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3. 09:01

육룡이 나르샤 24회-박혁권이 길선미로 돌아온 이유는 명확해졌다

길태미가 이방지에게 무릎을 꿇은 후 긴 시간이 흐른 후 길선미가 등장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갑작스럽게 등장한 길선미는 여전히 강력한 존재다. 삼한제일검이 된 이방지이지만 길선미와의 대결은 결코 쉽지 않다. 나약한 땅새 시절부터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길선미가 돌아온 이유;

고려 말 혼용무도, 분노와 개혁은 당연한 이치로 이어질 뿐이다

 

 

 

이방지 앞에 갑자기 등장한 인물. 그는 길태미의 쌍둥이 형인 길선미였다. 길선미를 처음 보는 무휼은 당혹스러웠고, 이방지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땅새에서 이방지로 만들어준 인물이 바로 길선미이기 때문이다. 그는 왜 이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보다 그와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우선일 정도로 이방지에게 길선미는 특별한 존재다.

 

조준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자료를 차지하기 위한 무리들의 쟁탈은 생사를 오가는 긴박함으로 이어졌다. 토지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정도전과 이성계 측과 자신들의 비리를 감춰야 하는 조민수와 권문세족들, 그리고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비밀조직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권문세족들이 토지겸병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통해 백성들의 땅을 빼앗고 착취를 해온 모든 사실들이 조준의 기록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그 서책들은 결코 이성계 측에 넘어가서는 안 되는 내용들이었다.

 

이방지와 무휼이 하륜이 이끌고 온 무리들과 대결을 벌이는 동안 서책들을 가지고 도주하던 인물을 이방원이 처리한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흑첩들에게 붙잡혀 하륜과 독대를 하게 된 이방원. 그 자리에서 관상을 볼 줄 안다는 하륜은 이방원이 자신과 닮았다며 왜 정도전과 함께 있느냐며 의아해 한다.

 

하륜은 나라가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다고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가질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오직 권력에 기생해 호위호식을 하는 것만이 목적인 하륜에게 이방원은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가슴 속에 키우고 있는 벌레를 그는 발견했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이방원은 기본적으로 홍인방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마음속에 어둠은 존재하지 않고 어둠이 없기에 죄책감이 없다. 일이 잘못되면 반성 정도는 하지만 뼈저린 후회와 반성은 해본 적 없는 이방원과 홍인방의 결정적인 차이는 따로 있었다.

 

 

홍인방은 평생 누군가를 모셔야 하는 운명이고, 이방원은 누군가를 거느려야 하는 상이라고 했다. 결국 하륜의 이 관상은 이방원이 조선 3대 왕이 되는 과정과 함께 한다. 이방원의 조력자가 되어 왕자의 난을 이끌었던 하륜의 활약은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둘의 만남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분이의 기지로 이방원은 위기에서 벗어났고, 문제의 물건을 거둬가기 위해 미끼 전략을 세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다. 조준의 자료를 가지고 움직이던 분이는 길선미에게 잡혔고, 뒤늦게 찾아온 이방원과 이방지, 무휼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길선미는 의문의 여성이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쉽게 포기해 버렸다.

 

이방지와 분이가 누구인지를 알고 길선미가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그들은 그에게 중요하다. 이들 어머니인 연양이 그만큼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분이라 불리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성계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조민수 장군과 같은 권력을 탐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 비밀조직의 역할은 정도전의 죽음 이후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조준이 준비한 자료를 빼앗긴 조민수는 분개하고 하륜은 이색을 이용해 이성계와 정도전을 막기 위해 나섰다. 이성계가 강력해지는 것을 막고 싶어 한 이색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늑대를 선택한 이색으로 인해 도당에서 토지개혁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륜의 지략으로 방어에 나섰듯 정도전이라고 가만있지는 않았다. 이미 하륜의 행동을 읽은 정도전은 도당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제안으로 권문세족과 사대부의 연합을 깨트려버렸으니 말이다. 천결(1결=10마지기=3,000평)을 가진 자부터 먼저 조사하자는 정도전의 제안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절대다수의 힘을 이용해 토지개혁 반대에 힘을 합한 두 집단이지만 정도전이 제안한 그 틈을 공략한 수는 이들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고 말았다. 함께 할 이유와 근거를 찾지 못하는 '천결'은 결국 조민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사대부보다 세력이 크고 강대한 권문세족들 다수가 천결 이상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도전의 목표는 그들이다. 그리고 사대부들은 자신들을 피해가는 이 목표에 안심을 하고 정도전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하륜은 다시 한 번 조민수를 움직인다.

