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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나는 가수다, 정엽의 퇴장이 담담해서 더욱 아름다웠다

by 자이미 201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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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에서도 드러났지만 많은 이들이 노래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는 것을 느께게 됩니다. 더욱 문화에서 소외되어버린 4, 50대에게는 자신들이 즐길 만한 문화를 10대에게 모두 빼앗긴 상태에서 구원병처럼 등장한 '세시봉'은 열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가수다>역시 이런 기류에 동참한 대표적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속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일곱 명을 한 무대에 세워 놓고 순위를 가리겠다는 <나는 가수다>의 제작 발표회가 있은 후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명했어요. 순위 프로그램도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이 대단한 가수들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김영희 피디는 인터뷰에서 감히 그들을 평가할 수 있는 이는 없다고 단언하며 다만, 500인의 선정 단은 관객의 입장에서 대중적인 평가는 가능할 것이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는 가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평가가 아닌 그날 참가한 평가단의 감상평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막을 올린 <나는 가수다>는 엉망인 편집과 과도한 예능만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가수들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우리나라 가수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는 의미입니다.

시청자들은 가수들의 이 모습을 보고 흥분했고 '세시봉'에 열광하듯 일곱 명의 가수들이 보여준 최고의 무대에 격찬을 보냈습니다. 많은 이들은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무대만이 아닌 뛰어난 가창력만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무대도 갈구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기존 음악 전문 프로그램과는 달리, 승부라는 시스템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공인된 가수들로 시선을 모은 것은 예능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시청자들로서는 자신들이 보고 싶었던 행복한 무대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작진들이 공헌한 첫 번째 교체 자가 나오면서 모든 것들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고 혹은 누군가는 그 거짓에 속아서 분한 마음에 흥분하기까지 했습니다. 너무 다른 지점에서 충돌을 일으킨 제작진, 가수, 시청자들은 재미있게도 하나의 목표에 일치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최고 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계속 보고 싶다는 것이지요.

1. 제작진인 우리는 최고의 무대를 계속 보여주고 싶을 뿐이었다.

제작진들은 '재도전' 카드를 사용하며 논란을 예상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자신들을 탓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저 최고 가수들이 이렇듯 한 번의 무대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쉽다고 했습니다.

후에 밝힌 이야기이지만 가수들을 섭외하며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언제든 '재도전'은 가능할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지요. 이런 서로 간의 약속이 있었기에 김영희 피디가 '재도전'을 제안하고 가수들에게 근 선택권을 주는 과정과 김제동이 합의된 사안을 거론한 것 역시 그들 간에는 자연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던 시청자들만이 문제였지요. 원칙을 정해놓고도 그 원칙을 깨트리는 제작진과 부화뇌동하듯 나서서 '재도전'을 부추긴 김제동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김건모, 격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소라는 대중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청자들에게 7위한 가수에게 '재도전'의 기회는 언제든지 주어진다는 것을 정확하게 고지만 했다면 이런 논란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까지 불거진 것은 전적으로 제작진들의 문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김영희 피디가 '잠깐'을 외치며 급하게 회의를 하고 10분 만에 결정한 '재도전'이 급조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한 쇼였음은 분명해보이네요. 가수들로서는 제작진들과 사전에 합의했던 약속이었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이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럼에도 제작진들이 내세운 명분은 최고의 가수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좀 더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최고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 가수들은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를 원했던 가수들은 없었을 겁니다. 더욱 탄탄한 팬 층을 거느리고 콘서트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대단한 가수들이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서바이벌'에 참가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는 가수다>에 선뜻 참여를 밝힌 것은 영향력 있는 피디의 부탁도 중요했지만 그 보다도 더욱 간절했던 것은, 자신들의 음악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더욱 그들에게는 탈락이 주는 두려움을 '재도전'이라는 제도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고 탈락보다는 다른 가수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공중파 방송의 무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무대가 주는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고 봅니다. 노래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무대란 소규모 공연장이든 공중파 방송이든 동일 할 수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대중적인 파급력이 큰 공중파 방송 무대는 그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동기부여를 해주게 했습니다. 아이돌만을 세우는 무대만 존재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소개되는 음악 전문 방송들을 강제로 폐지해 버린 방송국으로 인해 방송에서의 설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든 그들에게는 이런 예능에서라도 자신의 진가를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 사력을 다해 임했고, 관객과 시청자들 앞에 모든 것을 토해내고 나서야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감동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누구도 이들의 무대를 탓하거나 그들이 물러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첫 번째 7위가 발표되고 격한 혹은 아쉬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로가 얼마나 힘겹게 이 자리를 만들고 행복해 했었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런 값진 무대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였음은 당연하지요.

