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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가족입니다 14회-화나는 일이 자신 뿐이었던 한 남자의 삶

by 자이미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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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종양 소식에 아이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수술을 한 상식은 깨어나자마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겨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막내는 가족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해외로 떠나버렸다.

 

은희의 손에 끼워진 결혼 반지는 누군가가 준 선물이 아니었다. 지난 과거를 모두 정리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지독한 시간을 채워낸 그 기간동안 자신을 옥죄고 있었던 모든 감정들과 결별을 선언한 은희는 모든 것들을 내던졌다.

회사는 1년 전 이미 퇴사를 준비했기에 홀가분했다.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감정선들이 즐비했던 노트들을 모두 버리고, 컴퓨터에 저장되었던 글들도 과감하게 휴지통에 버린 은희는 홀가분했다. 찬혁에 자신에게 다가온 순간 모든 것은 새롭게 리셋이 되었다.

 

9년 연애를 끝내고 독립을 한 은희는 그렇게 가족 울타리가 너무 헐거워서 서럽게 울었다. 하지만 딸의 짐을 옮겨준 아버지는 은희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서둘러 나와 트럭에 올라 탄 채 울 수밖에 없었다.

 

자기 곁을 떠난 딸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저 응원만 할 수밖에 없었던 나약한 아버지는 자신의 헐거운 어깨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물을 보지 못한 은희는 그저 가족의 울타리가 헐거워 아쉬웠다. 자기 앞에서 함께 울었다면 더 단단해졌을까?

 

태형은 홀로 은주 어머니를 뵈러왔다. 하지만 평소와 너무 다른 사위의 전화에 놀라 은주에 연락을 했다. 그렇게 둘이 들어와 한 이야기는 이혼이었다. 더는 좋아하지 않아 이혼한다는 딸의 말에 진숙은 의아했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딸이다.

 

그런 딸이 태형이 왔다고 서둘러 와서 옆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거짓말이었다. 은주는 태형에게 성 정체성 문제로 이혼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그들이 처음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언급했다. 가족이 싫어 결혼해 친구처럼 살고 싶었다고 말이다.

 

진숙은 무너졌다. 다른 이유도 아닌 가족이 싫어 결혼을 결심했다는 큰딸의 마음을 이 말을 듣기 전까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형의 이어진 말에 안심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은주는 가족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말이다.

"우리 가족에게 당신은 항상 손님이었지만, 당신 가족에게 난 가족이었어"

 

태형은 결혼 후 가족이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찾은 은주의 집에서 처음부터 태형은 가족이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그 감정을 그는 이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지 뒤늦게 깨달았다.

 

이혼을 선언한 딸을 쓰다듬으며 오히려 위로하는 엄마 진숙의 마음은 아프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아플 딸을 위로하는 엄마 진숙은 그렇게 말도 하지 못하고 아팠을 딸이 더 걱정이다. 자신이 졸혼을 선언해서 이혼한 것은 아닌가 우려까지 하는 엄마의 마음은 그랬다.

 

"나랑 오늘부터 1일"하려고 자신에게 선물했다는 은희에게 찬혁은 그런 너랑 1일이라며 직진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찬혁의 행동에 오히려 은희가 주춤하게 된다. 막역한 친구 사이일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모든 것들이 다르다.

 

함께 걸으며 손이 스치는 것도 심장이 터질것 같다. 앞에 오던 여학생들을 피하기 위해 찬혁이 손을 잡자, 이내 풀어내는 은희는 너무 더워 숨을 쉬기도 벅찰 정도였다. 분식과 냉면을 이야기하던 그들은 한식집을 찾았다. 서로가 좋아하는 반찬을 재배치하는 그들은 사랑 중이다.

 

막내 지우가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렸다. 가까운 곳으로 독립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로 가버렸다. 눈치빠른 서영이 서치를 통해 지우가 만나는 여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은행 앞에서 지우가 돈을 보내는 것까지 확인했다. 게임을 하다 만났다는 초등학교 동창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서영이 SNS를 확인한 결과 이상한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 친구들이 수백명이나 되는 이 여자의 정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여자에게 돈을 보내고, 만나겠다고 정규직 제안도 뿌리치고 떠나버린 지우가 걱정이다.

