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 11:02

라켓소년단 2회-카레와 봄동김치에 담은 이들이 사는 법

착한 드라마가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다. 곧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시즌2가 방송되기 시작하면 착한 드라마가 중심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자극이 대세인 시대에 역행하는 이야기는 대단한 모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의 가치는 더욱 크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서 땅끝인 해남까지 이사를 한 윤 씨 가족들의 생존기는 확장을 통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소통의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배드민턴 코치 자리가 나 해남까지 온 현종은 아이들이 걱정이었지만 빠르게 적응 중이다.

한때 신동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해강이 승부욕으로 인해 중학교 배드민턴부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단발성이었지만, 봄이면 입학할 초등학생에게 완패를 당한 후 설욕을 다짐하며 정식 배드민턴부가 되었다. 부모 모두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였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귀로일지도 모른다.

 

시골의 삶은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 한다리 건너 모두 아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도시와 큰 차이가 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저 5분이나 10분 후면 다음 버스가 오는 것과 달리, 시골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자리가 있어도 먼저 앉아서도 안 된다. 노인들이 많은 시골에서 좌석은 할머니, 할아버지 우선권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제일 여중 선수들과 합숙을 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제일 여중의 몫이다. 배드민턴 선수들 답게 이를 이용해 내기를 하지만 언제나 압도적인 실력을 보인 세윤으로 인해 주도권은 제일 여중의 몫이 되었으니 말이다.

 

현종은 과거 전설적인 코치인 '하얀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를 알고 있는 이를 통해 듣는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대단했다. 아이들을 때리거나 큰소리를 치지 않고도 훈련을 시키고, '하얀 늑대'만 나타나면 아이들을 긴장하는 이유는 FM이었다.

 

폭력을 앞세운 훈련이 아니라 완벽한 FM 훈련으로 아이들이 쉴 수도 없어 불만일 정도였다. 이 전설적인 코치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막내인 용태가 일진들에게 맞았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직접적으로 해강과 관련이 있다.

 

거리에서 남들에게 시비걸던 일진 둘을 본 해강은 오히려 그들과 맞섰다. 강하게 나오는 해강에 기가 죽은 일진들은 도망쳤다. 그리곤 권투부인 일진에게 이야기해 가장 약한 막내인 용태를 데려가 폭행을 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해강은 분노했고, 그들을 도발했다.

 

배드민턴부를 테니스부라고 부르는 그 일진들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는 했지만, 해강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다. 상대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이들과 싸운 배드민턴부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후회는 없다. 그게 당연한 조처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벌어졌다. 배 감독은 이들이 싸웠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 하지만 배 감독이 정말 실망하고 분노한 대상은 싸운 아이들이 아니었다. 배 감독은 주장이자 에이스인 방윤담을 특별하게 여겼다. 그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배 감독이 이번 사안에 대해 대노한 것은 당연한 원칙 때문이었다.

 

폭력 자체는 나쁘다. 하지만 팀 막내가 맞고 들어왔는데 참는 것도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장만 빠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팀 워크가 존재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나무라는 배 감독의 원칙은 하나였다. 팀원은 가족이고, 그들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다음 대회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배 감독. 하지만 사과를 하자 대신 기준을 세웠다. 윤담에게 혼자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훈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하면 대회 출전은 할 수 없다는 언급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홀로 그 많은 양의 훈련을 할 수는 없었다. 배 감독은 처음부터 대회 출전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강이 다시 나섰다. 하지 못한 훈련을 대신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찬과 용태까지 가세하며 이들은 하나가 되었다.

 

배 감독이 원한 모습이다. 서로에게 끈끈한 감정이 없으면 단체 운동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동과 단결, 그리고 같은 팀원들을 위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도 학생 운동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이들은 성장한다. 혼자가 아닌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는 당연히 '함께'다. 그런 점에서 배 감독의 조금은 강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들에게 함께 하는 가치를 배우도록 한 것은 당연했다.

 

해강이 이사 온 동네에 새로운 식구가 늘었다. 서울에서 온 부부다. 그들이 왜 이 곳을 찾았는지 모른다. 다만 해강이 가족도 처음에도 경계를 했던 무서운 할머니와 마주한 이들도 시골의 뜨거운 맛을 봐야 했다.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할머니에 당황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장의 중재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오매 할머니는 절대 무적과 같은 존재였다. 오매 할머니 역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70을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여전히 배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집안 행사가 있어 광주로 갔지만, 시골과는 너무 다른 도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에게 호기롭게 지하철 언급까지 했지만, 처음 마주한 지하철은 어떻게 표를 끊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상황에서 어린 학생의 도움으로 우대권을 받고 목적지까지 온 오매 할머니는 최종 목적지를 찾기도 버거웠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청년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이 산이 아닌가봐"를 외치며 상호마저 잘못 알고 다시 최종 목적지를 찾아 결국은 도착한 오매 할머니와 동생은 청년에게 밥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할 일이 없으니 자신을 도와준 것이 아니냐는 말과 함께 말이다.

 

청년은 오늘 중요한 일들을 놓쳤다. 면접 기회를 잃었고, 시험을 위해 책을 사야 하며, 알바도 가야 한다. 그럼에도 할머니를 도와준 것은 처음 이 도시를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오매 할머니는 깨달았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우매했는지 말이다.

 

서울에서 이사온 부부에게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렇게 서울 부부가 주차를 잘못했던 봄동으로 김치를 담가 그의 집에 놔두고 온 오매 할머니. 그렇게 서울 부부와 오매 할머니는 친해지기 시작했다. 해강이가 마치 오매 할머니 친 손자처럼 된 것처럼 말이다.

내기에서 또 다시 세윤에게 진 해강은 카레를 만들어야 했다. 자신 있게 내놓은 카레였지만, 최악의 카레맛에 모두가 포기했다. 너무 많은 카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해강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물론 다른 친구들은 싸움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말이다.

 

다른 친구들의 말처럼 이장은 몰래 구멍을 파 해강이 준 카레를 묻었다. 오매 할머니 남편인 할아버지는 키우는 강아지에게 줬지만, 강아지마저 이런 것을 자신에게 줬다며 할아버지에게 항의할 정도였다. 모두가 지옥의 맛으로 외면했지만, 신혼부부는 달랐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 해강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민 카레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던져주었다. 사람들에게 속고 피해를 봤던 이들은 쫓기고 쫓겨 땅끝 마을까지 왔다. 그렇게 자신들의 삶 마지막이라 생각한 그 집에서 맛본 카레는 이들 부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삶을 포기한 순간 맛본 지옥의 맛과 같은 카레는 이들 부부에게는 삶의 의욕을 불어넣었으니 말이다. 죽지 않고 살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 서울 부부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착한 드라마는 역시 착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를 속이고, 죽이는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서로를 돕고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가 주는 신선함은 의외로 크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청정한 드라마 하나를 애정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과 구독하기를 눌러주세요]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