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잔인한 승자독식 사회입니다. 최종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런 지독한 사회적 구조는 문제가 많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승자독식은 연예계에서도 유감없이 보여 지는 잔인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권해효가 답이다
러브 라인 없이 진행되던 <드라마의 제왕>은 7회 성민아가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앤서니를 사이에 둔 이고은과 성민아의 삼각관계 구도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사랑은 필연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드라마에서 사랑이 빠진다는 것은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러브 라인은 반갑습니다.
최고 주가를 올리는 여배우 성민아를 원하는 감독으로 인해 그녀를 찾아간 앤서니는 좌불안석이기만 합니다. 과거 신인시절 자신이 그녀를 이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팔아 신인배우 성민아를 드라마 성공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앤서니에게 성민아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드라마 성공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일을 가지고 주춤거릴 수 없는 앤서니는 성민아를 찾았고, 여전히 앤서니를 사랑하는 성민아는 아무런 조건 없이 <경성의 아침>에 출연을 결정합니다. 앤서니를 몰락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소속사와는 달리, 앤서니에 대한 사랑이 중요한 성민아에게 이런 결정은 당연했으니 말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성민아 섭외가 완료되자 월드 프로덕션은 환호성을 지릅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강현민과 성민아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상황에서 100억 투자까지 받고, 최고의 감독까지 열정적으로 일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어 보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 순간부터였습니다.
아스팔트 정글이라고 표현했듯, 잔인하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현장의 전쟁은 시작되었으니 말입니다. 신인 작가인 이고은에게 강현민이 보여준 문제는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작가와 배우의 기 싸움은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대립이었습니다.
최고의 여배우이자 3년 만의 복귀 작에 임하는 성민아의 요구는 당연했습니다. 회당 수천만 원의 출연료를 지불하는 배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녀의 발언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배역보다는 연기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이고은의 발언은 모두 옳은 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집이 아닌 건강한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이나 시청자들의 시각에서 최고의 여배우가 2회 마지막 부분에서나 겨우 등장하는 것은 낭비일 수가 있습니다. 아역 배우가 등장하는 형식이라는 다르지만 말입니다. 배역을 줘서 감사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제작사와 상대배우, 작가까지 모두 선택이 가능한 톱스타의 위치에서 이 정도의 문제재기는 당연하니 말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분량을 차지하기 위한 욕심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요구하는 성민아의 발언은 반박하기도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성민아가 이야기 한 '주제의식의 과잉'이라는 지적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신인의 경우 욕심이 과해 과도하게 힘을 초반에 쏟아버림으로 인해, 뒤로 갈수록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성민아의 주장은 당연했습니다.
성민아 상대 배우인 강현민과 기 싸움을 하고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과도하다기보다 배우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리는 행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타고난 집념과 습성으로 자신의 분량을 지키려는 배우들의 본능과 창작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는 작가의 대립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어느 한 쪽으로 흘러가서도 안 되는 이 중요한 균형은 드라마나 영화 등 창작물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말입니다.
투자를 받고 편성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드라마 제작이 끝나는 것이 아닌, 드라마 제작은 끝없는 투쟁과 대립의 순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드라마의 제왕>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앤서니를 둘러싼 성민아와 이고은의 러브 라인이 함께 한다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가치를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8회에서 성민아와 이고은의 자존심 대결이 주를 이루기는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배우들인 강현민과 성민아의 대립각과 함께 앤서니를 공격하는 오진완과 제국 회장의 역습도 흥미롭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일본의 와타나베 그룹에서 10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받은 월드 프로덕션의 앤서니를 무너트리기 위해 제국 회장이 직접 나서 와타나베 그룹과 손을 잡는 과정은 또 다른 위기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단순한 위기를 넘어 드라마 제작이 근본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경험했던 위기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앤서니에게 와타나베가 투자한 100억이 없다면 결코 드라마 제작은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대본 리딩을 앞두고 이고은이 성민아의 제안처럼 수정대본을 만들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게 됩니다. 성민아가 초반 부터 등장하는 것때문에 분노한 강현민이 대본리딩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더욱 방송사 사장과 투자자까지 함께 한 제작 발표회에 그가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며 최악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극적인 등장은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밖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국 회장과 함께 행사장을 나온 와타나베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의 새로운 총수가 된 겐지는 앤서니에게 충격적인 발언을 하고 맙니다. 투자를 철회하겠다며 선 지급된 34억 원을 다음 주까지 입금하라는 최후통첩은 황당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매 회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풀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번 위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와타나베의 투자금이 없으면 드라마 제작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황당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와타나베의 의중이 과연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아들이 겐지의 발언이 과연 와타나베의 의중인지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발언을 해야만 했는지는 다음 주까지 시청자들에게 던져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낚시를 위한 미끼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겐지 역으로 나온 장현성이 매 회 등장하는 카메오라는 사실입니다. 그가 그만큼 극중 존재감이 약하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이 앤서니의 의중을 떠보기 위함이거나 위기관리 능력, 혹은 제국에 대한 한 방을 던지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큰 위기처럼 다가오지만 큰 위기가 아닐 가능성만 높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위기가 매 주 반복되면서 식상함으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좀 더 큰 문제들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위기와 극복은 자칫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패턴으로 1회부터 8회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인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매 회 위기가 찾아오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을 풍자였습니다. 강현민이 음주운전을 속죄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 목욕을 시키는 장면에서 드러난 가식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무리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코스인 이런 봉사활동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의심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시원한 풍자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8회 중요하게 다가왔던 장면은 바로 제작비 관계로 앤서니가 드라마 국장인 남운형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회당 3억이 지원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앤서니는 <경성의 아침>보다 규모도 작고, 성공 가능성도 적은 작품과 비슷한 제작비를 책정한 남 국장에게 분노합니다. 자신들의 작품이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제작비를 책정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앤서니의 주장이 틀리진 않습니다. 승자독식이 가장 치열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최고의 스타들이 등장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보다 집중해 독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상이니 말입니다. 승자독식 사회의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 높은 곳에 모든 것이 몰리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승자만이 그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승과 패가 분명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앤서니의 발언은 당연했지만, 남 국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했습니다. 분명 다른 작품이 <경성의 아침>보다 상품성이 떨어지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만 한다는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승자독식 사회의 폐단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남 국장이 진행하는 방식이니 말입니다. 그저 소위 장사가 될 만한 작품에만 집중되는 투자와 달리, 상업적 성공은 어렵더라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바로 승자독식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니 말입니다.
남 국장과 같은 정신을 가진 이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면 우리 사회가 일방적인 승자독식사회를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승자만이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패자에게도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하는 사회는 이런 실천에서 나올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매 회 풍자를 통해 드라마 제작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의 제왕>은 분명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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