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도 차이는 있다. 우리가 이제는 익숙하게 사용하는 악어의 눈물은 그 눈물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대표적인 거짓 눈물이다. 탄핵 가결이 된 후 박근혜는 '피눈물 난다는 것이 뭔지 알겠다'는 식의 발언이 나왔다. 청와대 누구인지 모르는 이의 발언이라는 점에 무슨 의도 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분노가 이는 것은 박근혜의 거짓은 경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물의 중력;
자기들만의 아마겟돈에 빠진 새누리당, 세월호 참사 진실 찾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도깨비가 도깨비 신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시를 통해 표현했다.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물리학에 대체해 풀어놓은 이 시는 매력적이다.
중력이 마음을 이끄는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눈물이 중력 작용으로 인해 몹시 무거워질 수도 있다. 가증으로 뒤덮은 눈물의 그 허무할 정도로 가벼운 것과 달리, 피를 품은 눈물은 그만큼 무겁고 엄숙할 수밖에는 없다. 우린 그렇게 다시 한 번 가슴이 눈물 한 방울을 커다랗게 담게 된다.
탄핵은 가결되었지만 우린 갈 길이 너무 멀다. 여전히 한 것은 없고 할 일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산적한 적폐들을 청산하기도 전에 수구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적폐를 이어가려는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들은 이제 자신들에게는 용도가 다한 촛불을 비판의 대상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용도가 다한 박근혜를 버린 이상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적폐의 카드를 꺼내 들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광장에 나선 국민들이 얼마나 긴 호흡으로 이 모든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싸움이다.
힘겹고 어렵게 광장의 힘으로 많은 것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박근혜라는 유신의 마지막 한 끝을 끌어내리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각 분야에 산적한 적폐들은 여전하다. 그것들을 모두 씻어내지 못한다면 촛불의 광장은 다시 어둠으로 빠질 수밖에는 없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 시작은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광복 후 우린 단 한 번도 잘못을 바로잡아보지 못했다. 그 아프고 힘겨운 역사는 그렇게 현재의 어둠을 만들었다. 이제 그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광장에 국민은 모여 촛불을 켰다. 그리고 꺼질까 LED와 휴대폰을 동원했고, 누군 가는 횃불도 가지고 나왔다. 그 긴 싸움의 시작은 이제 부터다.
헌재 탄핵 인용과 관련해서는 속단도, 그렇다고 비관도 할 필요는 없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기 전과 후는 너무 다르다. 그렇게 스스로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습득하기 시작한 국민 앞에 헌재 역시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계속 지켜봐야만 한다. 그들은 언제나 잠시 한 눈만 팔아도 국민을 개 돼지라 생각하는 기묘한 두뇌를 가진 악마들이니 말이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을 손석희는 '앵커 브리핑'에서 인용했다. 그가 눈물을 화두로 삼은 것은 명확하다. 박근혜가 흘렸다고 누군가가 전한 '피눈물'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이젠 알 수가 없다. 그동안 보여준 행태를 보면 진실은 그 안에서 존재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탄핵 가결 직후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 국무위원 앞에서는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 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불에 탄 서문시장을 10여 분 거닐고 상인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떠난 박근혜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 역시 사실인지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눈물로 대변되는 박근혜의 전략은 이미 '악어의 눈물'로 정의 된다. 마치 고장 난 로봇의 어느 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불쾌하게 늘어지는 퀴퀴한 기름과 같으니 말이다. 순수를 무척이나 자주 사용하고, 적절하게 눈물 마케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박근혜의 '괴벨스' 적인 대중 선동도 이제는 그 가치를 다했다.
언론학자인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이미 신뢰를 저버린 청와대의 누군가가 전하는 박근혜의 눈물을 그대로 따라 적는 짓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언론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로 본질을 흐리는 홍보 전략에 넘어가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미 2년 전, 결코 무겁지 않았던 눈물을 이미 보지 않았는가. 그 눈물이 진정 무거웠다면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어떻게 설명 되어야 하나. 비록 엎드려 울기까진 아니었더라도 그 눈물이 진정으로 무거운 것이었더라면"
손석희 앵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을 비교하며 '눈물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언급했던 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은 두 눈물 사이 가치는 뭔가를 우리에게 생각하게 한다. 박근혜는 2년 전 세월호 참사에 언론들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여전히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눈물의 가증의 증거이기도 했다.
그 눈물이 진정 무거웠다면 결코 현재의 악어의 눈물은 존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엎드려 울 정도로 중력을 느끼는 눈물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그 눈물이 무거웠다면 현재의 우리는 어쩌면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피눈물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눈물에 중력이라도 존재했다면 말이다.
무게를 측정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김인육 시인은 물리학으로 풀어냈다. 어떤 눈물에는 너무 무거워 엎드려 울 수밖에 없는 눈물이 있다는 신철규 시인의 표현은 그래서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순수를 더럽히고, 눈물을 허무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우린 다시 눈물을 생각해 본다.
엔딩곡으로 선택한 '플라잉 홈'은 영화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OST 중 메인 테마 곡이다. 마지막 곡에 담은 가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담은 이 영화는 뉴스 보도로도 널리 알려졌던 사건이기도 하다.
2009년 1월 15일 US항공 1549편 여객기 사고를 다룬 이 감동 실화의 핵심은 기장의 역할이었다. 이륙한 지 2분 만에 새 때가 엔진에 들어가며 위기는 찾아왔다. 130명의 승객 모두가 숨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장은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했고, 차가운 물 속으로 잠기는 상황에서 조종사는 안전하게 승객을 대피 시켰다.
현장을 지나던 페리 선과 현장에 출동한 뉴욕시 구조 대원들과 해양 경비대는 단 24분 만에 모두를 구해냈다. 마지막까지 승객들이 다 탈출했는지 확인하고 비행기를 빠져나온 설리 기장. 그 감동스러운 영화의 메인 타이틀을 '뉴스룸' 엔딩곡으로 선택한 것은 너무나 명확한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그날 최소한의 역할만 해주었다고 해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대통령은 집무도 하지 않았다. 서면 보고를 받는 사이 청와대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신경 쓰지 않는 일에 스스로도 큰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대통령의 외면을 신호로 '세월호 참사'를 방치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까지 그들은 '세월호 참사'를 마치 죽음의 전염병처럼 취급하고 있다.
'눈물의 중력'과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은 다르지만 동일하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그 무엇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강한 외침이기도 하다. 부정한 권력이 아무리 막으려 한다 해도 진실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촛불은 그렇게 위대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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