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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드라마의 제왕 17회-통속에 빠진 김명민 버킷리스트, 정려원 사랑만 얻었다

by 자이미 201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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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연장된 <드라마의 제왕>은 통속을 위한 통속에 머물고 말았다는 사실은 아쉬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높은 시청률이 만든 연장이었지만, 현실에서는 후속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연장이었다는 사실은 씁쓸합니다. 시력을 잃고 사랑을 얻는다는 앤서니와 이고은의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입니다. 

 

시력 잃은 앤서니, 이고은과 키스로 되살아날까?

 

 

 

 

 

예고된 비극에 맞서는 앤서니와 이고은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제왕>의 마지막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드라마에 멜로는 필수라는 말을 하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 멜로는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균형을 맞추며 진행된 멜로라면 상관없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한 행보는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시신경 위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절망을 느끼기 시작한 앤서니로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힘겹기만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저주하고 원망했던 어머니의 병을 그대로 이어받은 앤서니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합니다. 원망만 하며 살아야했던 어린 김봉달이 이제는 스스로의 삶을 원망하는 앤서니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이하는 순간 그에게 닥친 절망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기만 합니다. 힘겹게 살아야만 했던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앤서니로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하니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고 그런 사랑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시작했던 앤서니에게 이 상황은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어렵게 드라마 제작에 성공했고, 재벌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제작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앤서니에게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의 인생 가장 화려한 시절을 앞둔 상황에서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손위 쥘 수 있는 순간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행운들은 아무리 다잡으려 해도 모래처럼 빠르게 빠져나가기만 합니다. 깨달음 뒤에 찾아온 절망이라는 점에서 앤서니는 더욱 견디기 힘듭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오직 유아독존 상황에서 절망을 느꼈다면 받아들이기도 쉬웠겠지만, 비로소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깨닫기 시작하는 시점 찾아온 절망은 그래서 힘들기만 합니다.

 

병원을 다시 찾아봐도 앤서니에게 다가오는 것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오진이 아닌 현실이라며 받아들이라는 그들에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력을 잃고 살아가려는 그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만 하는 것은 점자 공부였습니다.

 

점자 공부와 함께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들에게 생활이 가능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앤서니가 시력이 남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만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앤서니의 모습은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자신의 절망 앞에서 좌절보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앤서니의 모습은 분명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앤서니가 해줄 수 있는 한계는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과 함께 했던 이들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앤서니의 모습은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대표적인 만연체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단숨에 읽어낸 앤서니에게 그 책은 그저 단순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이고은을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책 이상의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습니다.

 

자신이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하나 둘 작성하고 실천하던 앤서니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이고은을 잊는 것이었습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앤서니가 마지막까지 해결하기 힘든 것은 바로 고은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앤서니가 홀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하며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던 모습을 눈치 챈 존재는 이고은이었습니다. 앤서니 어머니를 직접 만나고 앤서니의 과거 이야기까지 알고 있었던 고은에게 앤서니의 이상한 행동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못 인쇄된 대본임에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듯 행동한 앤서니가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이상한 느낌은 지난 날 물 컵에 물이 넘치는 상황에서도 인지를 하지 못하고 계속 따르던 앤서니의 모습과 절묘하게 이어지기만 합니다. 앤서니 어머니가 가진 시신경 위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듣기까지 했던 고은으로서는 앤서니의 행동에서 그 징후들을 읽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변화에 그 누구보다 깊게 생각한 고은에게는 남들이 미처 깨닫기 힘든 부분들까지 깨달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앤서니의 방에서 발견 된 점자책과 버킷리스트. 그리고 마지막에 적혀있던 '이고은 잊기'라는 글씨와 그 위에 진하게 새겨진 눈물은 고은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떠나려는 앤서니와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 없는 고은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극적이었습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앤서니마저 사랑스럽다는 고은과 이런 고은을 보며 용기를 내는 앤서니를 통해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됩니다.

 

1%의 희망만 가지고도 충분히 행복해하는 앤서니와 이고은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시력을 되찾거나 제작자로 대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의 제왕>은 성공적인 마무리가 될 듯합니다.

 

앤서니의 버킷리스트가 감동을 주고 이고은과 행복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분명 클라이맥스 일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앤서니가 이고은의 사랑을 얻어 행복을 느끼는 것과 달리, 시청자들에게는 통속에 빠진 <드라마의 제왕>에 실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통속에 빠진 이 드라마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남겨진 이들이 그들의 통속 멜로에 손수건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 없는 감동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긴 <드라마의 제왕>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앤서니와 이고은을 통해 얻어진 사랑의 가치일 것입니다. 드라마 제작 과정의 문제점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극적인 재미까지 추구하는 형식의 성취는 초반을 벗어나며 놓쳐버린 만큼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둘의 사랑이니 말입니다. 용두사미가 된 이 드라마가 마지막 회 어떤 가치를 이야기할지 궁금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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