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9. 10:05

무한도전 무한상사는 왜 정준하에게 일장춘몽을 선사했을까?

뮤지컬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시도를 한 무한도전은 역시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통해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무한도전 무한상사 뮤지컬>은 예능의 한계를 한 단계 확장 시켜 놓았습니다. 예능의 외연과 내연 모두를 확장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준 무한도전의 도전 정신은 그 자체가 무모하고 무한한 도전이었습니다. 

예능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한도전;

무한상사 뮤지컬이 던진 예능의 힘,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가치의 힘

 

 

 

 

감나무에서 떨어져 바보가 되어버린 정준하 과장은 직장에서 해직이 된 후 고기 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경험 없이 뛰어든 음식점은 처절하게 망하고, 전 재산을 투자한 주식은 폭락하며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죽음이 모든 것을 대변할 것이라 생각한 정준하는 한강을 찾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 순수한 식탐은 그를 살렸습니다.

 

 

계란 후라이만은 인정을 받았던 그는 죽음과 바뀐 배고픔을 채우다 자신을 구원할 특별한 사업 아이템에 눈을 뜹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계란 후라이는 이내 그를 구원해주는 성공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그는 그렇게 성공의 괘도를 찾았습니다. 단순한 성공을 넘어 쇼핑 채널에까지 진출한 정준하는 그곳에서 자신의 옛 동료들과 숙명적인 대결을 벌입니다.

 

옛 동료들이 들고 나온 치킨과 계란 후라이의 대결은 누가 봐도 승부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다 과장 광고를 일삼으며 갑의 힘만 강조하는 그들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가치에 승부수를 던진 정준하의 대결은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재벌과 개인의 싸움의 결과는 시작과 함께 재벌의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 거대한 골리앗을 무너트리는 것은 기고만장함에 맞서 진실함으로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자중지란에 빠져 모든 것을 망쳐버린 재벌과 달리, 정준하는 하나의 특화상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연 700억이 넘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무한상사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옛 동료들 앞에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정준하였습니다.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된 정준하를 보면서 경악해 하는 동료들의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한 경외감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준하의 꿈이 이루어진 그 순간 그의 삶은 다시 바보 정과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장춘몽에 젖어 현재 자신의 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정과장의 모습은 어쩌면 대다수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젖어 있던 몽롱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 지독한 상황을 벗어나 멋지게 성공하는 그런 꿈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지도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로망이기 때문입니다.

 

 

한 여름밤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정과장의 처절함은 어쩌면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까지 도전한 무한도전은 형식이라는 틀에서도 큰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완벽한 하나의 뮤지컬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뮤지컬에 도전한 그들의 성취는 상상이상으로 대단했습니다.

 

IMF라는 지독한 재앙 뒤에 찾아온 대한민국의 삶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승자독식 사회로 편승하고, 패자에 대한 배려는 거둬버린 대한민국에는 오직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로 전락했습니다. 실패한 이는 더는 도전의 기회도 없는 이 처절한 공간 속에서 삶은 척박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IMF가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현재의 삶은 그 지독한 과거보다 더한 고통의 연속입니다. 청년 실업은 급격하게 높아지며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현실은 절망만 깊어지게 합니다. 승자독식사회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소수의 강자는 다수의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신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앞세워 소수의 강자를 더욱 강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척박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일상이 되고 취직만이 삶의 전부인 국민들에게 재벌들의 존재감은 더욱 이질적으로 변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거대한 부는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지배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이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울트라 슈퍼 갑의 지위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울트라 슈퍼 갑들에 대한 을들의 반란이 화제가 되고는 있지만, 진정한 슈퍼 갑들은 그런 논란조차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권력자들마저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특별한 울트라 갑은 그런 논란에서마저 제외가 되어버릴 정도로 현재의 우리 사회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는 명확합니다.

 

새롭게 정립된 지배와 피지배 관계 속에서 무한도전 무한상사는 만화경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수직적인 지배구조로 이뤄진 기업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축소판이자 희화화의 장이었습니다. 교묘하게 꾸며진 조직 문화 속에서 소외와 갈등은 일상화되고 그렇게 퍼진 조직의 견고성 속의 부패는 거대해 보이는 울트라 갑의 붕괴를 엿보게도 합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절묘하게 무한상사의 틀 속에 전달하고, 뮤지컬 넘버를 차용해 <무한도전 무한상사 뮤지컬>을 완성하는 모습에서는 전율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내일로'에 이어 '지금 이 순간'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재기어림은 무한도전이 왜 무한도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정리해고에서 새로운 신화를 작성하며 대표이사가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그들은 왜 정준하에게 꿈을 선사했을까요? 만약 정준하의 노래와 함께 성공 스토리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면 <무한도전>은 그저 허망한 뒷맛만 남긴 씁쓸한 예능에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장춘몽이 되어버린 정준하로 인해 이번 뮤지컬 특집은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을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무한도전이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그 어떤 모호한 지표가 아닌 현재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익숙하지만 그래서 또 새롭기도 한 정준하의 일장춘몽은 예능에서 현실을 이끌어낸 특별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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