그렇기에 이소라가 격한 반응을 보내고 다른 가수들이 한숨을 내쉰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들은 그저 최고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싶었을 뿐입니다.

3. 시청자들은 최고의 무대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논란이 불거지며 많은 이들은 네티즌들의 냄비근성을 들먹이며 모든 잘못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신해철은 김건모를 두둔하며 "가수가 노래를 하고 싶은 것이 죄냐며. 사지를 몰아넣으며 '재도전' 했다고 범죄자 취급하는 네티즌들이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마치 네티즌들이 노래하고 싶어 안달인 가수에게 모멸 차게 기회를 박탈하고 단순히 서바이벌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진 존재들로 묘사하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시청한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서바이벌'에 집착한 존재들이 아니라 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보고 싶어했던 이들이었습니다.

다수는 누군가가 떠나가야 하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비난을 했었고 만약 누군가가 떠나가야 한다면 새로운 가수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기에 이런 아름다운 퇴장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원칙에 입각해 다양한 가수들이 로테이션 되듯 멋진 무대를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란 것이지, 게임을 하듯 누군가가 탈락하기만을 고대하며 방송을 보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만약 제작진들이 방송이 시작되지 전에 "<나는 가수다>는 단순히 서바이벌이 목적이 아니기에 7위를 한 가수에 한 해서 한 번의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누구도 김건모의 재도전을 부당하다고 볼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제작진들과 가수들 간에만 합의된 '재도전'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면서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서바이벌'에만 집착해 누군가가 탈락하기만을 고대한다고 시청자들을 매도한다면 이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답이 될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실력 있는 다양한 가수들을 보고 싶어 합니다. 이미 '세시봉' 특집을 통해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시간대 음악방송이란 아이돌 팬덤들을 위해 순위 방송이 전부인 상황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상당했습니다.

가수들이 자신들이 설 무대가 좁아졌듯 시청자들 역시 자신들이 보고 싶은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이 사실이지요. 매력적이었던 음악 전문 방송을 '시청률'이라는 자대를 내세워 강제 폐지하고 무대를 잃은 가수들을 예능으로 내몰며 생색내기에 몰두하기 전에 다양한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어야만 할 겁니다. 

"이건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열이 아니라 다 우만 있고 그 중에서 큰 우와 작은 우를 가려내는 것일 뿐 이지요"


이번에 1위한 김범수는 순위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위에 집착한 것은 제작진이었고 이런 순위를 통해 긴장감을 유도한 것 역시 제작진이었습니다. 애써 담담해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가수들에게 그들이 내민 순위는 등수를 통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닌 그저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관객들의 평가일 뿐이었습니다.

7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밝게 웃으며 떠나던 정엽이 비록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높지만 그렇게 상황을 즐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가수다>를 그나마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나는 가수다>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담아내고 자막으로 이를 고지하고, 김건모의 터닝 포인트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으며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제작진들이 문제였을 뿐입니다. 모두가 최고 가수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 했고, 그들의 대단한 열정에 감동하고 싶어 했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속였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에 속은 누군가는 마치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속내까지 모두 드러내며 내상을 심하게 입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고 진정 모두가 만족하고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과연 우린 무엇을 원하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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