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지홍에게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한 것은 자신의 앞에 있는 혜정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깨달음은 결국 앞으로 벌어질 거대한 싸움에서 더욱 강력한 힘이 될 수밖에는 없다.
의료 민영화를 물밑에서 이끌고 있는 남 의원은 VIP 병실에 입원해 갑질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의원이라는 대단한 완장을 차고, 진 원장과 함께 의료 민영화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얻으려는 그에게 세상은 만만할 뿐이다.
VIP 병실에서 희희낙락하던 남 의원이 갑작스럽게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온갖 진상을 당연한 듯 누리는 이 한심한 정치꾼으로 인해 혜정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방송에 나와 화제가 되었던 혜정이 자신은 좋다며 담당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 원장으로서는 남 의원과 한 배를 타고 있는 만큼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고 그럴 능력도 있다. 문제는 혜정이 그렇게 정치적인 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 의원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사고는 결국 <닥터스>의 묵은 과제를 해결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서우에게 수술하는 다섯 시간 동안 남 의원을 관리해달라는 요구는 묵살되고, 그렇게 책임 떠넘기기는 결국 막내인 강수에게 전해졌다. 지독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던 강수는 단순히 잠을 자지 못해 생긴 피로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막연함이 결국 큰 문제를 만들고 말았다.
뇌종양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두통약으로 잠시의 고통만 벗어나고는 했던 강수는 중요한 순간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고 말았다. 심한 두통에 블랙아웃 상태까지 전해지며 남 의원이 쓰러진 후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며 문제를 키우는 이유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고혈압에 의한 상태 악화는 예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진 원장은 이번 기회에 혜정을 내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딸이 일부분 개입되어 있지만 모든 문제를 담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그는 빠른 시간 안에 혜정을 내보내고 싶을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순간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혜정은 걸림돌일 뿐이다. 10년 전 자신의 잘못으로 환자가 숨졌다. 그 환자의 손녀가 바로 혜정이라는 사실을 진 원장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혜정이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며 진 원장도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위험은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혜정의 말처럼 위험은 갑작스럽게 그녀를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엄밀하게 따지게 되면 혜정의 잘못은 거의 없다. 물론 담당의라는 점에서 환자의 상태 변화는 결국 그녀의 몫이 될 수밖에는 없다.
강수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 뇌종양으로 인해 블랙아웃이 된 상황에서 사태는 악화되었고, 결과적으로 그가 좋아하는 혜정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자신의 CT 영상을 지홍에게 보여주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지만 뇌종양이 확실하다는 확신만 하게 되는 강수는 답답하다.
가난한 집안에 의사가 되어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하는 강수는 쓰러질 수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막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데 뇌종양이라니 말도 안 되는 지독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이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는 것은 의사로서 큰 불명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혜정을 바라보며 지홍은 뭐라도 하려한다. 하지만 혜정은 지금이 기회라고 확신한다. 합법적 절차를 외치며 혜정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요청한 진 원장에게 과거 자신의 잘못을 일깨워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혜정은 생각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이사회에 참여하기를 꺼려했던 재벌가 아들인 윤도가 혜정을 위해 합류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물론 그 간격이 너무 짧아 힘들 수도 있지만, 이후 진 원장의 몰락에 윤도가 한 몫 할 수밖에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존재는 뇌종양을 확인한 강수다. 자신의 병을 인정할 수 없어 혼란스러운 그가 징계위원회에 등장해 혜정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의사가 되었다면 돈을 잘 벌 수 있는 과를 선택하면 되었지만, 강수는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신경외과를 선택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병으로 인해 생긴 결과를 외면하고 혜정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만들 가능성은 지극히 적어 보이니 말이다.
혜정이 대단한 것은 이 과정에서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앞으로 향해 나아가기만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러 이유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남의 탓으로만 돌린 채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현실 속 권력을 가진 자들과는 너무 큰 비교가 된다는 점에서 그녀는 반갑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서 진실을 찾으려는 그녀의 행동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정의감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진실은 단순히 개인의 궁금증으로 국한될 수 없다.
개인적인 일에서 시작되었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혜정의 복수는 단순한 복수를 넘어 사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혜정의 행동은 좁게는 억울하게 숨진 할머니 죽음에 대한 진실 찾기이다.
넓게는 국일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함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의사가 아닌 장사꾼이자 정치꾼이기를 바라며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무리들에 맞서 싸우는 이유가 된다. 정치나 사업이 아닌 의사로서 본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의 분노는 결국 우리에게 의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드라마 <닥터스>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는 병원과 의사의 역할이다. 지난 회에도 등장했지만 지홍이 이야기를 했듯 의사와 환자가 공존하는 병원이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정치권과 재벌과 손을 잡고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진 원장이 악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료가 장사가 되는 순간 가난한 서민들은 모두 죽음 앞에 내몰릴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혜정의 이 당당함은 결국 거대해진 부당함에 맞서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단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희생은 결국 다른 많은 이들을 깨우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부당함에 맞서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해 하나가 될 수밖에는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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