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0. 11:14

단막극 5-'옆집 아줌마' 단막극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 하다

지난 주 월드컵 경기 여파로 쉬었던 단막극이 방송되었습니다. 짧은 내용 속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재미는 보지 않고는 알 수 없겠죠. <옆집 아줌마>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사랑, 그게 뭔데?


1. 병훈, 옆집 아줌마를 사랑하다

병훈은 취업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공부를 해왔습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현재의 자신이 불투명해도 자신을 믿어 주고 사랑해주던 여자가 있어 행복했었습니다. 지금의 비루함을 넘어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이 보기 좋다며 격려하던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그녀는 자신의 죽마고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눈치도 없는 병훈은 그렇게 자신들이 사랑하고 있다고 표현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더니 여자 친구의 집을 찾아 둘이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게 됩니다. 
 
항상 취업 공부만 하던 자신을 버리고 돈 많은 자신의 친구에게 가버린 여자. 분하고 원통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은 그를 더욱 힘들게만 하지요. 그렇게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가던 그는 옆집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며 옆집 아줌마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미주는 식사가 가능한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을 잃어버린 그녀는 어느 날 저녁 소란스러운 소리 때문에 옆집 총각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알고 술에 취해 투정을 부리던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시방보다는 자신의 집이 훨씬 좋다는 병훈의 말에 미주는 그의 방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미주를 바라보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 속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해서는 안 되는 옆집 아줌마를 사랑하게 된 그는 마치 죽마고우의 불편하고 위험했던 사랑을 재현하듯 위험 속으로 들어섭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눈치를 못 채는지 혹은 의도적으로 거부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취업을 위해 준비하던 병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보험 설계사가 됩니다. 어쩌면 과거 애인을 기억하게 하는 취업 공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당장 돈을 벌며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현실적인 직업을 택한 그에게는 미주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나 봅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우산을 받으며 그는 용기를 내서 그녀의 손을 잡습니다. 사랑에 서툰 병훈으로서는 큰 용기가 아닐 수 없었지요. 삶에 찌들고 사랑에 상처 입은 미주에게 병훈의 행동은 무책임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그녀가 앉았었던 빈자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병훈은 해서는 안 되는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린 병훈은 옆집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TV를 크게 틀어놓는 것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는 병훈은 옆집 아줌마를 사랑합니다.


2. 미주, 옆집 총각을 사랑하다

항상 무뚝뚝하고 웃음마저 사라진 그녀가 그저 시크 함 만 간직한 그녀만의 매력인줄 알았지만 병훈은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TV 소리는 부인을 때리는 남편의 편리한 도구였으니 말이지요. 온 몸에 상처를 입고 국수를 먹고 있는 그녀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이야기하는 병훈. 주제넘게 참견한다며 구박을 하는 미주는 자신의 현실이 서럽기만 합니다. 

자신을 습관적으로 때리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미주는 아르헨티나를 꿈꿉니다. 그런 그녀의 꿈과 함께 하고 싶은 병훈은 멍든 몸에 약을 바르며 한없이 서글퍼 눈물을 흘립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그들은 행복한 여행을 합니다. 남미 문화 행사를 하는 그곳에서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들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그들은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영원히 정지하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행복했던 데이트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누가 죽였는지 모호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은 죽었습니다. 미주인지 병훈인지 범인이 누구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취조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주의 정당방위로 마무리됩니다. 그렇게 감옥으로 간 그녀를 병훈은 여러 번 찾아가지만 단 한 번도 면회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결혼을 하는 과거 애인과 죽마고우의 결혼식에 들러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는 친구에게 하와이안 티셔츠를 세트로 사다달라는 말을 남기고 미주가 있는 청주로 향합니다. 그러나 이미 미주는 가석방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의 흔적을 찾아 헤매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취조했던 형사를 찾아 그는 왜 그녀가 자신을 피했는지 이유를 알게 됩니다. 자신이 죽인 미주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그렇게 자신에게서 사라져버린 미주.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이미 죽었던 자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 그와의 첫 만남을 가지 던 날. 이미 그녀는 남편을 죽이고 자신도 죽기로 다짐을 했었다고 말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죽지 말고 살라'는 메시지를 남긴 병훈은 어쩌면 미주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은인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린 딸을 키우는 미주는 놀던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며 빈 공간을 응시합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병훈은 미주가 살던 그 집 앞에서 그녀에게 전해줄 셔츠를 가지고 서성거립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잊지 못한 채 서로를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3. 실험은 단막극을 풍요롭게 한다

단막극은 내용의 신선함도 있지만 그 내용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방송되었던 <옆집 아줌마>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병훈과 미주의 시선으로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미스터리한 구조 속에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반전을 통한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합니다. 과연 그들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그들의 사랑은 불륜 혹은 패륜일까요?

시 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어낸 그들의 관계들은 평범한 구조가 아닌 미스터리 속으로 몰아넣으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옆집 아줌마>는 현재의 대한민국 드라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신선함이었습니다. 수백억 드라마와 청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시청률 지상주의 에서 이런 드라마는 발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단막극이 필요한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규정하고 보여준 <옆집 아줌마>는 그래서 소중할 수밖에는 없는 작품입니다. 조금은 복잡해 보이지만 그런 미스터리한 구조는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파괴력을 더욱 강력해지며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해줍니다.

사랑이라는 다양한 가치들과 드러나는 모습들을 짧은 이야기 속에 극단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드라마적인 긴장감이 주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곱씹게 합니다. 이런 내면에 감추어진 사랑이라는 감정들을 연기해낸 선우선과 이태성의 연기도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단막극만이 전해줄 수 있는 드라마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드라마 스페셜>은 왜 단막극이 부활되어야 하고 많은 이들과 소통을 꾀해야만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최근 MBC에서도 방송되었던 4회 특별 드라마가 전해준 감동처럼 짧아서 더욱 소중한 드라마는 대한민국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튼튼한 뿌리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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