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2. 11:01

응답하라 1988 6회-덕선의 어긋난 첫사랑, 고경표가 일찍 탈락한 이유

<응답하라 시리즈>의 고유의 특징 중 하나는 여자 주인공의 남편 찾기다. 그런 점에서 덕선이의 첫사랑은 흥미로웠다. 첫 눈이 오는 날 고백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날만 기다려왔던 덕선은 첫 눈이 내리던 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언제나 첫사랑은 그렇게 서럽고 아프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프다;

선우는 떠나고 승부사 택이가 등장한 덕선 남편 찾기, 선우와 보라의 이야기가 많아진다

 

 

 

 

1988년 11월 날씨는 추워지고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3국의 국가대항전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 택은 홀로 5연승을 해야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6연패에 빠졌던 택은 우승하면 "영화를 보고 싶어"라는 소망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수많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택이에게 이번 대회는 악재만 가득했다. 많은 이들은 택이 우승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측해왔다. 더욱 신인에게 약한 '바둑도 낯을 가린다'는 택이에게 이번 대회는 자신의 운명을 건 한 판이 되었다. 그동안 숨죽이며 오직 바둑에만 집중하던 택이가 새로운 자신의 인생 목표가 생겼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 라디오 전성시대 많은 이들은 자신의 사연을 적은 엽서를 보내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수많은 엽서들이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 쏟아졌고, 그중 선택되는 엽서는 특별한 사연과 모양을 갖춰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봉은 시대를 대변하는 콜렉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를 파고드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지만 쉽게 갈아타는 정봉 때문에 복권에 당첨되어 인생 역전에 성공했던 성균네 집. 6수생이지만 시험을 앞두고 그가 다시 빠진 것은 엽서였다. 엽서를 보내고 선택되어 라디오에 소개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시작한 정봉은 열심히 쌍문동 이야기를 사연으로 만들어 보내고 있었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애청자들은 그들에게 그 공간은 단순한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마음 속 풀어놓지 못한 고백들을 전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당시 그들은 소통을 해왔다.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라디오를 통해 충분하게 소통을 해왔다는 점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군것질거리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 그들에게 고구마는 단순히 일용할 양식 그 이상의 값진 선물과 같았다. 물론 아버지가 퇴근하며 가끔씩 사오는 통닭 역시 대단한 음식이지만 그건 일상적으로 맛볼 수는 없는 대단한 선물 그 이상이었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낯설고 먹기 힘들었던 피자는 어쩌면 당시 아이들이 맛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있는 간식이기도 할 것이다.

 

성질 까칠한 보라의 특징이 이번 방송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보라는 쌍문동 골목길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우등생이었다. 운동권 학생이기도 한 보라는 드센 동네 아줌마들마저 무서워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보라가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그래서 재미있다.

 

택이의 우승은 당연하게 국가 전체가 흥분할 일이었다. 국가대항전이 된 대회에서 홀로 중국과 일본의 바둑 고수들 다섯을 무너트리고 기적과 같은 우승을 한 택이를 반기는 친구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그들이 택이를 기다린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피자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너무 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택이 우승 소식과 함께 전화기 앞에서 목을 빼고 있는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의 모습은 재미있게 다가왔다. 집집마다 고구마를 먹기에 바쁜 가족들의 풍경과 달리 전화기 옆에 앉아 있는 그들은 택이 전화를 받고 달려가기에 정신없다. 택이와 감격의 포옹을 하고 그들이 들어선 그곳에는 피자가 있었다.

 

 

우승하면 택이가 쏘기로 했던 피자 먹기에 여념이 없는 친구들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택이는 알고 있다. 평소에 먹기 어려운 피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우정을 시험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없음을 택이나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정신없이 피자를 먹던 그들은 마지막 남은 피자 한 쪽을 두고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누가 더 불쌍해 그 남은 피자를 먹을 수 있을지 경쟁을 하던 와중에 선우의 고백은 모두를 압도했다. 2년 전부터 짝사랑했던 여자가 있다는 선우의 말에 덕선은 반색을 했고, 정환은 절망했다. 덕선은 자신이라 확신했고 정환 역시 그 대상이 덕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지랖이 되어버린 덕선의 "첫 눈이 오는 날 고백해"라는 말은 그녀를 위한 최상의 가치였지만, 사실은 그녀에게 첫사랑의 아픔을 만끽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 해 첫 눈이 내리던 날 덕선을 부르던 선우는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덕선에게 "보라 누나 있어"라는 말과 함께 "눈 오잖아"라는 이어진 말은 그 첫 눈 오는 날 선우가 2년 동안 짝사랑해왔던 여인에 대한 고백의 대상이 덕선 자신이 아니라 보라라는 사실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착각에서 시작한 덕선의 첫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덕선을 매일 부르던 선우의 외침은 결국 보라를 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잘못된 신호를 확신으로 믿었던 덕선의 아픈 첫사랑은 그렇게 하얀 첫 눈이 내리는 날 잔인하게 변해버렸다.

