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30. 10:04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3회-이제훈에 용의 발톱 내민 한석규, 모두를 놀라게 한 섬뜩한 한 마디

현실 정치를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는 사극. 사실 사극 속 정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과거나 현재나 정치는 동일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바라보는 창이 될 수 있음을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어긋난 관계;

권력은 칼이다, 그 누구라도 벨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력이다

 

 

 

사도세자의 벗이었던 신흥복의 살인사건은 영조와 이선이 결코 함께 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시작이었습니다. 신흥복의 죽음은 결국 진실과 정의에 대한 고전적인 고민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절대 권력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정치는 강렬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절대 권력인 영조와 차세대 권력인 세자의 대립과 갈등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그 흔한 로맨스조차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이지만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석규와 이제훈이라는 배우들의 열연과 누구 하나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열연들이 숨 돌릴 수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역사는 이미 역사서를 보면 내용은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알 수 있는 결말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 과거의 역사를 수많은 시간동안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역사속 스타들을 다시 끄집어 낸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추리를 앞세워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극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영의정인 김택이 왕인 영조에게 "어이 이금"이라고 본명을 부르며 반말을 하고 협박을 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맹의에 서명한 사실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김택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사극을 생각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맹의가 다시 등장하고 그걸 가지고 있던 신흥복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세자와 가장 가까웠던 신흥복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사실에 세자는 분노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조는 맹의를 위해 아들마저도 버릴 수 있는 과감함을 보였습니다. 정치 9단인 영조가 정치에 이제 입문하려고 하는 세자를 상대로 벌이는 정치 게임은 시작부터 영조로 깊게 기울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게임에 변수로 등장한 것은 도성에서 세책을 만드는 서균의 딸 지담이었습니다. 스스로도 살인사건 소설을 쓰는 이 어린 소녀는 유일하게 신흥복이 서포교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은 목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일한 목격자인 서지담을 찾기 위한 세자와 김택의 대결 구도는 그래서 흥미롭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론과 소론으로 나뉜 그들은 정적을 무너트리고 권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론의 박문수와 노론의 김택과의 대결 구도 역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노론과 소론의 당쟁만이 아니라 그들이 보이는 정치적 행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매력적입니다.

 

신흥복의 사망 사건을 재수사하는 세자와 이를 막으려는 영조와 김택과의 대립 관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세자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노론은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왕이 될 세자의 분노는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노론에서는 모든 것을 걸고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맹의에 수결을 한 영조를 협박하는 이유 역시 이런 간절함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극중 중요하게 다가오는 인물은 영조와 세자만은 아닙니다. 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대상으로 다가온 지담이 바로 그녀입니다. 그녀는 세책을 만드는 아버지를 돕는 신출귀몰한 인물입니다. 단순히 세책을 만들고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직접 소설을 쓰기까지 하는 영특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신흥복의 죽음을 본 목격자라는 사실 역시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서지담을 찾기 위해 노력들은 결국 그녀를 위기로 내몰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상황들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추리 소설을 쓰는 지담과 그런 지담의 소설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세자. 이들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신흥복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역시 그 책 안에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지담은 그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담이 극중 중요인물로서 자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녀는 작가의 입노릇을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극중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인 그녀가 쓰는 소설 속 주인공이 바로 세자와 유사한 존재라는 점은 그 소설이 곧 세자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소설은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가진 인물이 사건을 풀어내고 진실을 파헤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상황은 소설과 동일하지만 피해자만 진짜일 뿐 그 무엇도 소설처럼 되지 않는다는 지담의 넋두리는 바로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진실과 정의 따위는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는 발언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을 듯합니다. 홀로 진실을 깨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담이 던진 이 넋두리는 우리 현실 속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허탈함과 씁쓸함이 함께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 3회의 핵심은 영조와 박문수의 바둑을 두는 장면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닌 바둑을 빌미삼아 박문수에게 경고하는 영조의 방문 장면이었습니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적나하게 현재의 상황들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둑의 흰 알을 양보하며 "바둑도 과인보다 고수로 보여. 아니지 고수가 되고 싶은 것인지"라는 영조의 발언과 이길 생각이 없다는 박문수의 답변은 시작이었습니다.

 

박문수가 신흥복의 사체를 어정에 던진 범인임을 알고 있는 영조의 공격에 박문수는 직언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간섭 없는 권력에 미래도 희망도 없음을 어찌 모르십니까?"라는 박문수에 맹의를 왜 10년 전에 없애라고 했는지 모르냐고 합니다. 물러서지 않는 영조를 향해 박문수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다고 대응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패를 쥐고 있고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영조를 박문수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김택을 길동무 삼을 수 있다는 발언에 영조는 중요한 발언을 했습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영조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권력은 칼이야. 도전해 오는 자가 있으면 그게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베어버리는 아주 위험천만한 물건이야"

 

"이 이상 국본을 격동시키지 말어. 멈추지 않으면 그 다음은 전쟁이야. 용상을 둔 전쟁에 후학을 내몰고 싶은가? 감당할 자신 없으면 진실놀음 이쯤에서 접게"

 

박문수를 호되게 공격하는 영조의 이 발언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모두 드러낸 중요한 장면이었습니다. 권력이란 혈육도 죽일 수 있다는 영조의 발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도세자에 대한 다양한 증언들이 나온 상황에서 뭐가 진실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큰 흐름으로 바라 볼때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노론과 소론 등 권력에 집착하는 자들의 암투들은 잔인함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입니다.

 

사도세자의 죽음도 다양한 억측들이 존재하듯, 아들 정조의 죽음 역시 수많은 의문들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큰 틀 속에서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시각의 틀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꾸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다양한 이견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거대한 권력을 두고 싸우는 권력투쟁의 한 흐름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조와 박문수의 대화가 중요했던 것은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도세자의 죽음은 거대한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밖에 없다는 이 지독한 현실 정치 속에서 이들이 과연 어떤 정치적 상황들을 만들고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사도세자가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조는 왜 아들을 그 잔인한 방식으로 죽게 내버려뒀는지에 대핸 새로운 시각은 흥미롭습니다.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궁에서 뒤주에 왕이 될 아들을 가둬 죽인 가혹한 아비 영조. 가장 오랜 시간 왕좌에 앉아 정치를 했던 영조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흥미롭습니다.

 

24부작으로 준비된 드라마는 벌써 사도세자의 죽음을 암시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에서 감출 수 없는 상황을 익숙한 방식들을 동원해 알리고, 이를 추리 형식으로 비틀어 흥미를 유도한다는 점은 영리함으로 다가옵니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과 기존의 사극을 비틀어 거대 담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매력적인 사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