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라는 장르에서 이야기의 구성이나 끌어가는 과정은 변화가 불가능한 것인가? 이준을 앞세운 <뱀파이어 탐정>을 보면 국내에서 뱀파이어를 들고 나오면 그 일정한 틀은 무한 반복하듯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추리는 없고 어설픈 흉내만 존재하는 <뱀파이어 탐정>은 문제 역시 다시 작가의 능력으로 귀결된다.
조폭의 과거에도 그 여자는 존재한다;
네 마리의 용에 얽힌 이야기, 그 밋밋한 미스터리가 던지는 민망한 뱀파이어 탐정
유명한 조폭 주목이 죽었다. 그리고 그 병원에 들어선 여자 형사는 그 조폭의 딸이었다. 조폭의 딸이 형사라는 점에서 신기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그저 그런 소재주의의 선택적 사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윤산이 담당하는 사건들이 모두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뱀파이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조폭 두목이 남긴 유언장에는 네 마리의 용이 엉켜있는 모습이다. 그 유언장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형사인 딸은 산이에게 연락한다. 경찰대 선후배 사이인 그들은 그렇게 간만에 만나게 되었고, 비밀번호를 지칭하는 네 마리 용의 의미를 알아내라는 제안을 받는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성장했던 조폭 두목 최태식.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찾은 차이나타운의 흑룡반점에도 용 그림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일을 했던 최태식은 손재주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뛰어난 손재주는 당연히 소문이 나고 조폭들은 그를 고용해 수많은 위조 여권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위조 여권을 만들던 그는 그렇게 서울로 진출했고, 조폭 두목이 되었다. 이런 정보 끝에 산이는 의문의 공격을 받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태식의 유언장을 빼앗으려는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뱀파이어가 된 그가 손쉽게 빼앗길 이유는 없었고, 그곳의 주방장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분증을 위조하며 수많은 외국인들을 구원해준 최태식은 그들에게는 은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산이를 공격했을 것이라는 흑룡 반점 주인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 이유 만으로 공격을 하기는 모호한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최태식의 딸 선영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여자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관계가 기묘했다고 한다. 조폭 두목인 자신의 아버지가 충성을 다하는 여성에 대한 의문은 결국 그 의문의 여성으로 귀결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산이가 담당한 사건들에 모두 등장하는 의문의 여성은 이번에도 최후의 보루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폭 두목의 마지막 유언장에 남겨진 네 마리의 용은 자식이 네 명이라는 단순한 결과였다.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그 네 마리의 용과 세 명의 자녀를 보면서 단박에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민망한 미스터리였다. 충직한 변호사가 바로 최태식의 아들이었고, 인천 차이나타운 시절 자신을 위협하던 조폭을 찔러 죽인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한 결과였다.
태식의 아들은 그렇게 타인의 삶을 살았지만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유지되었다. 열 수 없었던 금고 속 진짜 유언장에는 조폭의 삶을 정리하는 유언이 있었다.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망나니 두 아들을 위한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어 놨다는 조폭.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변호사가 된 아들처럼 자신의 두 아들들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정이었다. 하지만 금고 안에는 다른 신분 위조의 증거도 있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숨진 정유진과 강태우의 사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조직은 그들의 신분을 세탁한 후 자신들의 조직원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예고된 그들의 등장은 여전히 정체를 감추고 있는 요나의 등장과 함께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유진이 산이에게 총을 쏜 이유 역시 그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흑룡파 두목의 두 아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인천 차이나타운 출신의 조폭 두목 아들들이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왜 전라도 사투리를 그렇게 쓰는지 의아하다. 이제는 식상해서 더 사용하지 않는 편견들이 그대로 드러난 이 사투리만으로도 <뱀파이어 탐정>을 쓰는 작가의 한계는 명확하다. 폭력배들은 모두 전라도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이 만든 결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코미디 영화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이마저도 흉내 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저변에 깔린 편견의 주머니는 거대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쉽게 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이미 깨어지기 시작했다.
촘촘하게 엮인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1회 전개가 그나마 기대를 하게 했지만 2, 3회 보여준 이야기의 흐름은 과연 12회까지 과연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동안 OCN에서 방영된 '뱀파이어'이야기의 틀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은 결국 복제 수준의 끼워 넣기로 다가오니 말이다.
이준과 오정세라는 흥미로운 조합을 가지고도 이렇게 밋밋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도 재주다. 장르물의 경우 이야기의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시그널>에 열광했던 이유는 단순히 유명한 스타들이 등장했기 때문은 아니다. 촘촘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와 <뱀파이어 탐정>은 장르물이 쉽게 정착되기 어려운 이유를 증명한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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