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1. 07:07

도망자 7회-대물 능가하는 추노 팀의 현실 풍자

엄청난 금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유와 원인을 모른 채 자신의 부모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는 진이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멜기덱이라는 미지의 검은 권력과의 대결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진실이라는 의외의 가치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돋보이는 현실 풍자, 추노 팀들이 돌아왔다




조선은행 화폐를 둘러싼 거대 조직들의 움직임은 집요하면서도 거대한 음모로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금액의 금괴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단 하나의 단서인 조선은행 화폐를 가지고 있는 진이에 대한 집착은 노골적으로 정체를 드러내게 만들었습니다. 
선박회사 회장이자 로비스트이기도 한 카이는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정체를 조금씩 드러내며 진이에 대한 관심이 사랑인지 금괴에 대한 욕심인지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그동안 숨겨왔었던 검은 진실이 조금씩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합니다. 

거물 정치인의 아버지이자 거대한 부를 쌓고 있는 실력자 양두희 회장과는 사업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되기 시작합니다. 진이를 넘겨주기를 바라는 양회장에게 배팅을 하는 카이는 뱀같이 차가운 모습으로 금괴를 차지하기 위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행보가 시작되었습니다. 

살인도 불사하는 양회장의 살인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카이의 모습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카이의 대담함은 모두를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였지요. 마카오 카지노 대부인 제너럴 위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사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지요.

"원래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따지고 들지 않아. 능력이 있는 한"
"하긴 아직까지 친일파가 득세하는 나라니까"

우리나라를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내는 이 대사는 명쾌함을 넘어 씁쓸함을 던져줍니다. 도덕성은 뒤로 미룬 채 능력만 있다면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다는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이가 던진 친일파가 여전히 득세하는 나라라는 발언은 누구나 알면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친일파가 득세하는 나라에서 정의란 무엇이고 그 가치 추구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국가는 사라지고 개인의 탐욕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도망자>가 추구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지점들이 바로 양회장과 카이의 대립이었습니다.

진이를 차지해 단숨에 거대한 부를 손에 쥐려는 양회장에 맞서 눈엣가시인 탐정 지우를 처리하려는 카이는 조작을 제시합니다. 모든 진실을 덮어버리고 탐욕을 서로 나누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자는 제안이 그들에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 죄가 없는 지우를 케빈을 비롯한 진이 부모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조작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대 조직에 의해 개인의 사생활과 진실이란 아무것도 아님을 <도망자>는 잘 보여주고 있지요. 해리슨 포드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진실로 도망자가 되어야만 했던 지우는 다시 한 번 거대 권력에 의해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지우는 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제너럴 위는 지우를 처치하고 대한민국에 거대한 카지노 왕국을 만들기 위해 조우합니다. 마카오를 지배하는 카지노 대부 제너럴 위는 카지노를 더 지어야 하는데 너무 좁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그런 그에게 지우는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지요.

"카지노 유람선을 만들어 바다에 띄우시죠"

대운하의 또 다른 이름인 4대강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고 한반도를 조각내 그 위에 카지노 유람선을 띄우려는 현 정부에 대한 지우의 한 마디에 제너럴 위는 재치 있게 이야기를 합니다. 태풍이 불면 어떡할 거냐? 나는 멀미가 심해 싫다는 그의 답변은 작가가 던지고 싶은 4대강에 대한 유쾌한 풍자였습니다.

외사과 팀장인 백남정과 국장이 매 회 벌이는 터무니없는 놀이는 철저하게 국가 공무원들에 대한 풍자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엉뚱한 상황 극을 통해 탁상공론 고급 공무원들을 풍자하는 상황들은 웃음 속에 뼈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조작된 진실로 인해 사냥개가 되어버린 도수 일행과의 관계를 통해 영수증만 첨부하면 엄청난 비용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너무나 뻔뻔한 답변들은 웃기면서도 씁쓸한 풍자였습니다. 제임스 봉이 태국 스님과 벌이는 대화 속에서 복지부동 공무원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하는 장면도 흥미로웠지요.  

거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진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너무 쉽게 사용됩니다. 개인에 대한 진실과 안위와는 상관없이 거대 자본과 권력은 언제든지 거짓도 진실을 만들고 끊임없는 탐욕도 정당화시킬 수 있음을 <도망자>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을 내세워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담론들을 미세하게 쪼개내 이야기를 진행하고 과정 속에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가 가득한 <도망자>는 숨겨진 진실을 내보이며 본격적인 재미를 던져주기 시작했습니다.

해외를 떠돌던 그들은 지우가 도수에게 잡히며 모두 서울로 집합하게 됩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양회장의 아들과 거대한 금괴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 나카무라 황과 제임스 봉도 서울로 들어서며 그들 간의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합니다.

진지함보다는 다소 웃기는 상황들 속에서 사회에 대한 풍자를 진하게 늘어놓기 시작한 그들은 숨겨왔던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거대 권력에 맞서는 힘없는 개인이 벌이는 투쟁이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 알 수는 없지만 곽정환 피디가 그토록 추구해왔던 정의에 대한 갈구는 시작되었기에 <도망자>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갑니다.

거대 자본과 권력이 만나 무소불휘의 절대 권력을 만들려는 야욕과 이에 맞서게 되는 힘없는 개인의 투쟁이 <도망자>가 보여주는 진실이자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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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대물보다 오히려 더 실날했던 풍자 2010.10.21 11:51 address edit & del reply

    지우가 슬쩍슬쩍 장난처럼 던지는 멘트들에서 헉!한게 한두번이 아니죠
    갑작스럽게 몰아부친 우측통행,수에즈운하도 그렇고
    더구나 어제는 한국인은 정치인의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도 친일파가 득세한다는 말처럼 쎈 발언부터
    바다에 카지노유람선, 공무원의 영수증타령 월급쟁이 근성 등등 정말 쉴세없이 비꼬더군요
    이제 모두 한국으로 들어오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앞으로가 점점 기대가 되네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10.21 12:36 신고 address edit & del

      본격적으로 추노 멤버들의 저력이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베일에 가려졌었던 거대 세력의 존재들이 어떤 조직인지 그리고 그 조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크게 보고 접근하면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게 <도망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