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를 통해 사랑이라는 정의를 나누는 <가면>은 답답한 상황으로 아쉬움을 주고 있다. 악마나 다름없는 존재를 더욱 악마로 만들고 덫에 빠지게 만들기 위해 변지숙을 답답함으로 몰아넣는 과정이 문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상황을 만드는 작가의 선택이 아쉽다.
눈부처로 푼 사랑;
악랄해지는 석훈과 궁지에 몰린 지숙, 전입가경이 되어가는 상황들
지숙의 친동생인 지혁이 궁지에 몰렸다. 자신의 어머니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돈은 없는 현실 속에서 달콤한 유혹은 그를 힘겹게 했다. 살인을 청부하고 일을 수행하기 위해 나선 지혁을 막기 위해 정신없는 질주는 그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동생이 남긴 음성을 듣고 다급해진 지숙은 민우를 버리고 질주를 하지만 경찰에 붙잡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문 감식을 하려는 경찰과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지숙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왕자는 민우였다. 지숙을 위기에서 구하고 그녀에게 다시 키를 건네는 민우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혁이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인 지숙은 곧바로 알려준 주소지로 향하지만 그곳에는 사채업자인 심 사장이 있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자의 전화를 받고 지혁을 죽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마 업자의 제안을 거부한 지혁은 자신이 죽음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생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다급해진 지숙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지혁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지숙은 당연하게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 사악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하는 사채업자인 심 사장이 지숙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거침없이 위험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철저하게 숨겨야만 하는 정체를 동생을 위해 드러낸 지숙. 그 기본적인 원칙이 깨지면서 지숙의 정체를 알게 되는 사람들이 늘며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 불안이 더욱 커지는 것은 우월적 지위로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석훈을 위기로 빠질 수밖에 없다.
석훈은 지숙이 완벽한 서은하여야만 한다. 서은하로 살게 되면 완벽하게 그녀를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숙의 정체를 자신의 친동생인 지혁과 사채업자인 심 사장까지 알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지훈과 심 사장이 지숙의 정체가 탄로 났음을 알고 있는 석훈의 모습은 아쉽다. 상황을 주도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스스로 신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도적인 권리를 누리고 상황을 지배하는 독재자적 성향을 가진 석훈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정체가 드러난 상황에 이런 식의 대응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숙이 철저하게 은하로 살지 못하고 궁색함으로 불안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타인의 삶을 사는 지숙이 느끼는 불안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거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한 지숙이지만 여전히 불안이 떠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그녀의 행동들 자체가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확실하게 그녀가 독하게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숙에게는 그런 설정이 미흡하다. 이런 미흡함은 결국 보다 복잡한 상황과 심도 깊은 이야기로 나아갈 수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석훈이 독하고 잔인한 인물이지만 몰입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아쉬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다 냉철하고 진짜 악마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야 집중력이 커질 텐데 그저 뒷수습하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점철되는 석훈은 어설픈 악마로 다가올 뿐이다. 결국 무너지고 처절하게 망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석훈의 행동이 강하게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은하를 믿느냐는 미연의 말에 민우는 그녀의 눈에서 '눈부처'를 봤다고 이야기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고로 다가온다. 미연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눈부처를 확인했다는 민우의 말 속에 서로 다른 두 남녀의 엇갈린 운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혁을 구하고 잠시 숨을 돌리던 지숙이 "밥은 먹었어"라고 건네는 이 대사는 오늘 방송에서 가장 극적이며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드라마를 위한 대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삶을 보여주는 이 대사 하나가 많은 것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석훈과 지숙의 역할론은 결국 상황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다.
지숙이 지혁과 심 사사장에게 정체를 들키고 불안해하는 상황까지도 석훈은 모두 예상한 듯 등장한다. 지숙이 현금 3억이 필요한 상황은 당연하게도 자신에게 달려와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숙은 석훈이 아닌 민우를 찾았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석훈은 마치 모든 것을 예측한 듯 민우마저 위기로 몰아넣는다.
죽은 김정태의 사건에 민우까지 개입시켜 몰락시키려는 행동이었다. 철저하게 석훈에 의해 조정당하는 상황은 어설프게 다가온다. 신이 된 듯 모든 것을 움직이는 석훈의 행동은 결국 역습을 당하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훈의 과도한 자신감은 결국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이미 한 번 무너진 둑은 더욱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우를 정신병자로 몰아 회사 운영에서 물러나게 만든 뒤 SJ 그룹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석훈의 탐욕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풀장에 다가서다 정신을 잃은 민우. 그런 그를 구해낸 지숙 사이에 감정이 점점 커지는 것 역시 석훈에게는 위기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듯, 석훈의 일방적이고 주독한 행동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미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상황에서 지숙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적인 석훈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남자 민우와 함께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이 이제 <가면>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으로 다가온다.
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면>은 석훈의 캐릭터 설정이 단순해지고, 지숙을 답답한 존재로 전락시키며 아쉬움을 키워버렸다. 이런 상황들은 어쩌면 중반을 넘어서기 전에 전개가 되며 보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해야했지만, 뒷수습하기에 급급한 내용 전개는 아쉽다.
민우가 밝힌 눈부처는 결국 <가면>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복선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답을 정해놓은 이 드라마에서 '눈부처'라는 단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눈부처'는 민우와 지숙, 석훈과 미연의 관계를 예고하고 결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랑이 치유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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