상식의 병명은 '뇌종양'이었다. 악성은 아니라서 수술을 하면 제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22살로 돌아가게 된 것도 뇌종양 탓이라고 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기억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수술을 결정한 상식은 불안하다.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온 은주에게 상식은 친아빠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엄마가 찾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 외면하지만, 상식의 마음은 달랐다. 자신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처음에는 진숙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행복했다.

 

동네 사람들이 뭐 때문에 저런 남자와 사냐는 수근거림에 상식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감춰둔 자격지심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의 수근거림처럼 왜 진숙은 나와 살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오해를 하며 스스로 바보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참 답답한 삶을 살았다. 그 자격지심 하나와 자책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옥은 상식의 삶 자체를 모두 앗아갔다. 그리고 진숙과 아이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했다. 작은 변화는 그렇게 모든 것들을 다르게 만들 수밖에 없다.

 

수술을 앞둔 상식을 병원에 두고 진숙은 그의 차에 올랐다. 차를 팔지 않으면 수술 후에도 계속 운전을 하겠다고 할지 몰라서다. 이제 더는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남편이 평생 함께 했던 운전대를 잡은 진숙은 뭔지 모를 감정이 쏫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던 상식의 삶은 초라했다. 노트에 가득적힌 이름들과 청첩장. 딸 결혼식에 자기 사람들을 가득 부르려 준비했던 상식은 은주의 전화에 실망하고 말았다. 식장이 작아 10명만 초대할 수 있다는 말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

결혼식장에 태형 가족 측 사람들만 가득한 이유는 은주가 부끄러워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제나 당당했던 은주였지만, 자신의 결혼식만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시어머니 앞에서도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당당했던 은주였는데 말이다.

 

병원 치료를 몰래 받았었던 상식의 정신병원 노트에는 그동안 그가 살아왔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언제나 좋은 일은 진숙이 싸준 도시락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화나는 일은 '나'라고 적힌 상식이었다. 아이들이 전화를 한 통도 해주지 않아 서러웠고,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는 가족이 불안했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된 후에야 상식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제나 문제는 자신이었다. 그 노트를 보며 진숙이 오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상식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직 가족만 보며 살아왔던 상식의 삶은 그 노트에 적힌 짧은 글들에 모두 담겨 있었다.

'실수, 나쁜 거짓말, 사기'라는 말로 은주는 태형의 행동을 정의했다. 결혼 예물을 전해주던 자리에서 은주는 누구에게도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을 숨기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병원을 나서는 은주에게 시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은주를 부른 이유는 여전히 자신들을 위함이었다. 태형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런 시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지게 만든 것은 역시 태형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태형은 우리 가족을 찾아 고개도 못들고 사과만 했으니 말이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병원에서 본 이야기를 했다. 부모가 아픈 것 같다고 말이다. 표정만 봐도 병이 얼마나 중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에 은주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간단하다는 수술은 8시간을 넘겼다. 위치가 좋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고 했지만, 수술 자체는 잘 끝났다고 했다.

문제는 회복실로 옮겨진 상식이 눈을 떠 아내 진숙을 보자마자 다시 위급한 상황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절대 그대로 보낼 수 없는 가족들은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깝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실 상식은 수술 전 진숙에게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불안은 딸들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도 존재했다. 은주는 아버지가 수술을 받은 후 떠올렸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진을 찍었다. 마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듯, 딸들과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아버지는 그때 이미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모든 상황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모든 것들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그들이 살아왔던 결코 녹록할 수 없었던 삶. 그 삶을 얼마나 이해하려 했을까? 자식의 입장에서 절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다. 시어머니가 툭 던지듯 부모들은 때론 그런 선택을 하고는 한다는 말의 의미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언뜻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상식은 깨어날 수 있을까? 사랑이라 생각하고 캐나다까지 날아갔던 막내 지우는 다시 돌아올까? 홀로 서기에 나선 은주는 친아빠를 찾아볼까? 찬혁과 사랑에 빠진 은희는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고된 삶을 살아왔던 진숙은 상식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남은 두 번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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