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감자탕 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에 사슬을 두르고 버티는 변호사 조들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서민들을 위한 동네 변호사의 활약은 그래서 시원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완벽한 이야기 구조와 형식을 갖춘 드라마는 아니다. 보다 보면 엉성한 느낌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조들호 때문이다.
박신양이 만들어낸 조들호;
재벌들의 동네 상권 장악에 맞서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 그를 응원한다
철거를 하기 위해 온 인부들을 막아서며 할매 감자탕 집을 온 몸으로 사수한 조들호. 그에게 이곳은 특별한 가치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자신이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모든 행복한 순간들이 할매 감자탕 집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해경과 데이트를 하고, 그곳에서 그는 청혼을 하기도 했다. 투박스럽게 가게에 있던 전기밥솥을 동원해 청혼을 하던 패기만 넘쳤던 조들호. 그런 조들호가 너무 좋았던 해경은 그렇게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해서는 부부가 되어 함께 그곳을 찾았고 딸 수빈이를 낳고도 그곳을 다녔다.
건물주의 막무가내 식 횡포로 인해 할매 감자탕 집을 지켜냈던 할머니는 음식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 들호가 아무렇지 않게 엄마라고 부르는 그를 위해서라도 그곳은 지켜야만 했다. 자신의 청춘과 가장 화려하고 행복했던 시절이 그대로 담긴 그곳은 들호에게는 너무 소중한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할매 감자탕 집을 중심으로 근방의 건물들을 사들이는 곳은 대화 하우징이라는 곳이다. 그곳은 정 회장의 셋째 아들 마이클 정이 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그들은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모두 철거하고 그곳에 거대 쇼핑몰을 짓겠다는 복안이라고 한다. 재건축을 시도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지만 들호는 정 회장이 망나니 아들에게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길 위인이 못 된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잘 나가던 검사 조들호가 부랑자가 되어버렸던 이유 역시 정 회장의 일을 돕다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이는 곧 누구보다 정 회장을 잘 알고 파악하고 있는 이가 바로 조들호라는 의미다. 그리고 3년 전 뺑소니 방화 사건의 주범이 정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할매 감자탕 집을 파괴하려는 자가 바로 마이클 정이라는 점에서 들호에게는 분명한 당위성이 존재 한다.
악연을 피할 수 없다는 즐겨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다짐한 들호는 적극적으로 할매 감자탕 집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기 시작한다. 이기기 어려운 명도소송에 나서는 조들호를 상인들도 믿지 않았다. 그들 역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법에 호소를 하기도 했지만 법은 거대한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민들을 위한 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인들은 조들호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그렇다고 바뀔 가능성 없는 도전에 동조할 수도 없었다.
기고만장하고 돈의 힘을 믿고 망나니로 살아가는 마이클 정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들호는 단순하게 그에게 맞선다. 부도덕하고 악랄한 재벌 아들임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옥상에서 쇼를 하는 조들호. 이를 모두 영상으로 담아 공격하는 조들호의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지만 망나니를 상대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기도 했다.
거대한 로펌인 금산의 변호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은조는 사건을 맡으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약자를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된 은조는 약자를 죽이는 강자를 위해 나서는 자신의 현실이 한탄스럽기만 했다. 그런 그녀에게 결심을 하게 만든 것 역시 할매 감자탕 집이었다.
감자탕 집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에 아들은 급하게 병원에 가야했고, 그곳에 있던 은조는 자신이 뒤처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려던 은조는 마이클 정이 보낸 사람들에 의해 갇히고 말았다. 수도가 먼저 끊기도 전기마저 차단된 상태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껴야 했던 은조. 그녀에게 이 공포는 어린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은조의 집도 할매 감자탕 집처럼 건물주의 횡포로 삶의 터전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다.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던 은조에게 이 사건은 그녀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어둠 속에 갇힌 은조를 구하고 그녀를 위해 투박스럽게 약들을 사다주는 들호와는 묘한 기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마이클 정이 영세 사업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이유는 쇼핑몰을 짓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는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높은 세를 받기 위해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드라마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세 상인들의 노력으로 인해 망가진 골목은 살아났다. 그렇게 활성화된 골목으로 인해 관심이 커지자 건물주들은 그곳을 살린 세입자를 강제로 내몰고 그곳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 엄청난 돈을 버는 행위는 수없이 반복되는 갑의 횡포일 뿐이니 말이다.
마이클 정의 횡포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해 배대수와 황애라가 그의 회사에 찾아가 녹음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내 밝혀진 정체로 인해 녹음기도 회수하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지만 이들은 확신할 수 있었다. 동네 상인들을 모아 자초지종을 밝히고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상인들은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상인들에게 할매 감자탕 집 할머니가 보인 배려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감정에 호소한 조들호의 노력은 법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거대 자본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영세 상인들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서며 반전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통쾌하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다. 개연성은 존재하지만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방식이 많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끌리는 것은 실제 우리의 삶 곁에도 조들호 같은 동네 변호사들이 많아지기를 원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재벌들에 의해 장악된 상권. 그곳에서 서민들이 설 자리는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 재벌들만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앞세운 자들에 의해 서민들은 노예나 다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편의점은 악랄한 지배구조로 인해 사장이 알바 생들보다 수익이 낮은 말도 안 되는 구조 속에 희생자를 강요받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비싼 변호사를 쓰면 죄도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서민들은 법에 의해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런 세상에 갑자기 등장한 조들호는 그래서 통쾌하다. 비록 현실에서 볼 수는 없다고 해도 서민들 곁에서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조들호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우리가 조들호에 열광하면 할수록 현실이 얼마나 서글픈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특별한 드라마로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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