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의 제대 후 첫 작품이라는 점과 웹툰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현재까지 작품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영화 제작에 관여한 효과가 이 드라마에 잘 어울려져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묵직한 소재와 주제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역설적으로 너무 사실적인 공포를 극대화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고 있다. 분명 잘 만들었고 흐름도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은 무엇일까? 드라마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다. 이 드라마가 끌어가는 이야기 자체가 불쾌감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장점이자 약점이 되고 있다.
고시생들을 위한 공간에서 시작해 이제는 도시빈민들의 주거지로 전락해가고 있는 고시원. 그곳은 경제적으로 빈궁한 이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은 서로가 적이고 그 공간은 지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의 사생활은 절대 보호될 수 없는 얇은 벽과 좁은 공간은 지옥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환경적 요소만으로도 미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살인집단이라면? 이 가정에서 시작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그래서 보는 이들마저 몸서리를 치게 한다. 자신에게 닥칠 수도 있는 공포는 더욱 두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회 표시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고시원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익숙한 그 공간이 공포의 장소라는 인식은 그래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인정하는 순간 우리 역시 그 지옥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우니 말이다. 이는 극단적 공포심을 이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지만, 심리적 불안과 불쾌감으로 시청 자체를 거부하는 행태로 이끌기도 한다.
"여전히 남의 글들을 훔쳐 블로그를 채우며 죄의식이라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네이버 블로그 '힘내라 맑은물'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수많은 이들의 글들을 무단으로 채우며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자가 '정의'를 앞세워 개인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선배의 도움으로 서울로 올라와 인턴 생활을 하게된 종우가 낡은 고시원에 들어가 겪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두가 타인을 지옥이라 여기는 인물들이다. 아니 인지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지옥이라는 인식이 가득한 존재들이다. 나 이외의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폭발하는 불안정한 인물들은 그래서 불안하다.
주인공인 종우 역시 수시로 그 지독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턴 생활을 하는 선배의 회사 모든 사람들이 짜증을 불러온다. 선배마저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수시로 종우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폭력성을 극대화시킨다. 먼저 취직해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종우 여자 친구인 지은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사의 의도적인 왕따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괴롭히는 자와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면서 애써 외면하며 둘 중 어느 한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불편함을 과감하게 깨트리는 존재는 지구대 순경인 소정화다.
형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정화는 자신이 속한 지구대에서 벌어지는 고양이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다 문제의 '에덴 고시원'으로 연결되었다. 보면 볼수록 기이한 이 고시원을 수사하던 정화는 흥미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고양일 살해로 잡혔던 변득종이 사실은 쌍둥이였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쌍둥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이상했다는 증언과 함께 그들이 수용되어 있던 보육원 원장이 바로 고시원 주인인 복순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에덴 고시원'에 살고 있는 종우와 우연하게 마주친 것은 사건을 풀어가는데 중요한 변곡점처럼 다가왔다.
종우를 통해 실종자가 더 존재하고, 형사도 고시원을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형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휴가라고 하지만 뭔지 모를 이상함을 감지한 정화로 인해 '에덴 고시원' 사람들은 불편함과 함께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이는 흑백을 잘 구분한다. 성인들은 덧씌워진 이미지로 현혹되기 쉽다. 살인집단을 이끄는 문조는 모두가 인정하는 뛰어나는 실력을 가진 치과의사다. 얼굴까지 잘생겨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사고 있지만, 문조가 숨기고 있는 공포를 어떤 아이는 제대로 보기도 한다.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극적 복선이라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일상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쓰였다.
경찰들이 자주 찾는 문조의 치과에서 정화가 '에덴 고시원'을 자주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처리하려는 순간도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물론 익숙한듯 다른 사건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아이의 시선에 이어 주변에 흔한 치과가 주는 공포를 극단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섬뜩함이 더해진다.
고시원 주인인 복순이 길거리에서 도를 믿으라는 여성을 데려와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은 4회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가장 뒤늦게 정체를 드러낸 복순은 왜 문조와 함께 살인집단을 형성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앞서 복순이 어린 시절 당했던 원수를 갚는 과정에서 수면제를 탄 커피를 주인공인 종우가 마시고 쓰러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옆방에서 문조가 작게 뚫린 구멍으로 지켜보고, 복도에는 살인집단의 조직원들인 고시원생들이 모여 먹잇감이 쓰러지기만 기다리는 과정은 극단의 공포를 불러왔다. 밀폐된 공간들이 쌓여 있는 그 답답함에 마치 약을 잘못 먹은 쥐를 구경이라도 하듯 바라보며 완전히 쓰러지기를 바라는 눈빛들이 주는 공포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타인은 지옥이다>는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의 모든 것을 갖췄다. 클리세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는 역으로 극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용이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더욱 키운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싶은 것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그 단순한 반전은 더욱 큰 공포심을 불러온다. 주거 공간인 고시원과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믿음. 가장 친한 사람과 국가기관들에 대한 모든 것이 흔들리는 순간 닥치는 공포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군시절을 통해 예지몽이 아닌 분석하는 꿈을 꾸는 종우는 과연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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