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이 사라지고 동주는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했다. 산속에서 서정을 구한 김사부는 그녀가 오른 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했다. 그렇게 시간은 훌쩍 지나 5년이 흘렀다. 억울하게 숨진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의사가 되었던 동주도 어엿한 진짜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흐른 시간은 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한석균 그 무한한 존재감;
기묘한 공간 돌담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시작, 이상한 나라의 돌담병원이 기대된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했던 어린 소년은 그렇게 의사가 되었다. 전문의가 되기 전 동주는 의롭고 공정한 의사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선배들과도 싸웠던 동주는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이 비난해왔던 의사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했다.
전문의 시험에서도 전국 수석을 차지한 동주는 그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거대병원 도 원장의 아들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등하지도 않은 세상에 '차별'까지 지배하는 현실은 절망스러울 정도였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누구의 자식이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황당한 세상에 동주는 해서는 안 되는 배팅을 한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주는 도 원장의 한 수에 발목이 잡힌다. 동주가 어린 시절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던 존재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은 자신의 아들을 능가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거대 병원을 대표하는 의사일 수밖에 없는 동주를 무너트리는 방법은 단순했다. VIP 환자 수술을 맡겨 내치는 것이다. 치료 가능한 환자가 아닌 세상 어느 누가 수술을 해도 결코 살릴 수 없는 환자를 동주에게 맡기고 정선의 '돌담 병원'으로 내치는 도 원장은 그렇게 거대 병원을 사유화하고 있었다.
절망에 빠졌던 동주는 말도 안 되는 병원에 실망해 술집에 찾아 그곳에서 사직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던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동주는 다시 한 번 김사부와 마주한다. 어린 시절 분노만 존재하던 자신을 의사의 길로 이끌었던 김사부를 동주는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진 순간 만나게 되었다.
폭식을 하다 급체한 환자를 두고 벌인 목을 건 승부에서 동주는 김사부에게 패한다. 그렇게 손목 하나를 날리게 된 상황에서 겨우 도망쳐 도착한 곳은 다시 '돌담병원'이다. 마치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묘한 상황들 속에서 그 안으로 들어서는 동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동굴로 들어서는 것과 같았다.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동주의 돌담병원 생활이 반가울리가 없다.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목표인 동주는 그곳에서 5년 동안 사라져 있던 서정과 마주하게 된다.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았던 서정이 왜 이 병원에 있는지 조차 그는 알지 못했고, 그런 혼란 속에서 교통사고 환자 수술과 관련해 동주는 김사부와 갈등을 불러온다.
의사윤리와 환자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처도 취하지 않고 수술을 하는 김사부를 이해할 수 없는 동주와 달리 서정을 시작으로 모든 병원 관계자들은 일사분란하다. 이 기묘한 현상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던 동주는 최악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약에 취한 서정이 스스로 손목을 그어버렸기 때문이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손을 빨리 제대로 수술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김사부와 동주는 함께 수술을 준비한다. 서정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여전히 5년 전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 며칠만 지나면 그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듯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주로 인해 그 긴 시간이 모두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동주로 인해 다시 악몽은 시작되었고, 과도한 신경안정제는 서정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은 서정과 동주를 많이 변화하게 만들었다. 밝고 유쾌하고 언제나 도전적이던 서정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진짜 의사가 되고자 했던 동주는 자신이 비난해왔던 의사로 변모해버렸다. 무엇을 위한 인정인지도 모른 채 동주는 오직 윗사람의 마음에 드는 의사가 되고 싶은 열망에만 빠져 있었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아니라 자신을 평가하는 의사들에게 더 잘 보이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의사로서 초심을 잃은 동주가 '돌담 병원'으로 가게 딘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동주가 초심을 찾고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낭만닥터 김사부>의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대병원 도 원장이 가장 싫어하며 두려워하는 김사부와의 갈등과 그 이유는 이제 서서히 밝혀질 것이다.
스스로 사부라 부르는 부용주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의사다. 그가 왜 거대 병원이 아닌 돌담 병원으로 옮겨 왔는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정치가 필요하고 그런 정치적 행위가 곧 의사로서 자질로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용주는 오직 의사로서 직분에만 집중하는 존재였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정치적인 셈법이 아니라 오직 환자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의사는 현대 병원 시스템에서는 필요 없는 존재다. 거대한 수익에만 집착하는 병원이 환자만을 위한 의사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높은 수익을 내고 유명 인사를 통해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현실 속에서 용주는 뜨거운 감자나 계륵 같은 존재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첫 주 방송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빠른 전개를 통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시작과 함께 명확한 편 가르기에 성공했다. 거대병원 도 원장과 돌담병원 김사부의 구도가 구축되면서 이후 벌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의사란 무엇이고 병원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한석규는 한석규다. 많은 분량이 아니더라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을 사로잡는 한석규는 진정 대단한 배우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석규와 함께 서현진은 말 그대로 일취월장이다. 오늘 방송에서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그녀의 연기는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연기였으니 말이다. 열심히 연기하는 유연석마저 작게 만들어버린 한석규와 서현진의 연기만으로도 <낭만닥터 김사부>는 충분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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