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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동백꽃 필 무렵 3, 4회-엉겁결에 연인된 강하늘과 공효진과 숨은 까불이

by 자이미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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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적절하게 이용하며 심각한 이야기마저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달달한 사랑에 끔찍한 연쇄살인이 작은 마을 휘감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는 연기 공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수많은 출연자들의 고유 캐릭터를 만들고 이 관계들을 흥미롭게 엮어내는 것이 곧 작가의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첫 2회 동안 보여준 <동백꽃 필 무렵>은 최근 만들어진 국내 드라마 중 가장 잘 만들어내고 있다. 소시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개인이 품고 있는 평범한 욕망들을 숨김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6년 전 옹산 시장통 끝자락에 자리를 잡은 '까멜리아'는 동네 남성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자신과 관련된 상황이 아니라면 참 좋은 사람들이다. 사람 좋아 보이던 시장통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된 동백이는 자신의 남자들을 빼앗은 나쁜 여자다. 우리 서방 마음을 빼앗은 동백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떡집 아줌마를 보면 상징적으로 그 상황이 잘 그려진다. 젊은 나이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동백이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재영이었다. 동백이 술집만 찾는 남편으로 인해 동백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게장집 찬숙의 행동을 탓했다. 하지만 찬숙의 일이 자신에게 닥치자 완전히 변했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자신의 일로 닥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본성은 동백이의 어린 아들 필구의 태세 전환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락 게임을 좋아하는 필구가 용식이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면 돈독해지는 과정과 뒤이어 닥친 상황은 극단적이다.

 

학원 빼먹고 오락실에서 놀다 딱 걸린 8살 어린 아이가 툭하고 던진 말은 '만원'이었다. 아저씨가 오락하라고 만원이나 동전을 바꿨는데 어떻게 안 하냐는 필구의 행동은 자연스럽다. 긴박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필구다. 자신을 도와줬지만 친밀도가 떨어지는 아저씨를 편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완벽한 선도 악도 존재할 수는 없다. 각각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그런 상충된 감정들이 충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감정을 특징적으로 잘 끄집어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농익은 이야기가 재미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힘은 그래서 강하다.

 

필구의 친 아버지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프로야구 선수 종렬이었다. 누구보다 가족을 가지고 싶었던 동백이는 어린 시절 사귀었던 종렬의 아이를 가졌다. 자신의 아이가 있는지도 몰랐던 종렬은 예능 촬영을 위해 어린 시절 다녔던 옹산 초등학교를 찾았다 동백이를 본다.

 

시기적으로 너무 맞는 동백이의 아들을 보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아들에 대한 궁금증보다 자신을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종렬을 보며 동백이는 실망도 했다. 종렬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자신의 아들을 확인한 후에 보인 그의 행동은 책임회피 외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종렬의 행동이 얄미워 남자가 있다고 툭 던진 말이 어떤 나비효과가 될지 동백이는 알지 못했다. 동백이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했던 용식이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망설이지 않는다. 금사빠에 가까운 행동이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애써 숨기고 싶지 않은 묘한 순진남 용식의 동백이 사랑은 하늘이 돕기 시작했다.

 

우연 같지만 필연적으로 만든 용식의 행동은 동백이 품고 있는 마음속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기차역을 찾은 동백이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하는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철도 공무원이 목적이 아니라, 그가 하는 일 때문이었다.

 

"여전히 남의 글들을 훔쳐 블로그를 채우며 죄의식이라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네이버 블로그 '힘내라 맑은물'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수많은 이들의 글들을 무단으로 채우며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자가 '정의'를 앞세워 개인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남들이 잃은 물건을 찾아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 동백이는 꿈아닌 꿈을 키웠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준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주는 그곳에서 일하고 싶은 동백이의 꿈은 바로 그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 한 번도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동백이는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 대가족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현실은 너무 다르다. 동네 모든 여성들의 공공의 적처럼 되어 버린 자신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던 동백이었다.

 

"용식입니다. 황용식이"라고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용식이는 "우리 쩌거 해요"라는 투박하게 감정을 던지는 용식이는 애인이라는 말은 못 하고 '친구'라자고 한다. 친구라면 언제든 편하게 동백이와 필구를 편들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용식이 품은 동백을 향한 사랑은 그렇게 이미 커져 있었다.

 

친구가 되자마자 손을 잡게 된 상황. 아기 아빠 종렬 앞에서 동백이는 욱하는 마음에 용식이 손을 잡았다. 자신이 했던 남자를 종렬 앞에서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대장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규태까지 용식이 손을 잡은 동백이 모습을 보며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다.

 

"까불지마"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연쇄살인범은 멀리 있지 않았다. 동백이의 술집 '까멜리아'의 테이블 밑에도 "동백이도 까불지만"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그 술집을 찾는 남자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달하고 즐거운 이야기 속에 잔인한 살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첫 주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툭 던져진 불안 요소인 연쇄살인범이 달달해서 너무 행복한 순박한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다는 상황 설정은 <동백꽃 필 무렵>을 더욱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탄탄한 이야기와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가 되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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