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에서 떨어진 동희와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성빈의 수사는 10년 만에 장혜성과 박수하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런 우연과 함께 혜성은 10년 만에 도연과 법정에서 조우하는 우연 같은 필연까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온 살인자의 위협;
혜성의 성장을 돕는 사람들, 그리고 아픈 기억의 시작
10년 전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았던 도연과 법정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혜성에게 이번 사건은 중요했습니다. 누구나 국선 변호사가 검사의 뜻에 따라 사건을 쉽게 정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관우의 경우 자신을 놀리던 혜성 역시 특별할 것은 없다며 법정에 들어섰지만 그녀의 색다른 모습에 놀라게 됩니다.
장혜성이 그동안 보였던 행동을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검사의 발언에 동조하고 정리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무죄를 주장하며 검사에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검사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하며 이번 사건이 무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신빙성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수하의 신비한 능력이 혜성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힘과 능력이 존재했습니다. 어린 시절 뚜렷한 정의감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잠재된 정의감을 실현하는 것 역시 장혜성의 능력이었습니다.
최관우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국선 변호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그저 직업으로 인식하는 장혜성의 모습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식 없는 솔직함 때문일 것입니다. 특별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해 정의만 외치는 일련의 주인공들과 달리,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장혜성과 같은 존재는 몰입도를 더욱 높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혜성의 반격으로 사건은 간단하게 무죄로 정리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여기에 사고로 혼수상태였던 동희까지 깨어나 증인으로 출석을 한다고 하니, 성빈으로서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법정에 나선 동희는 자신을 민 범인으로 성빈을 지목합니다. 전혀 존재하지도 않은 사건에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성빈이 법정에서 욕을 하며 난동을 피우는 사이 수하는 동희의 마음을 읽습니다.
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실을 밝히면 자신이 살 수가 없다는 말 속에 동희가 거짓 증언을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짓 증언은 삽시간에 사건을 검사의 의지대로 돌려놓게 되고 혜성은 자신의 행동이 결국 허망함으로 끝났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수하의 말을 믿은 것이 잘못이라는 혜성을 깨우쳐준 것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국선변호사가 되었다고 사무실에 닭을 싸들고 찾았던 어머니가 수하와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괄괄한 성격이던 혜성의 어머니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게임 정도로 생각하는 딸에게 변호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호되게 야단을 칩니다. 혜성 어머니의 호통에 모두가 놀랐지만, 가장 크게 깨우친 것은 혜성 자신이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한 행동들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어머니가 제공한 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학교까지 퇴학당해야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도 현재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반성을 하고 있던 혜성 앞에 나타난 불량 학생들과 이를 한 방에 정리해준 수하로 인해 혜성의 도전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관우와 함께 학생으로 변신해 주변을 탐사하던 혜성은 동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던 동희가 갑자기 들어온 성빈으로 인해 창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 상황에서 힘이 빠져 바닥으로 떨어진 사건이었습니다. 기획사에 뽑힌 상황에서 흡연을 숨기다 추락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동희는 평소에 자신을 왕따 시키던 성빈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사건이었습니다.
왕따를 당해 창살 없는 감옥 과도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던 동희가 성빈에게도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라는 말은 깊고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따 사건이 만든 필연적인 사고는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어 법정에까지 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진정한 사과가 있다면 풀어낼 수 있는 문제였지만,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것도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다시 법정에 서서 성빈의 무죄를 밝히려던 동희에게 도연의 위증죄 발언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전혀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큰 벌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진실은 존재하고 그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 혜성에게 희망을 던져준 것은 바로 신상덕 변호사였습니다. 형사 소송법 159조에 적혀있듯 미성년자에게는 검사가 이야기한 위증죄 처벌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에서 선서를 하고 발언을 했다고 해도 이는 법적인 처벌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성빈의 무고는 풀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중요했던 것은 10년 전 과거에서 워프해 현재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상황에서 확실한 틀을 갖출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혜성은 국선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로 힘을 모아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겉돌기만 하던 그에게도 동료가 생겼고, 그 동료들로 인해 진정한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했습니다.
여전히 10년 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해성과 도연의 대결 구도 역시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특별했습니다. 잘나가는 검사와 돌고 돌아 국선 변호사까지 오게 된 과거의 악연들이 법정에서 사건을 통해 대결을 벌여나간다는 설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도 풀어나간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10년 전 사건의 핵심이었던 살인자 민중국이 만기 출소를 하면서 장혜성의 법정을 찾은 것을 알게 된 수하와 그녀에게 협박을 시작한 상황은 한편의 공포 영화 같았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아일 비 데어'가 들리는 상황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 채 벨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혜성의 표정에서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수하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준 혜성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도 후회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살인자의 협박은 공포 그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가 억울함을 풀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그 공포가 평생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었습니다. 그런 기억을 되살리는 살인자와 소년이 자신의 앞에 갑자기 등장했다는 점에서 혜성은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동안 칼을 갈았던 살인자에 맞서 이제는 자신이 혜성을 지켜주겠다며 나선 수하와 그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한 혜성의 모습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정의를 지키는 법조인과 복수에 모든 것을 건 살인자의 대결 구도가 과연 무슨 가치로 귀결될지 알 수는 없지만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보영이 연기하는 장혜성은 어쩌면 그녀가 밝힌 이보영 그 자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털털한 그녀의 이미지와 묘하게 겹치는 장혜성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퇴학을 당한 상황에서도 어렵게 변호사가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도끼병에 정신없이 착각만 하는 장혜성이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여주인공이었습니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보영의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혜성의 모습이 이보영에게 더욱 어울려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이미 극중 배역에 몰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상현이 보여주는 의외의 코믹 연기와 이종석과의 호흡도 잘 맞아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합니다. 여기에 중견 배우들의 탄탄함까지 함께 하는 이 드라마는 극과 극의 상황을 통해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돌아온 살인자와 그에 맞서는 이들의 대결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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