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던진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단순한 지역 감염병으로 끝난다면 상관없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세계가 모두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모두 멈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은 기괴한 느낌마저 준다.
전염병은 당연히 이를 옮기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막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기본적인 손씻기 등에 집중한다면 아무리 전염성이 강하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
개학이 세 번이나 연기될 정도로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한 사투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비를 늦게하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전체는 아비규환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역시 며칠 만에 이탈리아를 능가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방역.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이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는 믿어도 좋다. 돈이 많이 든다며 의료원을 강제 폐쇄한 지자체장의 횡포를 생각해보면 끔찍할 정도다. 이탈리아가 돈이 많이 든다며 공공의료를 줄이기 시작하며 코로나19를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서두가 길었던 것은 <놀면 뭐하니?-방구석 콘서트>를 기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공연계가 받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다수의 대중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된다.
공연까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한 이번 프로젝트는 그래서 반갑다.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기획이다.
장범준을 시작으로 이승환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비록 관객석은 비었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어쩌면 이런 방식이 향후 하나의 대세가 될 수도 있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전세계 모든 이들과 연결 가능한 초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공연 문화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이 직접 팬들과 소통하며 원하는 곡들을 직접 불러주는 렌선 콘서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해 월드 콘서트를 실시간 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이제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면 뭐하니?>의 기획도 흥미로웠다.
'벚꽃엔딩'으로 건물을 샀다는 장범준은 봄이 생각나게 한다. 노래의 힘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해준다. 비록 현실은 답답해도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방구석 콘서트'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가수만이 아니라, 뮤지컬 <맘마미아> 팀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뮤지컬 공연장에 직접 갈 수 없는 이들에게도 전체는 아니지만, 뮤지컬만의 매력을 잠시라도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유재석은 이제 뮤지컬에도 참여했다. 물론 노래를 부르는 역할은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뮤지컬 대가와 함께한 무대에서 표정 연기와 좋은 딕션으로 보여준 유재석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자신감이 만든 결과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만큼 부담감으로 인해 리스크 줄이기에 열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지속적으로 도전 중이다. 자발적 도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능일 수밖에 없지만, 그 모든 도전을 수행해내는 과정과 결과 모두 대단하다.
농담이 실제가 되는 과거 무도 시절부터의 습관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에는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세종문화회관까지 선 유재석이 다음에는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느냐는 농담도 실제가 될 수도 있다.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지코의 '아무 노래'는 흥겨움을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승환의 무대는 그 자체가 전설이었다. 공연의 신인 이승환도 코로나19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전국 공연은 취소되었고, 그렇게 모든 것이 멈춘 상태에서 '방구석 콘서트' 무대에 선 이승환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모든 이들을 위한 노래가 된 '슈퍼 히어로'를 부르는 이승환은 여전하다. 그 위대한 뮤지션의 노래를 방안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었다. 최근 영화 <엑시트>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었던 이 노래는 2007년 방송된 <얼렁뚱땅 흥신소> OST였다.
희대의 띵작인 이 드라마가 가지는 참신함과 국내 드라마가 가질 수 없는 독특함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다. 그 신선한 드라마를 더욱 매력 있게 해 주었던 '슈퍼 히어로'는 이제 코로나19로 힘겨운 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응원가가 되었다.
다음 주 방송될 공연 역시 기대가 크다. 못다한 이승환의 새로운 무대를 시작으로 힙합 레이블 AOMG, 혁오, 잔나비, 선우정아와 새소년, 뮤지컬 ‘빨래’ 팀(with 이정은), 소리꾼 이자람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장르를 파괴한 이 무대는 종합 선물세트 같아 보인다.
이들 만이 아니라 유산슬과 송가인의 신곡인 '이별의 버스 정류장' 최초 무대가 공개된다. '슈퍼 히어로'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되고 응원이 되는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 2020년 버전까지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음 주 '방구석 콘서트' 역시 볼거리가 풍성할 것이다.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놀면 뭐하니?>는 그렇게 우리 곁에서 큰 존재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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