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4. 12:01

나를 향한 빅퀘스천 사랑과 가정 그리고 일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

SBS의 UHD 방송을 위한 특집 다큐멘터리로 준비한 것이 바로 <나를 향한 빅퀘스천>이다. 연애와 사랑, 결혼 그리고 일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이 쏟아진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로웠다. 물론 완벽하다고 말 할 수 없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질문이 단 4번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잘하는 일과 즐거운 일;

일과 사랑 그 원초적 질문 속 우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요?



4부작으로 준비되었던 질문이 끝났다.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진 이 다큐멘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결과적으로 행복에 대한 반복되는 질문의 연속이다. 과연 정말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은 없다. 


하나의 답이 아닌 수많은 답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 질문들은 그래서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게 문뜩 궁금해지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윤시윤, 장현성 양희정 부부, 김상호가 질문자로 나서 연애와 결혼, 일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했다. 


김상호가 만난 이들에게 핵심은 일이었다. 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 직접 만나 과연 이들은 왜 이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일은 모든 이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이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살 수 없는 절대 명제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반유왕이에 있는 유황 광산이었다. 카와이젠 화산까지 2시간이 걸려 도착한 후에도 한없이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절대 알 수 없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유황 연기가 가득한 화산에서 유황을 깨내고 옮기는 작업을 사람들이 직접 해야 한다.  


140kg이나 되는 무게를 옮겨야 겨우 1만원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을 감수하며 일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들의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을 제외하고 일을 하며 보내는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인도네시아, 미국, 볼리비아에서 사는 이들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척박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에도 유황 화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삶에는 가족이 있다. 


나의 가족이 나보다는 더 좋은 세상을 살기 바라는 희생이 곧 그 노동자가 하는 일의 전부였다. 독한 유황 가스에 온 몸이 망가지고, 길도 없는 절벽을 오가는 아찔한 상황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일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 하다. 내가 아닌 가족, 그리고 자식들이 최소한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 하나 뿐이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110kg이 넘는 폴 댄서의 삶도 흥미로웠다. 폴 댄서는 말 그대로 매력적인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10kg이 넘는 흑인 여성이 하는 폴 댄서의 삶은 모두를 당황하게 했고,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기존 가치를 파괴한 그녀의 삶은 인도네시아 유황 광부 안디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로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나왔고 엄청난 연봉의 삶도 주어졌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물론 편견 속에서 싸워야 하는 거구의 흑인 여성의 삶이 미국이라고 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폴 댄서의 길을 가게 된 것은 어쩌면 평생을 받아왔던 편견과 맞서 싸우기 위함이었다. 


거구로 태어나 그렇게 자란 그녀에게 온갖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 외모만 보고 상대를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거구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해진 듯 했다. 그 모든 편견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폴 댄서 도전이었다. 8년 차 폴 댄서 로즈는 그렇게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이 행복한 일을 선택했다. 그녀에게 일은 도전이자 행복이었다. 


볼리비아의 여성 프로 레슬러 테레사의 일은 사회 개혁을 촉발했다. 볼리비아 아이마르 족의 전통 복장인 촐리타는 여러겹의 치마를 입는 방식을 의미한다. 촐리타 레슬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몸으로 링 위에 올라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1살인 촐리타 레슬러 테레사가 엄청난 부상 위험 속에서도 레슬링을 하는 이유는 볼리비아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타파하기 위함이었다. 평일에는 과일 도매상으로 시장에서 사는 평범한 이 여성은 주말만 되면 촐리타 레슬러가 되어 무대 위에 선다. 


볼리비아에서는 국민 스포츠라는 촐리타 레슬링은 남자와 여성의 레슬링 경기다. 남자와 여자가 링 위에서 레슬링을 한다는 사실은 힘들 수밖에 없다. 엄청난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는 그녀들이 이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기 위함이다. 


촐리타 레슬링은 기존의 레슬링과는 많이 다르다. 남성은 가혹한 폭력 가해자다. 그리고 그 폭력에 맞서 싸우는 촐리타 레슬러들은 볼리비아 여성들의 희망이다. 평생을 남자들의 노리개 정도로 취급 받으며 살아야 하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그녀는 그렇게 온 몸으로 링 위에서 볼리비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었다. 


무자비한 남성의 폭력에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여성들은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여자를 잔인하게 폭행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볼리비아 여성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링 위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일이 되고 같은 마음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결국 볼리비아 사회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일은 때로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했다. 남성에게 수많은 폭력을 당하면서도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울분이 그렇게 링 위에서 촐리타 레슬러들에 의해 재현되었고, 남성과 맞서 싸우는 그녀들에 동화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때로는 그 일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폭력에 저항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촐리타 레슬링은 2014년 볼리비아에 '여성보호법 제정'을 제정하게 만들었다. 


인형과 사는 남자. 비혼식. 폴리아모리와 코페어런팅, 트랜스젠더가 된 남편이자 여자가 된 부부.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해보게 한 <나를 향한 빅퀘스천>은 우리에게 질문을 계속 던졌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정답은 없다. 정답이 주어질 수 없는 이 근본적인 고민들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질문이자 고민이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에 반하는 연애와 결혼관이라고 거부할 수 있을까?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오직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위해 인간이 소모품으로 취급되던 시대와도 결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가치에 대한 맹목적인 실천이 과연 행복일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 된다" 잘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가치가 일이 되어야 한다. 각자 환경에 따라 일의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와 미국, 그리고 볼리비아에서 만난 그들의 일과 삶이 서로 다르듯 동일한 주제의 가치 역시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과 부부, 일이 있다.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가치만 주장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나를 향한 빅퀘스천>은 영원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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