 못하던 쌍둥이들이 갑자기 전교 1등을 했다. 문과와 이과생인 둘은 밑바닥인 성적이 1년 만에 최상위권이 되었다.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 이야기하던 시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도전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이 희박한 도전이기도 했다.
문제는 숙명여고가 알아주는 학교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알아주는 이란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밀집된 학교라는 의미다. 이는 누구라도 열심히 하면 전교 1등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역으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최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버지인 교무부장은 딸들이 하루 4시간도 못자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현장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그 정도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그 이상의 노력을 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무부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주변 학원가 교사들의 평가 역시 동일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확신했다. 다른 곳도 아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상위 4% 정도는 절대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벽과 같다고 했다. 동일하게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미 우위에 선 아이들이 등수에서 밀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교무부장이 딸들에게 답안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유력한 증거들도 나온 상태다. 교무부장 자리에 있는 금고에 시험 문제를 넣고 비밀번호는 해당 교사만이 알고 있다고 학교 측은 주장하지만, 교무부장이라면 충분히 꺼내 볼 수 있다고 강변했다.
시험지만이 아니라 교사가 접근 가능한 학교 프로그램은 더욱 손쉽게 답안지와 답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 신원만 확인되면 어느 곳에서든 원격으로 접근해 답안지를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손쉽게 답안지를 빼낼 수 있는 상황에서 유혹에 빠진다면 누구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구조다.
서울의 유명학교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수시 합격률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비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학 당락에 큰 의미가 있는 대회 출전 같은 것도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에게 학교가 집중적으로 밀어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학생이 수십 개의 상장을 받는 이 기괴한 현상은 그저 그 학생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이 문제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공개도 하지 않은 채 특정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부여하는 것 역시 범죄다. 하지만 학교는 유명 학교 합격을 앞세우기 위해 이런 부도덕한 짓을 너무 평범하게 저지르고 있다.
광주의 유명 학교 역시 충격이었다. 학교 자체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교사가 답안지를 빼주는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상황에서도 해당 교사를 파면시키지 않고 스스로 사퇴하도록 배려한 이유에는 학교 역시 공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몰아주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 작성은 대학 입학 당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교사의 역량과 노력이 절시한 이 학생부를 학생 스스로 작성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다. 스스로 채점을 한 답안지로 대학을 가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을 학생이 대신하는 한심한 현실 속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교사가 학생부를 쓰는 경우에도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입학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 외 학생들의 경우 붙여쓰기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학생부 작성을 하고 있다는 폭로도 충격이다. 어차피 합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들면 학생부를 작성할 이유도 없다는 판단을 학교와 교사가 하고 있다면 이는 존재 가치가 없다.
'학종 맞춤형 컨설팅'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학생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시대에 맞는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중요한 학생부를 그 학생의 모습이 아닌 컨설팅으로 만들어낸 답안지로 작성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기본 천만 원인 컨설팅 비용을 들여서라도 학부모들이 매달리는 것은 대학을 실제 그렇게 가고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천만 원만 들이면 큰 노력 없이 대학을 가는 시대는 비정상이다. 돈이 있는 자들에게는 대학도 골라갈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은 끔찍하니 말이다.
유아원과 유치원 비리에 이어 학교 내에 만연한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 교육. 대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사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들로 인해 대학 역시 경쟁력은 사라지고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을 뿐이다. 전교조는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 당했다.
견제가 가능한 존재가 사라진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 거대한 비리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인 학교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파렴치한 범죄는 결국 대한민국 미래를 망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법도 돈이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세상이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 속에서 그 모든 가능성을 어린 시절부터 돈 가진 자들에게 집중되는 현 시스템은 결국 대한민국을 붕괴 위험으로 내몰고 있을 뿐이다.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도 모자라, 모든 사다리를 다 치워버리고 그들 만을 위해 카드키 없이는 탑승도 불가능한 고속 엘리베이터가 마련된 사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로 시작한 <PD수첩>은 강력하게 학교 문제를 언급했다. 거대한 복마전처럼 변해버린 학교에서 배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줄 세우기 교육을 타파하기 위해 도입한 수시를 악용하는 학교와 교사들로 인해 대한민국 학교 교육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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