 

 

9살때 자신이 샤프로 찍어서 점이 되어버린 보라의 점까지 사랑한다는 선우에게 "두 번 다시 안 봐"라는 절교를 외치며 울며 집으로 들어서는 덕선과 이를 듣다 문에 받쳐 코피가 터져 흐르는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는 정환. 소고기도 입맛 없다며 거부해왔던 정환은 덕선과 선우의 사랑이 어긋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다. 정환에게는 환호였지만 절망을 느끼는 순간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자신의 사연은 그 슬픔과 아픔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 뿐이었다.

 

콧노래를 부르고 한 쪽 코를 막고 라면을 먹기에 바쁜 정환과 가로등 앞에서 보라를 기다리는 선우. 그리고 기원에서 나오며 첫 눈을 발견한 택.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강렬하게 발산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흘러가지만 결국 누군가를 향해 흘러가기 마련이니 말이다.

 

진주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 못하던 선영을 태우고 지방까지 갔던 보라. 보라의 눈을 보는 것도 두렵다던 아줌마들의 생각과 달리 보라는 마음이 따뜻한 존재였다.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그저 말뿐인 그녀의 행동은 정봉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택이 우승 축하를 위해 모두 모이는 자리를 위해 어린 딸까지 친정어머니 곁으로 보냈던 선영은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은 보라였다. 선배의 차로 위험한 운전을 즐기던 보라가 선배 집에서 밤을 센다며 나갔지만 진주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선영을 태우고 지방에 있는 그곳까지 한 밤 중에 향했다.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마음 따뜻한 보라는 차 안에서 선영을 기겁하고 주눅 들게 하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모습까지 독특하지만 충분하게 이해 가능한 당시의 대학생 보라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런 보라를 기다리던 선우는 춥다는 그녀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덮어주며 고백을 한다.

 

 

선우가 자신이 아닌 언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울던 덕선은 택이 전화를 받는다. 첫 눈이 오는 것을 본 택이는 고백을 하고 싶었고 그 대상이 다름 아닌 덕선이었다. 자신이 쌍문동에 이사 오던 날 반갑게 맞아주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이 성장하고 이제 이성으로 보이며 택은 덕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대단한 일전이 된 중국에서 대회를 끝내고 할 일이 있다던 택이는 덕선이와 영화를 보는 것이 목표였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던 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안타깝게도 택이의 이런 변화를 덕선이 제대로 받아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택이의 행동이 도무지 이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 어려운게 사실이니 말이다.

 

택이에게는 대단한 용기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그 정도의 이야기는 고백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선우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선우가 보라의 남편이라는 확신도 아직은 성급하다. 선우의 상대는 재미있게도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정봉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편의 성향을 보면 정환 일 가능성이 99.9%다. 하지만 도룡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범주다. 여기에 택이가 1988년 첫 눈이 오는 날 이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혼란스러운 남편 찾기로 접어들게 되었다. 빠르게 선우를 덕선의 남편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대단한 한 수가 되었다.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였던 선우를 초기에 제외하면서 덕선의 남편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보라를 중심으로 한 남편 찾기마저 선우와 정봉을 앞세워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덕선 남편 찾기만이 아니라 보라 남편 찾기까지 가세하며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이번 수는 택이의 우승을 가능케 했던 한 수처럼 다가온다.

 

택이는 살아있는 전설인 '돌부처'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하고 있다. 시계방을 하던 아버지를 둔 어린 이창호는 바둑의 신동이었고, 중국에서는 신과 같은 대접을 받았던 인물이다. 오늘 방송에 나왔던 국제대회는 실제 '농심배' 대회의 전설을 그대로 담은 내용이기도 하다. 불혹이 된 그가 이제는 신이 아닌 인간계로 내려와 있지만 여전히 현재 시점에도 중국 바둑 팬들에게는 '신'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함으로 다가온다.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를 모델로 한 택이는 과연 사랑에 성공할까?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점에서 타고난 승부사인 택이라면 성공할 수도 있어 보인다.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투덜거리는 정환보다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덕선 역시 아직은 어린 아이와 같다는 점에서 너무 정신적으로 성숙한 택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첫 눈과 첫사랑. 아련하게 보일 수도 있고 이제 막 그 단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역사를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덕선을 둘러싼 <응답하라 1988>의 첫 눈과 첫사랑은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하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단 속설을 생각해보면 현재 드러난 그들의 조합은 모두가 뒤틀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1988>의 사랑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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