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 08:24

더블유 W 12회-이종석은 왜 스스로 신이 되어야만 했을까?

만화 속에서 그 만화를 탐독하고 연주와 함께 강철은 차원을 여는 문을 통해 현실 세계로 들어선다. 영특한 강철은 우연하게 얻게 된 만화를 통해 마치 기억을 되찾은 사람처럼 모든 것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진범에게 집어 삼켜진 오성무를 대신해 강철은 이 모든 것을 이끌기 시작했다.

 

기억이 아닌 짐작의 힘;

모든 계획 뒤집은 진범, 역설적인 방식으로 설정 값마저 바꿔버린 강철

 

 

만화 속 세상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실이 만화를 지배하는 관계 속에서 진범의 폭주와 강철의 등장으로 그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강철은 종속적인 세계관을 뒤집어 서로 독립된 두 개의 세계를 살아간다고 규정했다. 그렇게 이제 두 세계는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되었다.

 

현실로 돌아온 강철은 본격적으로 세계관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오성무가 만화 'W'를 모두 그린 테블릿 PC부터 해체하기 시작했다. 두 세계가 연결되는 유일한 문인 태블릿 PC가 종료되면서 단절이 시작되었다. 컴퓨터 공학과 출신의 뛰어난 존재로 설정된 강철답게 재조립해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만든 강철은 그 안에 갇힌 진범과 마주한다.

 

얼굴을 빼앗긴 오성무를 보면서 더는 그 사람이 신은 아니라고 확정한다. 새롭게 조립한 태블릿 PC를 켜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진범에게 마지막을 예고하지만 모든 것이 멈춘 채 그 안에 갇힌 진범은 오히려 웃기만 한다. 주인공이었던 강철이 살인자에 도망자가 된 상황에서 그 자리는 이제 강철이 아닌 진범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주도하고 이끄는 존재가 바로 주인공이다. 진범에 의해 만화 <W>는 강철이 아니라 진범이 주인공이 되었다. 오성무를 집어삼킨 채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바꿔버린 그는 강철을 모든 문제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그렇게 강철 역시 만화 속 세상에서는 존재감이 점점 상실해갔고 그렇게 신체 일부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진범의 말처럼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강철은 잔인한 살인마로 더는 주도적인 인물이 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강철은 새로운 계획을 준비한다. 진범을 잡기 위한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두가 알지 못한 진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성무가 만화 속으로 빠져든 상황에서 아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강철을 죽이려 했던 오성무는 진범과 마주하게 되었고, 죽음의 위기 속에서 해서는 안 되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살인마인 진범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오성무의 그 약속은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든 이유였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모든 상황을 꿈으로 만든 것이 문제가 되었다. 자각 상태인 진범과 달리 기억을 잃어버린 강철은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진범을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강철은 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냈다. 오성무와 세웠던 계획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진범을 잡아 한철호가 그를 죽일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강철과 연주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강철의 진범 잡기는 강렬하게 이어졌다. 진범이 살고 있는 장소를 설정했던 곳으로 향한 강철은 그 장소 앞에서 스스로 만화 속으로 들어선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두 개의 세계를 오갈 수 있게 된 강철은 그렇게 진범의 집을 찾아 격투 끝에 그를 잡아 경찰에 넘긴다. 그리고 연주를 통해 부탁한 그림으로 그 세계의 상황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DNA를 가진 시체를 그쳐 만화 속 강철이 사망한 것을 정의해버렸다. 마치 세월호 당시가 떠오르게 하는 그 기묘한 상황처럼 말이다.

 

만화 속에서 소멸한 존재가 사라지며 진짜 강철은 더는 사라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는 듯했지만 진범은 다시 한 번 그들의 생각과 달리 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만화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진범 역시 강철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블유W> 12회는 강철로 인해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의하고 해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의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을 간단하게 넘어 새로운 전개를 이끌었다.

 

강철이 규정한 종속된 세계가 아닌 독립된 두 개의 세상이라는 설정은 마지막을 위한 복선이다. 만화와 현실이라는 종속된 세계에서는 강철과 연주가 행복한 사랑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맥락 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는데, 그 세계가 동등한 조건을 가진 서로 다른 독립된 공간이라는 설정은 맥락을 부여하는 이유가 된다.

 

강철이 스스로 신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그렇지 않고는 이후 이야기가 전개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맥락을 부여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자신의 삶마저 스스로 정하는 신이 되어버린 강철은 작가가 원하는 맥락을 위한 결정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영특하게 강철을 스스로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존재로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강철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만화가의 펜에 의해 창조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맥락이 사라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강철을 통해 맥락을 찾으려는 작가로 인해 남은 4번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흘러가게 되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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