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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내 마음이 들리니 14회-할머니 윤여정이 독해진 이유

by 자이미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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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거듭할수록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부녀인 영규와 우리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각박한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영혼이 맑은 이 부녀들이 조금씩 주변을 맑게 정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보면 우리 역시 영규와 우리를 기다려왔었나 봅니다.

할머니 순금의 선택은 왜 마음이 아픈 걸까?




과도한 복수는 가장 아끼고 싶었던 아들에게 오해를 낳게 하고 이런 오해는 아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오직 최진철에 대한 복수만이 삶의 모든 것이었던 현숙은 아들의 삶마저 자신의 복수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그나마 아들을 보호하고 준하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마저도 복수의 희생양으로 삼은 그녀는 복수를 위한 복수로 스스로 망가져갈 뿐입니다.

홀로 독립해 자신이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싶은 동주는 자신의 일을 방해한 인물이 다름 아닌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게 됩니다. 자신을 인형처럼 세워놓고 준하와 무슨 짓을 했느냐고 다그치는 그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토해낼 뿐입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자격지심과 복수에만 모든 삶이 모아진 엄마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자신이 엄마로 생각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랐던 준하도 조금씩 현재의 상황에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철저하게 복수만 남겨진 상황에서 자신마저 일회용품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란 두려움이 앞서기만 합니다.

이미 자신의 가족을 버렸던 준하가 자신이 선택했던 가족에게서마저 버림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는 없었던 가족들을 보게 되면서 자신이 선택한 삶이 한없이 바보스럽고 한심스러운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그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현숙의 복수극에 위태롭게 동참해 있을 뿐입니다.

어머니에게마저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한 동주가 의지할 수 있는 이는 우리와 영규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와 한밤의 동물원 나들이를 하는 그들은 과거의 기억들을 나누며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준하의 등장으로 급격하게 냉랭해진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현숙에 의해 만들어진 준하에게 현숙을 무너트리기 위해 손을 내미는 진철.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지독한 결말에 대한 불안으로 안내하려 합니다. 어긋나기 시작한 그들의 복수극은 현숙의 뜻대로 진행되지도 않습니다. 자신 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시작하는 동주로 인해, 현숙이 16년 간 준비해왔던 복수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으로 번져가기만 합니다. 끈끈하게 얽혀 있었던 동주와 준하마저 현숙의 과도한 복수심으로 인해 균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과연 그들이 꿈꾸는 복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가져올 수 없다는 것만은 명확해졌습니다.


그들의 균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동주와 준하의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해가 만들어 놓은 허물 수 없는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준하의 선택한 한정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최진철에 대한 복수만이 공동의 목표인 상황에서 그들은 현숙을 중심으로 극명한 한계를 드러내며 선택들을 강요하게 됩니다.

"안 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형이야. 엄마가 형 두 귀 막고 있어.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형은 내 말 안 들리지"
"다신 내 앞에서 함부로 말 하 지마. 귀로 듣는 말은 이내 흘려 들을 수 있어도, 나처럼 눈으로 보는 말은 그대로 마음에 새겨져. 그러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 지마"
"엄마 아들 할래, 내 형 할래. 참고해 엄마 아들 장준하 하고는 이제 안 놀아"

엄마에 대한 반항심과 적대심이 극대화된 동주는 준하에게 명확한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자신의 복수극에 함께 할 것인지 엄마와 함께 최진철에 대한 복수를 계속할 것인지 묻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준하는 그 어떤 선택도 힘겹기만 합니다.

콩 주머니를 동주에게 건네며 자신이 모두 거짓말을 했다며 고백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동주에게 놀리듯 만들어낸 과거의 기억에 대한 사과를 합니다. "내가 좋아했던 분은?"이라는 동주의 질문에 어릴 때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데 아빠와 차동주씨만 자신과 놀아줬다는 말과 함께 "차동주 미안해"라는 말에 입맞춤으로 답을 대신하는 동주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지독한 복수라는 삶 속에서만 살아왔던 동주가 스스로가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우리에게 사랑의 감정이 돋아나고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치매마저 숨긴 채 마루의 존재도 함구하고 살아야만 하는 순금은 독한 말을 늘어놓으며 딸인 신애에게 가겠다고 합니다. 친자식이 아니니 마루 찾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순금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친자식보다 더욱 친자식 같은 영규와 우리.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순금은 신애의 집으로 들어가 마루가 독한 사람에게 가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하고 싶다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집으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겁하며 몰아내려는 신애. 그녀는 치매에 걸려 언제 죽을지도 모를 노인네 어서 데려가라고 우리를 혼내기만 합니다.

자신의 어머니보다 자신이 아끼는 컵을 깬 것이 분하고 원통한 신애.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순금과 그런 할머니에게 어서 집으로 가자는 말에 순금은 나 죽기 전에 마루를 찾아 호강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눈물로 쏟아낸 속마음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피도 섞이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을 친할머니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우리와 영규가 눈에 밟히고 안타깝기만 한 순금은 힘겹기만 합니다.

"나 정신 줄 놓기 전에 저 년 정신 채리게 할려고 그랴. 안그라믄 마루 찾아도 마루 니들과 같이 못살아. 마루 찾으면 그 웬수같은 놈이 데려갈겨"
"난 아무것도 몰러. 난 그저 내 새끼. 영규 새끼 그 놈 가슴이 또 피멍들께비 난 그것 밖에 몰러. 정신 줄 놓기 전에 우리 마루 찾아서 영규한테다가 우리 영규한테다가 데려다 줄테니께. 넌 가. 가서 니 애비 옆에 있어"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삶밖에 없음을 순금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규가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는 아들 마루를 찾아주기 위해 독한 말을 하며 신애의 집에 남기를 자청한 그녀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친 가족 이상의 존재인 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순금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 선택.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고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탐욕이 인간의 순수함을 짓밟고 있는 세상에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내마들'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오나 봅니다. 과연 나는 최진철에 가까운 존재인지 아니며, 영규에 가까운 존재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혹은 현숙이나 신애가 나의 모습인지 아니며 우리가 나와 비슷한지에 대해서도 가늠해보곤 합니다. 극단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난 심하게 흔들리는 준하인지, 인간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경도된 동주인지 반문해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삶속에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고 반문하고 반추하게 만드는 '내마들'은 그래서 특별한 드라마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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