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9. 10:06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노홍철은 없고 원작 영화만 존재했다

노홍철이 10개월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더 큰 복귀작이 되었다.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그대로 예능으로 만든 것뿐인 그곳에는 영혼은 없는 노홍철을 위한 복귀만이 존재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예능화;

젊음의 패기 잉여인간의 잉여 극복기 여정, 예능은 담아낼 수 없었다

 

 

 

 

잉여인간이라는 단어들은 좀 오래된 것이다. 1958년 손창섭의 단편소설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말이다. 전쟁 후 인간 군상에 대한 풍자가 가득했던 이 소설은 1964년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당시 청룡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등을 휩쓸 정도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현목 감독에 김진규와 황정순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잉여인간>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잉여인간은 2013년 한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에 의해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발표되며 회자되었다. 잉여 Surplus는 쓰고 남은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이나 기대해야 할 정도로 낙오된 이들을 뜻하기도 한 '잉여'라는 단어가 2015년 추석 특집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예능에서 다시 등장했다.

 

노홍철을 중심으로 여행전문가와 신인연기자, 거리예술가, 대학생 등이 모여 최소 경비로 유럽 여행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자신들이 잉여가 아니라 진정한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과정을 담는 과정 자체가 부정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감이 중요한 이 프로그램은 실패했다.

 

최소 경비로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 이상하지도 않고 방송을 위해 적절한 인물들을 구성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유럽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 루트를 선택한 것도 고민의 흔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히치하이킹을 하고 거리에서 노숙도 한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일들도 하며 청춘들은 열심히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좋다. 거기까지는 좋으나 과연 그들이 진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제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과 제대로 소통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노홍철의 복귀를 위해 선택되고 최적화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철저하게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일 뿐이었다.

 

 

2013년 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영화학과에 다니던 청춘들이 학비를 다 벌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휴학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상황에 엉뚱하게 유럽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한다. 돈도 없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이런 미친 짓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돈도 없이 유럽으로 떠난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터키와 영국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여정은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생전 본적도 없는 이 엉뚱한 4명의 청년들이 유럽에서 1년을 버티는 과정은 기적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지만 청춘이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처음 시작은 7명으로 시작되었지만 3명이 중도 하차를 하면서 영화학과 4인방만 남은 채 자신들의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돈도 없고 잘 곳도 없는 그리고 낯설기까지 한 이 황당한 상황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따뜻한 남쪽인 이탈리아로 향하는 그들의 여행에서 첫 고난은 함께 했던 3명의 중도 포기였다. 영화학도라는 장점을 살려 현지 호스텔 광고를 찍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 호텔 광고도 하고, 마지막에는 영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이 그들이 목표로 했던 원대한 포부였다.

 

일곱 명이 함께 움직일 수 없어 조를 나눠 알아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도 흥겨운 여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4명으로 줄어든 채 이탈리아로 입성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는 없었다. 텐트 하나로 의지하고 부실한 식사로 힘겨운 생활을 하던 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는 순간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광고를 위해 여러 곳에 메일을 보냈던 그들에게 첫 답장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만남은 배고픈 그들이 햄버거로 배를 채우는 것이 전부였다. 한인들을 상대로 했던 그들의 광고 전략은 전면 수정을 요구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의 유럽 성공기는 시작되었다.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으며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유럽 현지에서 다양한 호스텔 광고를 시작했다. 첫 광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막연했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들은 거리에서 호스텔로 숙소를 옮기고 되었고, 호텔까지 장소를 옮기며 그들만의 광고 찍기는 성공가도에 이르게 되었다.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시작해 2만원이 남은 상황에서 그들은 극적으로 호스텔 광고 촬영이 가능해졌고, 한 편의 광고는 화제를 모았고 그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여권 만료가 가까워 잠시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던 그들은 터키로 향했다.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하던 그들이 터키로 갈 때는 비행기를 탈 정도로 성공해 있었다.

 

터키에서도 그들의 광고는 화제였고 이미 그들은 호스텔 업자들과 세계의 배낭여행 족에게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터키에서 잠시 머물기만 하려 했던 그들은 그곳에서 가족과 같은 친구들을 만났고, 청춘이기에 가능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평생 살아도 좋을 것 같은 그런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던 그들은 한 통의 메일 받고 터키를 떠나 영국으로 향한다.

 

 

그들의 명성을 알게 된 한 곳에서 그들에게 비행기 표를 줄 테니 자신들의 광고만 찍으라는 제안을 해서 영국으로 초대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대한민국의 영화학교 휴학생 4명은 유럽에서 가장 핫한 광고 제작자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 정했던 영국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겠다는 목표는 그렇게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광고를 찍고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던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프로들의 제안을 받고 놀라기도 한다.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큰 형이자 이 여행을 제안하고 이끈 호재가 사랑하는 밴드 아르코의 뮤비를 찍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며 묘한 분위기를 맞게 된다.

 

1년 가까이 유럽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들은 피로도가 높았고, 성공적인 '광고'찍기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던 그들에게는 다시 찾아온 나른함이 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뮤비를 찍기 위해 그들은 '광고'는 버리고 술집에서 일을 해야 했다. 언어가 통하는 호재가 12시간 가까이 일을 해야 했고, 뮤비도 구상하고 찍어야 하는 그들의 여정은 결코 쉬울 수 없었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는 끝낼 수 있었지만, 호재가 가장 사랑한다는 아르코의 뮤비는 완성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엉뚱한 청년들의 패기는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르코가 원했던 세븐 시스터스에 있는 등대를 찍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홀로 향하는 호재와 그런 그를 따라 그곳으로 향한 이 엉뚱한 청년들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침내 모든 것을 완성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청년들의 여정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극장에까지 걸렸다.

 

잉여들이라고 여겨졌던 그들의 대찬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고 방송사 피디에 의해 예능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다. 80만원을 가지고 1년 동안 유럽에서 7천 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던 4명의 청춘들. 24살과 22살, 그리고 20살 2명인 그들의 유럽 여정은 지독한 집단 우울증에 걸린 청춘들에게 통쾌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들의 여정기가 예능으로 변모해 추석 시청자들을 찾았다.

 

제목도 같았고 형식도 동일했지만 영화에서 절대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여정은 예능으로 변화면서 그 가치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노홍철의 복귀를 위한 방송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희화화된 그들의 여정에는 간절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벼랑 끝에서 시작한 청춘 4인방의 여정은 '잉여'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그들을 통해 예능으로 바뀌어 버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허무하게 다가올 정도였다. 영화가 예능으로 변모하며 가장 중요했던 가치는 상실한 채 그저 옷만 갈아입은 이 뜬금없어 보이는 모양새는 허탈함까지 안겨준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그들이 가진 가치까지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 허무한 흉내 내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노홍철의 복귀는 아직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는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 청춘 4인방의 좌충우돌 유럽 평정기를 흉내 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예능의 한계만 명확하게 드러났다. 어설픈 예능의 흉내 내기는 영화의 위대함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줄 뿐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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