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4. 08:02

디어 마이 프렌즈 1회-고현정의 꼰대 적응기, 노희경은 이번에도 옳았다

완이는 엄마의 동창회에 참석했다. 36살이나 먹어 더는 가고 싶지 않았던 그곳을 찾은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원이 이모가 미국에서 온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 왁자지껄한 꼰대들의 모임은 완이를 힘겹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 완이에게 엄마는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고 한다.

 

완이의 꼰대 적응기;

왁자지껄 꼰대들의 동창회, 첫 회 모든 것을 담아낸 작가와 시니어벤저스의 존재감

 

 

노희경 작가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노 작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모두 등장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감히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아직 결혼도 못하고, 책도 내지 못한 채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대학까지 나온 완이. 완이가 가장 싫어하는 석균(신구) 아저씨의 말처럼 그녀는 36살이라는 어정쩡한 나이에 스스로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랑했던 연하의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선배는 유부남이다. 그 미묘한 경계 속에서 완이는 엄마와 이모들의 세계에 들어섰다.

 

이제는 제법 유명한 짬뽕집 주인인 엄마 장난희(고두심) 여사는 친구들과 콜라텍을 가는 게 그나마 유일한 낙이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엄마는 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 영원(박원숙)과 30년 동안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이 유학을 갔을 때도 언제나 친엄마 이상으로 자신을 챙겨줬던 영원 이모를 왜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사는 둘째 아들네 집으로 갔던 희자(김혜자) 이모가 갑자기 엄마 가게에 나타났다. 벽장 안에서 잠든 채 숨진 남편. 평상 큰 어려움 없이 살았던 희자는 남편의 죽음과 함께 존재감마저 사라진 인물이 되고 말았다. 장례식이 끝난 후 아들들과 며느리들의 싸움 소리를 듣고 희자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어야 했어"라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죽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살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의 그 발언은 희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자신 만의 삶을 살고 싶어 떠난 필리핀에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삶이었다.

 

메이드들은 자신의 일을 빼앗길까 언제나 희자를 경계했다. 그런 곳에서 홀로 방치되어 살 수 없었던 희자는 과감하게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희자의 절친인 정아(나문희)는 한 평생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전형적인 어머니다. 시부모 모시고 시동생들마저 키워야 했던 정아는 짠돌이 남편에 의해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면서도 항상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곧 떠날 세계여행 때문이었다. 언제나 힘든 상황이 닥치면 남편인 석균은 세계여행 이야기를 했다. 은퇴하면 떠난다는 세계여행이 자꾸 뒤로 밀리기는 했지만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아직도 처녀라며 꼰대들하고는 함께 놀고 싶지 않다는 충남(윤여정) 이모는 재미있다. 열심히 일하고 젊은 사람들과 즐기며 사는 것이 낙인 충남은 지적 허영심도 있다. 돈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고가에 사주고 술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며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행복이었다.

 

문제는 충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었다. 그들은 충남을 꼰대로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의 봉 노릇을 하는 충남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 연기를 할 뿐이었다. 눈치 없는 충남은 그렇게 난희와 영원이 머리채를 잡고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했다. 30년 동안 묵었던 감정을 풀어내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다행이었지만 순박해서 눈치 없는 충남이다.

 

완이는 영원 이모의 전화를 받고 그토록 가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동창회에 이모들을 태우고 떠났다.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그들의 행동은 도착도 하기 전부터 혼란스럽기만 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외할머니에게 자꾸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먹고 싶지 않은 과일들을 자꾸 먹이는 정아 이모. 듣고 싶지 않은 음악을 좋냐고 묻는 희자 이모까지 동창회에 가는 차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완이는 싫었다.

 

배가 아프다는 희자와 10분만 참으라는 완이. 노인네는 참을 수 없다며 급하게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어 마이 프렌즈>를 상징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되었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이해하지만 다른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상황이 곧 이 드라마의 주제이고 풀어내야 할 과제였기 때문이다.

 

완이는 엄마가 왜 자신이 좋아하는 영원 이모와 원수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영원 이모의 절친과 바람이 난 것을 엄마가 안방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품고 30년을 살아야 했던 엄마. 믿었던 가장 친한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 바보처럼 자신의 집에서 남편이 친구의 절친과 발가벗고 있는 모습을 발견해야 했을 때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첫 회 등장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디어 마이 프렌즈>는 왜 이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다. 언제나 옳았던 노희경 작가는 이번에도 옳았다.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던 부모 세대를 정면으로 바라본 노 작가의 선택은 이번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살아 숨 쉬는 첫 회는 완이 엄마의 동창회로 모두 풀어냈다. 왜 노희경 작가가 위대한지는 이 전개 과정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던 그들의 세계를 이토록 담백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신이 내린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인 완이를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소통하는 과정은 <디어 마이 프렌즈>가 풀어내고 싶은 것의 전부다. 꼰대라 부르는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선 완이는 과연 어떤 모습들을 바라볼까? 꼰대라 명명하며 어울리기를 거부했던 우리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그들을 친구로 맞이할 수 있을까? 작가가 던지는 그 의문을 우리도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