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할 정도로 현실을 직시한 <디어 마이 프렌즈>는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럴 듯한 상황으로 온 가족이 모여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족의 모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판타지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솔직한 우리네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석균의 서러운 눈물;
과장되고 그럴 듯하게 포장된 거짓된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려라
완이는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엄마 동창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싫었던 엄마 동창들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그녀는 그들의 삶 속에서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족들에게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는 충분한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정아는 집을 나선 후 잠에 취해 있다. 평생 처음으로 가장 행복한 잠을 자는 정아는 너무 행복했다. 평생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정아에게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아닌 가족만을 위해 살아야 했던 그녀는 그렇게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었다.
밥솥을 가득 채운 밥과 국들을 보며 며칠 안에 돌아올 것이라 석균은 생각했다. 지금 정아가 하는 행동은 그저 잠시의 일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사를 모시고, 동생들 챙긴 것이 기분 나빠 가출한 아내의 행동이라고 석균은 생각했다.
엄마가 집을 나선 것을 알고 난 후 딸들까지 찾아가 왜 그러냐고 외치지만 변할 것은 없다.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것이 엄마면서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한다. 딸들이 그렇게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다 받아주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도 오히려 자신을 나무라더니 이제 와서 왜 그러냐는 딸들의 외침도 잘못된 것은 없다.
완이는 엄마 동창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한다. 하지만 중구난방인 상황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큰 줄기를 잡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완이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가득한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복잡하기만 한 것은 사실이다.
예쁜 어른으로 포장하면 좋잖아. 책도 잘 팔리고 자식들도 보기 좋고. 완이는 그렇게 자신이 소설을 쓰려는 의도를 보였다. 하지만 희자의 반박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가치를 모두 보이고 있다. 자신이 사는 24시간을 그대로 담으라는 요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야기해달라는 요구였다.
"인생은 안 아름다워. 인생은 자식과 부모 간의 전쟁이야"
중구난방 하던 이야기 속에서 툭 튀어 나온 이 발언은 진실이다. 인생은 막장과 같을 뿐이다. 이모들의 이야기를 듣다 완이가 분노하자 입을 모아 "인생은 막장이야"라고 외치는 그녀들에게는 그게 진실이었다. 재미없는 잔혹 드라마를 왜 자신에게 쓰라고 강요 하냐는 완이는 충격을 받았다.
그게 진실이니까. 그게 사실이니까. 소설을 아름답게 쓰고 싶기만 했던 완이는 그녀들의 진심을 듣는 순간 깨어나기 시작했다. "구질 구질이 어때 그게 인생인데..."라는 넋두리는 그녀들의 삶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었다. 살아보지 못한 삶을 그저 그럴 듯하게 꾸며 인생과는 다른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인생으로 꾸미는 것은 실제가 아닌 환상일 뿐이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살벌한 잔혹동화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그들의 인생을 억지로 꾸며서 예쁘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은 결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렇게 그들의 인생을 왜곡한 채 자식들 세대가 편해지기 위해 꾸미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완이 앞에서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완이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있는 그대로 쓰지 말아달라는 엄마들의 부탁은 그랬다. 서러운 인생 하지만 그럼에도 자식들에 대한 애절함만 가득한 우리네 엄마들의 아픔은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복수가 아닌 그저 맘 편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흑맥주 한 병 마시기 위해 집 나온 정아에게는 그럴 마음도 없었다. 평생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살아왔던 정아가 뒤늦게라도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마음이 욕심으로 치부되는 것부터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복수란 자신보다는 타인의 망가짐에 목적이 있지만 정아의 행동은 자신을 찾기 위함일 뿐이다.
철저하게 자신을 이용만 하려는 교수들에게 충남은 통쾌한 복수를 했다. 도자기를 화채 그릇으로 쓰며 제대로 복수를 했다. 자신의 작품들을 고가에 팔고 대접받는 것에 환호하던 교수들은 충남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충남의 복수는 그렇게 명확했다.
"교수면 뭐하냐. 대가리가 돌이고 눈이 해태인데"
무식하다며 충남을 이용하기에만 여념이 없던 교수들은 정말 멍청하기만 했다. 누구보다 그들의 작품을 잘 알아본 충남은 교수에게 이용을 당하는 듯했지만, 작품 보는 안목이 뛰어났을 뿐이었다. 남들은 교수들에게 이용당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충남은 그들의 작품이 고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석균은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정아가 나간 후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하라고 강요하면서 빈자리를 그렇게 채워내며 돌아올 날들을 기다리지만 좀처럼 정아는 돌아올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한 철로를 홀로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에서 자꾸 본다. 석균의 꿈은 그 역시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의미였다.
정아를 찾아가 윽박지르기도 했고 이혼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정아의 마음은 견고했다. 오히려 이혼 서류를 들고 돌아서야만 했던 석균은 이제는 기차 소리까지 들리는 악몽에 식겁하게 된다. 동생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하고, 정아가 원하는 세계 일주는 아니더라도 일본과 중국 여행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한다.
석균으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냈지만 정아는 전혀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녀가 원한 것은 돈도 여행도 아니다.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정아가 정말 원하는 것은 마음 편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흑맥주 한 잔 마음껏 마시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날 저 아니면 꼼짝 못하게 길들여 놓고선. 우리 엄마처럼 평생 다 해줄 것처럼 해놓고선. 내가, 내가 말이야 그냥 집에 들어오라고 헌게 아니고 내가 이걸 다 줬는데 말이지. 그게 싫댄다. 이까짓 것 쓸데없데. 그러면서 잠만 잔다. 그게 진짜 날 버리고 저 혼자 떠나버렸어"
안개가 자욱한 터널을 벗어난 석균은 성재를 찾아 신세 한탄을 하며 꺼내 놓은 진심은 아프게 다가온다. 어떤 게 좋은 아버지이고 남편인지 누구에게도 배워 본 적이 없었던 석균은 그렇게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 가난한 집의 큰 아들로 태어나 가족들을 책임져야만 했던 석균은 그렇게 일만하며 살아야 했다.
어머니가 동생들 잘 챙기라는 말을 세기며 그들을 위해 살았다. 정아를 만나 자신의 편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과 정아가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달랐다. 자신의 부인은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험한 소리도 하고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석균이 내민 통장과 여행 가이드는 그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평생 동생들을 위해 살아왔던 석균이 그들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한 것은 평생의 신념을 무너트린 것이다. 평생 고맙고 그래서 미안했던 동생들이 그렇게라도 해서라도 형수님 모셔오라며 미안해하는 마음은 곧 정아가 살아온 인생이었다.
남편도 딸들도 남겨진 가족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정아는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엄마로 살아야만 했던 정아에게는 그런 타이틀이 아닌 나 자신이 필요했다. 평생 고생만 하다 끝내 외롭고 서글프게 숨진 엄마를 본 후 정아가 깨달은 것은 최소한 그런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확신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단순히 상황이 주는 감동만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는 그동안 거짓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같은 가족이 아닌 실제 우리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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