 

위화도 회군과 최영 장군의 제거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이어진 상황에서 조민수가 사병을 일으키면 이성계 측에서 제안을 해올 것이라는 것이다. 연이은 전투는 백성들을 분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성계와 정도전은 결코 정면대결을 해오지 않을 것이라는 하륜의 지략은 정확했다. 문제는 조민수는 하륜의 제안을 넘어서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척'만 하라는 하륜의 제안과 달리, 조민수는 이성계와 그 핵심인사들을 모두 제거해 이번 싸움의 승자가 되고 싶어 했다. 이성계와 휘하 장수들, 그리고 아들들과 정도전까지 조민수는 화해한 기념으로 도화전에서 성대한 연회를 가지겠다며 초대를 한다.

 

도화전에서 숨겨둔 자신의 사병들을 통해 이성계를 제거해 고려 최고의 존재가 되겠다는 조민수의 계획은 결국 성공할 수는 없다. 역사가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역사와 조금 다른 드마라적인 요소들이 개입하며 더욱 흥미로운 상황들을 만들기는 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조민수의 도발이 곧 권문세족의 붕괴와 창왕의 몰락, 공양양 추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겁탈을 당하며 인생이 달라져버린 연희. 그녀는 조민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다 자신을 겁탈했던 인물과 마주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그녀를 붕괴시켰다. 충분히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그녀였지만 그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기절까지 할 정도로 그녀에게 어린 시절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땅새와 분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이뤄지면 고향으로 함께 가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등장한 과거의 공포는 그들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해서 씁쓸하다.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었던 분이. 그리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함께 한 땅새 방지. 그들은 결국 정도전의 죽음과 함께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는 없는 운명이 된다.

 

 

길선미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방지와 분이 역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민초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중요한 인물로 각인되어 드라마에 등장한 이유는 작가의 생각이 그들을 통해 투영되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이 할 수 있는 일은 역사서가 기록한 것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인물을 가공해 등장한다는 것은 이를 통해 역사를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섯 마리의 용이 조선을 건국했다는 그럴 듯한 의미를 담은 작가는 세 명의 역사적 인물과 세 명의 만들어진 존재를 내세웠다. 물론 그 안에는 더 많은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말이다.

 

길선미가 삼한제일검 이방지가 땅새이고, 목숨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가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들이 연양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분이 지시한 조준의 물건을 찾는 것까지 포기할 정도다. 이 정도라면 길선미가 연양과 함께 있다거나 그녀와의 인연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땅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땅새 어머니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졌던 길선미. 그는 그래서 땅새를 최고의 검객인 장삼봉에게 무술을 배울 수 있도록 제안을 했다. 최소한 이런 난세에 자신의 목숨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말이다.

 

'교수신문'은 올 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매년 한 해를 정리하며 그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사자성어로 표현하던 그들은 금기를 깼다. 그동안 한 번도 군주를 언급하지 않았던 그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혼용무도'라는 말을 채택했으니 말이다.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었듯 '혼용무도 昏庸無道'는 흔히 접하지 않은 두 개의 조합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을 함께 부르는 '혼용'과 함께 '논어'의 '천하무도' 속 '무도'를 합해서 표현한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 속 내용과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용'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모든 것이 제대로 행해지지 못하는 한 해가 되었다는 교수들의 지적에 반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 무능함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만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와 여전히 그 곁에서 기생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혼용무도'에 분노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려 말 학자들도 어쩌면 '혼용무도'한 세상이라고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군주는 있지만 이미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당 3인방의 패악 질은 극에 달했다. 모든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권문세족들에 의해 백성들은 도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분노는 당연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정도전은 이성계를 일깨웠고, 그들은 부패한 고려를 멸하고 새로운 나라인 조선을 건국했다. 이후 권력만을 쫓는 이들에 의해 세상은 다시 그들의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악의 수레바퀴가 이어지지만 최소한 잘못된 현실에 대한 분노는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정도전의 개혁은 실패한다. 조륜과 조준이 이방원을 옹립하며 무너진 그 꿈으로 인해 이방지와 분이는 이방원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작가가 그리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중요하다. 그리고 앞선 작품인 <뿌리깊은 나무>와 연결해 본다면 그 비밀 조직은 정도전의 동생 정도광의 아들 정기준이 비밀조직 밀본의 3대 본원이었다는 사실은 강력한 연결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길선미는 그 비밀조직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방원이 아닌 정도전이 바라는 세상이자 분이가 꿈이라고 표현한 미래다. 그런 점에서 길선미의 등장은 이방지와 분이 남매가 이방원이 아닌 비밀조직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의미한다고 보여 진다. 역사가 기록한 것과 기록하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그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작가의 힘은 이후 더욱 강력하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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