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7. 09:02

손석희의 앵커브리핑-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그리고 문재인과 아베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바로 그렇다. 청산해내지 못한 역사는 그렇게 부메랑처럼 다시 우리를 괴롭힌다. 일본의 침략을 당연하다 외치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의 장학금을 받아 공부해 친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설파하는 자들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친일파 청산을 막은 이승만은 그들에게는 칭송받는 존재다. 국민을 버리고 홀로 도주하더라도 친일파만 구하면 그는 영원히 칭송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들에게 일본은 조국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친일파 청산을 막은 이승만과 그렇게 힘을 키운 토착 왜구들은 아베와 싸우는 현 정부가 눈엣가시일 뿐이다. 

"1961년 8월,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지 석 달이 지난 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일본에 친서를 보냅니다. "근계謹啓 (삼가 아룁니다) 귀하에게 사신을 드리게 된 기회를 갖게 되어 극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961년 8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기시 노부스케 귀하'"

 

"그것은 한국의 최고 권력자가 일본의 막후 실력자에게 보낸 편지글의 시작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기시 노부스케. 기시 노부스케- 전 만주국 산업부 차관 - 전 일본 상공부 대신 - 전 일본 총리. 1930년대 만주국 산업차관을 지내면서 식민지 수탈을 주도했고 1940년대 도조 히데키 내각에서는 상공부 대신을 역임한 A급 전범이자… 지금의 총리,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이며 아베에게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과연 과거를 딛고 양국이 미래로 향해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그는 2년 뒤인 1963년 8월에 두 번째 친서를 보냅니다. "한·일 회담의 조기 타결을 위하여 배전의 협조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1963년 8월,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기시 노부스케 귀하'"

 

"친서를 직접 전달한 인물은 화신백화점 사장을 지낸 박흥식. 박흥식 씨 편으로 전해주신 귀하의 서한에 접하고… 금번 다시 박흥식 씨가 귀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1963년 8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기시 노부스케 귀하' 영화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진 그는 해방 후 반민특위에 의해 첫 번째로 체포된 특급 친일파였습니다"

 

일본군 출신의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벌인 행태들이다. 아베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에 충성 맹세를 한 박정희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모든 것들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친일파 청산도 못한 상황에서 탱크를 몰고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노골적으로 전범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모습은 처량하기만 하다. 

 

구걸을 위해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그리고 A급 전범에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박정희. 이를 두고 현대화를 이끈 절대적인 존재인양 찬양하는 자들도 존재한다. 박정희가 없으면 현재의 대한민국이 없다는 식으로 포장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승만과 박정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될 수도 있었다. 역사는 그런 것이다.

 

"어제(5일)와 오늘 그리고 며칠동안 뉴스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이후에 감춰진 이야기를 취재해서 전해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는 협정의 대가로 들어온 일본의 돈이 결과적으로는 다시 일본의 전범 기업으로 되돌아갔다는 내용을 보도해드렸고… "돈을 빌려줄 때…일본 것을 쓰라고 딱 돼 있어요" "일본과 겹치는 산업 육성 안 돼…""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앞세운 한·일 협력위원회의 면담 문건을 입수해서 전해드렸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 말 없이 손을 꼭 잡고 가자" 한국과 일본은 1965년의 그 협정 이후에 끈끈한 우애를 다졌다고 문건은 말하고 있는데… 그들이 다진 그 우애란, 한국과 일본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가해국과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서로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계기로 이용되었던 것입니다"

 

"그 밀약 아닌 밀약은 빌미가 되어서…"한국은…믿을 수 없는 나라" 그의 외손자로 대표되는 일본의 극우는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 라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국이지요. 오늘 보도해드린 내용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은 또 하나가 존재합니다"

 

"1970년 한·일국교정상화 5년을 맞이한 한국의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식민지 수탈에 앞장선 2차 대전의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에게 한국의 정부가 수여하는 1등급 훈장인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여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는 할아버지가 받은 그 훈장을 보면서…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되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정희가 A급 전범의 손을 잡은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가해국과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서로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로 이용되었다. 이 부분이 팩트다. 쿠데타로 얻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박정희는 가시적인 뭔가를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에 굴욕적인 외교를 통해 차관을 가져와 국가 부흥을 하겠다는 취지 뒤에 수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스위스 계좌는 따로 이야기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부에 의해 박정희가 신격화되어 있지만, 그는 신도 대단한 지도자도 아니다. 술만 마시면 일본 군가를 부르는 경악스러운 친일파일 뿐이었다. 그런 자를 찬양하는 무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정치적 입지를 위해 여전히 죽은 자를 이용하는 그들에게는 박정희는 내세우기 좋은 존재일 뿐이다.

둘의 밀약은 결국 외손자인 아베와 그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에 의해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불평하는 이유처럼 사용되고 있다. 기시 노부스케에게 1등급 훈장을 수여한 박정희. A급 전범에게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기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학살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나치 A급 전범에게 1등급 훈장을 수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쟁 전범에게 훈장을 준 나라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아베가 되뇌이는 의문은 그런 것일 수도 있다. A급 전범인 외할아버지에게 1등급 훈장을 수여한 전쟁 피해국.

 

아베의 세계관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는 A급 전범인 외할아버지의 삶은 그가 한국을 바라보는 통로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손자와 딸은 그래서 잘 통했는지도 모른다. 아베가 원하면 박근혜는 알아서 충성 맹세를 하는 모습은 다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정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에 반하는 지점에 있는 문 정부는 아베가 생각하는 그런 권력이 아니다. 일본에 충성하고, 그들이 원하는 과거사 왜곡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과거사를 바로잡고,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문 정부에게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아베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제 보복을 통해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공격은 부메랑이 되어 일본을 향하고 있다. 일 경제보복은 그동안 청산하지 못한 친일을 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친일 청산을 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구축되어가고 있다. 당장 삼성은 '탈일본'을 선언하고 모든 것들을 개발하거나 '제3국'을 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는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의 자존감을 되찾게 하고 있다. 흐지부지하던 청산의 기회를 아베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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