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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도망자 14회-이정진의 뜨거운 눈물이 의미하는 것

by 자이미 201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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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를 마친 <도망자>는 커다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지우를 쫓던 형사 도수가 형사를 그만 둔 도망자로 변모했다는 것은 이후 진행 과정 중 중요한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절대 악인 양회장에 맞서기 위해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버린 그는 지우와 함께 그에게 맞설 마지막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마지막을 향한 담금질을 위해 필리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불신의 시대, 떳떳하지 못한 사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가족을 죽인 범인과 손을 잡은 사실을 안 진이는 슬픕니다. 자신이 믿었던 단 한 사람이었던 카이의 배신과 이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진이는 이제는 사랑은 끊었다고 선언합니다. 금괴 대신 찾아간 카이 숙소에서 간신히 목숨은 살려냈지만 이를 통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그와의 관계는 추억은 사라지고 아픈 현실만 남게 되어 힘겹기만 합니다.
14회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도수였습니다. 자신이 믿었던 정의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 상황은 그에게는 절망이었습니다. 증거가 지목한 범죄자 양회장을 경찰서까지 연행했음에도 당당하게 풀려나는 모습을 보며 그가 느낀 울분은 진한 눈물로 드러났습니다. 

지우에게 양회장과 금괴의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간 도수는 양회장를 체포하고 반항하는 보디가드는 현장에 함께했던 김형사를 칼로 찔러버립니다. 가족을 위해 상사에게 굽신거리고 배신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형사는 우리시대 우울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도수를 찾았던 그는 그렇게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자신의 부하마저 희생하며 잡아들인 양회장은 지우가 공헌했듯 취조실에 앉자마자 풀려나게 됩니다. 정의를 위해 살아왔다 자부했던 도수로서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평생을 함께 할 것으로 생각해왔던 경찰직을 그만두고 필리핀으로 건너간 도수로 인해 <도망자>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찾고 있던 금괴를 밀반입해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는 도수. 그동안 철저하게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느껴왔던 국가공무원에 대한 반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은 그에게 쾌락을 추구하게 만들었습니다.   

돈이 인격까지 지배하는 세상에서 엄청난 돈을 손에 쥔 그는 안락함을 즐기지만 한없는 공허함은 그를 더욱 힘겹게 합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 윤형사를 필리핀으로 부릅니다. 애증이 가득한 윤형사를 간신히 달래며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두 보여준 도수는 슬프기만 합니다. 

도수를 감시하던 지우와 진이의 대화에서 그들의 미래가 슬플 수밖에 없음을 감지하게 합니다. 멋진 장면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진이와 달리, 지우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격정적으로 키스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일이면 끝임을 알기에 간절할 수밖에 없다는 지우의 말처럼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담겨있었습니다.

멋진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인과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을 나눠도 허전하고 공허하기만 한 도수와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서기 힘든 지우와 진이의 모습은 본격적인 반격을 위한 숨고르기였습니다.  

도수가 고용한 필리핀 보디가드 중 하나가 블랑카였지요.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장님 나빠요"라면 동남아시아 노동자로 분해 사회를 풍자하던 그가 드라마에 출연해 다시 한 번 "한국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는 대목에서는 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공허한 이유는 꿈에는 현실이 없기 때문이야"
"지금은 돈이 인격까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어"


윤형사가 도수에게 건넨 말과 지우가 진이에게 건넨 저 대사는 14회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꿈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현실은 당연히 공허할 수밖에는 없지요. 꿈을 저당 잡혀 살아가는 청춘들이 항상 공허한 느낌을 가지고 살듯 목표가 사라져 버린 도수는 허전함을 매울 길이 없었습니다.

돈에 대한 어려움 없이 살아 돈에 대한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진이에게 지우는 최소한 돈이라는 것이 인격까지 지배하게 되어버린 세상이라 이야기합니다. 돈이 모든 것의 전부가 된 사회에서 돈 권력보다 위대한 것이 없는 작금의 시대는 인격마저 돈에 저당 잡혀 버린 세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양회장 역시 돈으로 쌓아 올린 권력이라는 탐욕스러운 성에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문지기를 세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악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에 맞서 싸우는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그들이 과연 그 거대한 성을 무너트리고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절대적인 권력을 이용해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며 웃는 양회장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독재자의 모습과 닮아있었습니다. 여전히 그 독재자의 보이지 않는 힘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망자>에 등장한 양회장에 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관계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도망자>의 힘과 재미는 바로 절대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들에 있기에 도수가 경찰직을 버리고 필리핀으로 향한 것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주는 한계를 넘어 절대 악인 양회장에 맞설 수 있는 자유로운 힘을 얻은 그가 다른 이들과 어떤 식의 결합들을 가져가며 이야기를 끌어갈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도덕책에나 등장할 듯한 도수의 정의감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뜨거운 눈물로 대신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떤 방식으로 정의를 찾아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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