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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와 스트레이트-거대 권력의 횡포 앞에 나약한 개인, 그래서 우린 촛불을 들었다

by 자이미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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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든 권력을 집어삼킨 시대 절대자가 누구인지는 너무 명확하다. 신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신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한다. 건물주도 근접할 수 없는 초 거대 기업이라면 말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권력을 앞세운 폭력에 대한 분노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돈 권력에는 비굴해지는 듯한 느낌을 버리기 힘들다.

 

권력에 의해 은폐된 죽음;

천민 자본주의 시대 새로운 주인 삼성을 섬기는 언론, 새로운 왕을 찬양하다



지난 주말 SBS와 MBC에서는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를 방송했다. 17년 전 있었던 살인 사건을 파헤친 <그것이 알고 싶다>와 최근 자주 언급되었던 삼성 장충기 사장 문자를 담은 <스트레이트>는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두 건의 이슈들이 이슈가 되지 못했다. 포털에서 반나절도 언급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실시간에 등록된 것이 전부인 이 프로그램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거대 권력에 의해 두 아이의 아버지는 허망하게 숨졌다. 거대 재벌을 위해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줄 서서 충성 맹세를 했다.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크게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은 그래서 신기하다. 갑작스럽게 이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없어진 것일까?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작위적으로 이슈를 조작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거대한 조직의 힘이든, 작은 반란이든 조작은 피할 수 없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17년 전 염순덕 상사는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망했다. 집을 코앞에 두고 그는 잔인하게 숨진 채 발견되었다. 헌병대는 염 상사의 죽음을 단순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했다. 현장에 나간 경찰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이미 17년 전 묻혀 사라졌을 것이다. 


경찰에 의해 그의 죽음이 묻히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다른 경찰에 의해 이 사건의 진실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범인이 누구이고 왜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는 1, 2부 2주 편성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염 상사의 죽음에는 부대에서 기름을 몰래 빼다 팔던 홍 준위의 비위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문제는 시작되었고, 사망하던 날 염 상사는 기무사에서 파견 나온 이 중위와 홍 준위 등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서로 친하지 않은 이들이 술자리를 한 것은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홍 준위의 비위 사실을 막기 위한 자리로 추측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술자리를 마치고 염 상사는 자신의 카드로 결제한 후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염 상사는 집에 도착하기 직전 도로 위에서 처참하게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담배 꽁초 2개와 피 묻은 방망이(부대에서 보관하던 증거물이 재수사가 시작되자 사라졌다)가 존재했다.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군. 이를 막았던 경찰은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되고, 3년 차 순경이 이 사건을 전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인 담배 꽁초 두 개피에 대한 DNA 검사 결과를 은폐하고, 대신 동료 경찰의 담배 꽁초를 경찰서에서 수거해 국과수에 보내 검사를 의뢰했다. 의도적으로 증거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기무사가 나서고, 경찰 수뇌부까지 개입된 염 상사 사망 사건은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방치되었다. 하지만 미제 사건 전담 수사관의 집념은 이를 다시 세상에 알리게 했다. 2017년 사건 재수사를 하다 기무사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던 이 중위를 구속 시키려 했다. 하지만 군 법정은 구속을 거부했다. 


성매매 사건으로 인해 그가 강제 전역한 후 수사가 구속 사유가 갖춰졌지만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괴하게도 정보기관의 죽음과 동일하다는 점이 씁쓸하다. 폭행으로 강제 전역한 홍 준위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변호사에게 자신이 무기를 들고 살해하고, 버린 지점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황당하다. 스스로 자신이 살인범임을 증명하는 꼴이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군 의문사와 함께 대한민국의 권력이 벌인 잔인한 범죄를 세상에 알렸다. 거대 권력에게 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다. 조직적으로 은폐된 그 죽음. 어린 아들 둘을 홀로 키워야 했던 부인. 남편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잘 해주었던 경찰이 모든 사건을 은폐한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이트>에서 다룬 삼성의 언론 장악 실체는 새롭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스트레이트>라는 점에서 뭔가 새로운 증거나 자료, 혹은 이슈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이미 보도된 내용들에 대한 반복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주위 환기를 통해 이슈를 강화 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하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큰 방송이었다. 삼성 미전실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특별할 것 없었던 장충기 사장이 미전실을 책임지며 벌어진 수많은 이들이 결국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려 세상에 삼성이라는 집단을 다시 한 번 노출 시켰다. 


최순실이 삼성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고, 삼성이 최순실을 찾아 박근혜를 움직였다는 합리적 의심은 당연하다. 일본 재벌들의 행태와 한국 정보기관을 합해 만들어진 삼성의 미전실은 수많은 정보들을 취합하고 있는 집단이다.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뭐든 하는 이 조직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막강하다. 


언론사 주요 직책에 있는 핵심 간부들과 사장들이 장충기 사장에게 굴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찬사를 쏟아내는 문자들은 낯 뜨겁기만 하다. 삼성 출입 기자는 말 그대로 언론사 최고의 능력을 갖춘 자들이라고 한다. 그런 삼성 출입 기자들을 삼성은 관리한다. 그렇게 그들이 언론사의 중추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은 삼성을 위한 언론이 된다. 


삼성 장학생들은 언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법조인들과 사회 곳곳에 삼성 장학생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린 '삼성 공화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미 사회의 주요 혈관들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 그들의 그 탐욕은 결국 스스로 자멸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들만 자멸하면 다행이지만, 그런 탐욕은 결국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붕괴 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렵다. 


언론이 권력의 종으로 전락한 후 이들 권력의 힘은 더욱 막대해졌다. 언론은 더는 언론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사회는 병들기 시작했다. 촛불 혁명 후 많은 것들은 변하고 있다. 감히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삼성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니 말이다. 


거대 자본은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탐욕스러운 자는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앞세워 자신의 배만 불리는데 급급했다. 삼성을 주인으로 삼고 섬기는 언론의 작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조직적 은폐를 통해 억울한 희생자와 남겨진 가족들을 힘겹게 한 군 과거사 문제 역시 분명하게 밝혀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촛불이 필요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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