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입소문은 삽시간에 날개를 달고 그렇게 꾸며진 거짓은 진실을 더욱 의미 없게 만들고는 한다. 비등점에 다다른 상황은 결국 모든 패를 쥐고 있는 석훈을 향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몰리기만 했던 이들의 관계는 지숙이 본격적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은하가 된 지숙의 반전;
비밀을 알고 갈 곳 잃은 민우와 이사회 임시총회에 선 지숙, 반격의 시작
비밀의 방에 숨겨진 진실. 그 존재하지 말아야 했던 상황은 결국 과욕의 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 민우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한 석훈의 요구에 의해 책을 비밀의 방에 두고 온 지숙. 마치 짜기라도 하듯 SJ 그룹 회장의 집까지 들어온 평검사의 패기는 결국 비등점을 이끌어냈다.
민우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자신만을 위한 공간인 비밀의 방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철저하게 자신 만의 공간으로 간직하고 살았던 민우의 그곳에 들어선 지숙으로 인해 민우의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보루와 같은 그 공간을 함부로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민우의 성격과 달리,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설정은 오히려 민우를 의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SJ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석훈의 반격은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준비되었다. 주치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메이드를 통해 민우를 서서히 죽어가도록 만들었다. 이것도 모자라 은하마저 약물에 취해 쓰러져 숨지도록 만든 이 상황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완벽한 타이밍에 지숙이 존재했고, 그를 이용해 보다 정교하게 민우를 무너트리고 SJ 그룹을 모두 차지하기 위한 석훈의 도발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지숙을 이용한다면 완벽하게 자신의 계획대로 민우를 무너트리고 SJ를 차지할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에 대한 의존성만 존재한 미연은 언제든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확신했다. 미연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도 떠날 수도 없다는 확신이 석훈에게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석훈의 이런 확신은 결국 몰락으로 이어지는 길이 되었다. 민우 비밀의 방에서 나온 다량의 수면제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석훈을 본 미연은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상황들은 석훈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녀가 술에 취해 석훈에게 그가 모든 것을 가지면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발언은 중요하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경영에도 관심이 없는 미연이 사는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석훈이다. 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인 그녀가 자신이 아끼는 그 남자가 자신을 떠난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착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며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다.
엉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악하지 못한 미연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그리고 잃고 싶지 않은 유일한 존재인 석훈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의 야욕이 채워지지 않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영화 <미저리>에서 무서운 사이코패스 애니처럼 미연 역시 사랑을 위해 석훈을 막을 수밖에는 없다.
다각적인 방식으로 민우를 압박하는 석훈은 지숙에게 지시를 하면서도 하나의 장치만 남기지는 않았다. 책 속에 민우를 함정에 몰아넣을 가짜 서류만이 아니라, 다량의 수면제도 함께 넣어 둘 중 하나를 통해 몰락을 유도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민우의 정신병을 이유로 그를 본부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임시 이사회를 열어 본부장 해임 안을 올린 석훈은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해결되는 듯했다. 지숙이 이사회 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민우다. 민우는 지숙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였던 결혼은 은하가 아닌 지숙이라는 점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변화를 알게 되었다. 그런 변화는 곧 사랑이 싹트게 만들었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든 것을 바꿔 놓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 위대한 감정은 결국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만들었고, 석훈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공간인 비밀의 방에 들어선 지숙. 그녀는 방문이 열려있었다고 했지만 석훈은 믿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민우에게 이런 상황은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철저하게 준비라도 한 것처럼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나섰다. 이 상황은 민우에게 확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숙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방에 수면제를 가져다 놓았느냐는 질문에 지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민우는 거짓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랐지만 지숙은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민우는 지숙을 사랑했고, 지숙 역시 민우를 사랑했다.
도로를 반복해서 운전하는 민우는 재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 지독한 곳에서 희망은 곧 지숙이었다. 믿었던 지숙마저 자신을 몰락시키기 위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민우는 더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민우의 이런 발언은 자각을 이끌고 자신이 얼마나 지숙을 사랑하는지 확신하는 시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숙의 변화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바보스럽기만 했던 지숙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석훈에게 협박처럼 받았던 지숙은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지숙. 오직 돈이라면 그 어떤 짓도 망설이지 않는 사채업자 심 사장의 협박에도 지숙은 당당해졌다. 수동적으로 협박에 당하기만 하던 지숙은 오히려 심 사장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사회 장까지 들어선 지숙의 용기는 곧 변신의 시작이다.
돈을 벌지 않으면 가면을 벗지 않겠다는 지숙. 석훈이 그녀에게 했던 "아무리 애를 써도 힘이 없으면 짓밟히고 만다"는 발언은 중요하다. 그녀가 석훈에게 이 말을 하는 순간 그의 결심은 견고했다. 석훈에 의해 조정당하지 않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미연의 취중진담과 지숙의 분노는 결국 석훈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석훈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나아갔다. 석훈에게 당하기만 했던 이들은 비등점에 다다라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런 반격의 흐름은 결국 석훈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숙의 비밀을 민우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문의 정체는 은하가 아닌 지숙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줄 테니 말이다. 오히려 민우가 지숙의 정체를 아는 것이 석훈의 탐욕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답답할 정도로 당하기만 하던 지숙이 스스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지숙과 미연의 모습은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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