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생방송 중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박태석 변호사. 그는 그 자리에서 15년 전 '희망슈퍼 살인사건'을 언급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권명수를 위해 재심을 청구하는 박 변호사의 용기에 수근 거리던 로펌 사람들마저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했다. 최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그는 그렇게 보여주었다.
이찬무와 신영진 제로섬 게임;
생방송에서 알츠하이머 공개한 박태석, 그를 용감하게 만든 가족의 힘
신영진 부사장은 이찬무 대표와 독대를 했다. 자신이 가진 패를 쥐고 이 대표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그 힘의 우위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존재했다. 하지만 신 부사장의 욕망은 오히려 자신이 더 궁지에 빠져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15년 전 뺑소니 사건의 주범이 이 대표의 아들인 이승호라는 사실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신 부사장에게 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벌어진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이 대표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라도 이 사실을 알리는 순간 둘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악랄한 범죄를 숨긴 채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던 이들은 그렇게 외나무다리에서 서로를 밀어 떨어트리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태석이 현재 진행하는 사건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은선과 남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 것이 고맙기만 한 영주. 둘은 기억을 잃어가는 태석을 걱정하고 있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 대단한 남자에 대한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니 말이다. 태석 곁에는 자신과 가족이 있지만, 은선은 혼자라 걱정이라는 영주. 끼니 챙겨 먹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 달라는 영주의 진심이 눈물을 흘리는 은선의 마음은 당연했다.
태석의 로펌에서 그의 든든한 조력자들은 개인 비서인 봉선화와 어소시엣 변호사인 정진이 있다. 입사해 박태석 밑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이 싫었던 정진이었지만 그는 그의 진심을 보게 되었다. 진짜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정진은 태석을 통해 왜 자신이 변호사로서 살아가야만 하는지 스스로 깨닫고 알아가기 시작했다.
태석을 위해 은밀하게 하지만 진중하게 사건을 조사하던 정진과 봉선화 역시 그에게 사직서를 제출한다. 태석과 함께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들의 의지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거대로펌이 주는 달콤함을 가볍게 던져버릴 수 있는 그들의 용기는 곧 태석에게도 강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정의를 위해 태석이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다. 더는 시간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전부였다. 강현욱이 15년 전 뺑소니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의료 기록을 보면 당시 허리 부상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던 강현욱이 범인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살했다는 현장에 나무껍질들이 벗겨진 것을 들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태석은 권명수 재심을 신청하기 전 그는 명수의 할머니를 찾아간다. 법원 앞에서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손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 손자에 대해 고민을 했던 승호. 그렇게 권명수 할머니에게 미안함에 고개 숙이는 박태석에게는 오직 무죄를 얻어내게 하는 것만이 남겨졌다.
증권가 찌라시에 박태석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글을 올라왔다. 그 글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로펌 안에서도 박태석을 힐끔거리며 뒷이야기로 혼란스러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석의 선택은 용감했다.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태석은 일상의 업무를 이어갔다. 그렇게 참석한 TV 프로그램에서 박태석은 용기를 냈다.
"저는 지금 기억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병을 진단받기 전 제가 오히려 기억상실증 환자로 살았다는 사실. 좀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그동안 전 제가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잃어가고 살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서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묻어 둔 기억이 한순간에 선명해지고, 부끄러웠던 제 수많은 과오도 떠올랐습니다"
"15년 전 19살이던 권명수라는 소년은 저의 무책임과 방관으로 인해 살인자라는 이름으로 34살이 된 지금까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15년 동안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고 진범을 알고 있다는 증인이 있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감옥에 있습니다"
"헌법 제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속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할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 권명수 씨는 법 앞에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권명수 씨에게 평등이란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되찾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츠하이머를 선고 받고서야 매 순간 매 시간이 기적임을 깨닫고 있듯이 권명수 씨가 억울하게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줄 수 있기를 소망 합니다"
생방송을 하기 전 태석은 장모에게 사과를 드린다.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을 부인을 위해 언젠가는 곁에 있어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그런 태석을 나무라며 약한 마음 가지지 말라는 태석의 장모는 그렇게 그를 품었다. 처음엔 박태석의 알츠하이머 사실을 알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태석의 친모가 그랬듯, 따뜻하게 사위를 감싸 안으며 어쩔 수 없이 서럽게 우는 장모. 그런 장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석. 세상에 태석의 병이 알려진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부인과 아버지의 고백에 오히려 용기를 주는 아들. 태석은 그렇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든든한 응원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했던 태석의 고백은 모두를 울릴 수밖에 없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알츠하미어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태석. 그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반성과 함께 15년 전 '희망슈퍼 살인사건'을 언급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여전히 갇혀있는 권명수를 구해내야 한다는 외침은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헌법 속 국민들은 모두 평등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태석의 분노는 우리의 현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에서 법은 가진 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선도 받고서야 매 순간 매 시간이 기적임을 깨닫고 있듯 억울하게 누명을 쓴 권명수가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박태석의 고백은 <기억>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이었다.
태석의 뒤에서 수근 거리기만 하던 로펌 사람들은 그의 고백 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수근 거림을 존경으로 바꿀 수 있는지 태석은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재벌과 거대 로펌, 그리고 법조인들이 모두 개입한 '희망슈퍼 살인사건'은 더는 숨길 수 없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삼례슈퍼 살인사건'이 여전히 재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 <기억>은 과연 어떤 결론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진범이 자수를 해도 사건을 조작한 검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억울한 희생자의 외침을 묵살하는 현실. 법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억울한 희생자를 계속 만들어가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는 '희망슈퍼 살인사건'을 통해 과연 정의와 진실, 그리고 법조인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으로 간 줄 알았던 승호는 돌아와 김창수 형사에게 자수를 했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결국 견고했던 거대 로펌 집안을 무너트리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법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명예만 존엄하다고 믿고 진실에 눈감고 있던 법에 박태석은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촘촘하고 강력한 이야기의 힘은 <기억>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너무 무거운 주제라는 점에서 시청률이 낮은 것이 흠이었지만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연기까지 뭐하나 놓칠 수 없는 드라마 <기억>은 가족이라는 존재와 정의와 진실의 가치를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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