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 09:06

네스호 괴물과 사법부 괴물, 그리고 여전한 삼성이란 거대한 괴물

삼성 서비스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영장 전담 판사에 의해 거부 되었다. 대한민국 위에 존재한다는 삼성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가 다시 한 번 사법부에서 나온 셈이다. 이를 두고 억지 주장이라 이야기하고 사법부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네스호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논란이 되듯 말이다.


네스호 괴물의 딜레마;

증명할 수 없어 오히려 증명이 되는 기괴한 상황들



네스호에 정말 괴물이 살고 있을까? 백두산 천지에도 괴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목격자도 존재하고 사진에 찍혔다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상 논의되는 괴물이 존재하기는 힘들다는 과학적 접근을 하는 이들이 더 많다.


<JTBC 뉴스룸>은 '앵커브리핑'을 통해 증명할 수 없는 실체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네스호 괴물과 사법부의 전관예우를 비교했다. 흥미로운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분명 실제 한다고 믿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네스호 괴물은 주체와 객체가 모두 모호해 반박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네스호에 괴물이 산다는 목격담으로 인해 그곳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여전히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과 영화들이 생산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미 네스호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과학적인 증명이 쉽지 않았던 시절 목격된 혹은 찍힌 사진들은 시간이 흐르며 민망한 장난 정도로 언급되기도 한다.


괴물의 실체와 상관없이 이미 수많은 이들은 스코틀랜드 네스호에는 괴물이 살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미 마음 속에 네스호 괴물은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말이다. 전현직 판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관예우가 시민들 눈에는 보인다고 한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네스호 괴물을 마음 한 쪽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법조인들에게는 전관예우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증명하기 어려운 전관예우는 네스호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수많은 이들이 그리고 결과로 전관예우는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법부 관계자들은 그런 일은 없다고 주장할 뿐이다. 전관예우만이 아니라 법원이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원이 정권에 순치된 판결을 내려왔다는 의혹들도 쏟아졌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판사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었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내용까지 감안한다면 사법부는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트렸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를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고 그들 자신이다. 독립된 객체로서 법의 심판을 공정하게 내려 줄 것이라 믿었던 마지막 보루가 철저하게 부패한 집단이었다면 법치국가의 근간은 무너져 내린다. 그들이 정치 집단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며 많은 노동자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그들을 사법부 자체 특조위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기가 막히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국민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정정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은 쉽게 재정립 되기 어려울 정도로 붕괴되었다.  


이 모든 재앙은 누구의 잘못이 아닌 사법부가 선택한 결과다. 독립된 권력으로 법치국가의 한 축이 되어야 할 그들이 정치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고,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사법 거래까지 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뼈를 깎는 개혁 없이는 다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김기춘이 간첩조작 사건으로 박정희 독재 정권을 비호하던 시절, 양승태는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의 1심 판결을 해왔던 존재다. 그런 자가 이명박 시절 대법원장이 되어 박근혜 정권에서 사법 거래를 해왔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사용해왔던 자에게 완장을 채워준 것 자체가 문제였다.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피의사실의 경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어 구속수사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삼성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 실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 윗선 수사를 위한 과정인 박 전 대표이사 구속이 무산되며 삼성 수사는 다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삼성과 연루되면 그 어떤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어렵다는 소문들 역시 사실로 드러나는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그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공화국은 여전히 건재하며, 그 어떤 짓을 해도 사법부가 손도 댈 수 없다는 확신만 심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조파괴 작업인 '그린화' 작업 추진을 강력한 지시한 자가 바로 영장이 기각된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에게 지시를 받고 실행한 최모 전무는 구속이 되었는데, 지시한 자는 구속할 수 없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삼성 이재용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과 뭐가 다른가. 


"2013년 노동청 수사 당시 협력업체 사장들을 회유하고 허위진술을 강요하는가 하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최 전무 등 관계자들과 연락하고 모두 같은 시기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명백하다"


검찰은 구체적인 사안들을 들어 사법부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그들의 결정에 일관성과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격한 표현으로 삼성 관련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촛불 정국에서 개혁 1순위는 '검찰'이었다. 그런 그들보다 더 한 집단이 사법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치국가에서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믿을 수 없게 되면 모든 것은 무너진다. 가장 중요한 근간이 무너지면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법부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만이 아니라, 협력했던 자들 역시 모두 사법 처리가 되어야 한다. 


국제연구팀이 네스호 주변에 DNA 샘플을 채취해 괴물을 실체를 밝혀낼 계획이라고 한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궁금증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네스호 괴물의 실체를 증명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이 되어버렸다. 


사법부라는 거대한 괴물을 잡는 것은 네스호 괴물을 생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법부 개혁이라는 숙명은 거스를 수 없는 상태까지 왔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셀 것이다. 그리고 괴물들은 정체를 숨긴 채 다시 음험한 괴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 이는 그들 스스로 다시 세워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만이 아니라 의혹이 있는 모든 이들을 전수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든 사법거래를 해왔던 한심한 집단들이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쳤다. 개혁 1순위로 지목된 검찰 수사를 통해 개혁을 시작하게 된 사법부는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만 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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