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통속 로맨스가 첫 회를 시작했다. 재벌가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을 시대만 옮긴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뜨거운 여름 아무 고민 없이 보고 즐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보검이 등장하는데 안 볼 수 있느냐고 외치는 듯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철저하게 박보검을 위한 박보검의 드라마임을 보여주었다.
통속 장르의 다른 옷 입기;
고민하지 말고 오직 순간을 즐기라는 드라마, 달의 연인 누를 수 있을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그저 흔한 재벌가 이야기와 크게 다를게 없다. 재벌보다 더 강력한 왕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감은 더하고 현실과 다른 과거의 관습들이 보다 더 흥미로운 상황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모든 것을 극단적 빈부 차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담고 있다.
첫 회를 보면 전체를 알 수 있게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 첫 회는 코믹으로 버물려 있었다. 얼마나 웃길 수 있을까를 실험이라도 하듯 여러 장치들을 동원하며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극단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도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왕이지만 권력은 영의정 김헌의 몫이다. 이런 존재감 없는 왕의 후계자인 이영은 좀처럼 권력에 관심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권력의 흐름을 궁궐 안에서 생생하게 보고 자란 그가 존재감 없는 왕의 현실은 왕세자의 현실마저 뒤틀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부보다는 잡글 보는 것을 즐기는 영은 홍상놈의 연애 소설을 탐독한다. 그 홍상놈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영이에게는 사랑스러운 여동생 명은 공주가 있다. 사랑스럽지만 살집에 의해 묻힌 명은공주가 한 사내의 은밀한 편지에 흔들리고 있다.
사랑스러운 동생을 농락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만나자고 했던 시간에 나선 영은 그 자리에서 남장을 한 라온과 첫 만남을 가진다. 상놈이라는 필명으로 연애 카운셀러를 하고 조선에서 대박 낸 소설까지 쓴 그는 돈에 팔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자신을 거둬준 이를 아버지라 생각하고 빚을 갚기 위해 소설들을 써왔다. 그렇게 은혜를 갚기 위해 돈이라면 뭐든지 하게 된 라온은 감히 공주를 사랑한 덕호를 대신해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운명처럼 영이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만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위기는 시작되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 라온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궁리를 하다 빚쟁이들이 파놓은 함정으로 영을 밀어 넣는다. 그렇게 도망을 치려던 계획과 달리 영과 함께 구덩이에 빠져버린 둘의 운명은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렵게 구덩이를 빠져나와 도망을 친 라온은 그렇게 영이와는 평생 다시 볼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했다. 신분차이가 명확한 시대 더욱 둘의 만남은 불가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에서 만난 윤성은 모든 것을 다 갖춘 명문가 자제다.
왕마저 손아귀에 넣고 있는 영의정 김헌의 친손자인 윤성은 첫 눈에 라온을 알아봤다. 그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꽤 뚫어 보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빚쟁이들에 붙잡혀 은자 10냥에 팔려 내시가 될 운명에 처한 라온. 기지를 발휘해 남장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지는 않았지만 궁궐에 들어간 첫 날 우연하게도 영이와 마주하게 된다. 결코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영을 궁궐에서 마주한 라온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잔망 드라마는 시작되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무겁기 보다는 가벼운 이야기를 선호하는 현재의 흐름에 따라 철저하게 쉽게 보고 버릴 수 있는 인스턴트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 사극의 무거움보다는 퓨전 사극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형된 이야기까지 나아갈지는 예상 못했다.
시대극의 틀을 쓰기는 했지만 이 드라마는 현대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재벌과 가난한 여자의 사랑을 그대로 품고 있다. 여기에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팝과 개그 코드, 그리고 타 드라마와 영화들을 패러디하는 잔망스러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차태현과 조여정이 특별출연한 이 드라마는 다양한 스타들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이야기의 흐름은 고민할 이유 없이 시선을 따라 그대로 읽기만 하면 그만인 상황에서 결국 이 드라마의 성패는 박보검일 수밖에 없다. 박보검이 얼마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시청률 지표는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잔망스러웠던 박보검과 김유정의 첫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면 그저 웃고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로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국 이런 흐름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관건은 박보검의 몫이다. 그만큼 박보검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첫 회였다. 여심을 뒤흔들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이기기 위해서도 박보검의 존재감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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