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이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내며 드라마의 틀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미래에서 온 형사와 과거의 형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이질감은 첫 만남부터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현명한 경찰로 두 사람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고아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가족사진 의미;
주먹이 앞서는 형사와 과학 수사 맹신하는 형사,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2018년 과학 수사를 이끌던 형사 한태주는 쫓던 연쇄살인범도 놓치고 죽음의 위기에도 처했다. 그렇게 사경을 헤매다 그가 깨어난 곳은 1988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환청과 환각까지 일어나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이 환상이라 생각해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했다.
태주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것은 윤양이라고 불리는 윤나영이었다. 수사관이 되기 위해 경찰이 되었지만 그녀가 하는 일은 커피 타고, 빨래 하는 등 남자 형사들의 뒤치닥 하는 것이 전부다. 당시 여자 경찰이 하는 일이었다. 이런 나영에게 처음으로 경찰임을 확인 시켜준 태주는 그녀에게도 특별한 존재다.
태주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게 경찰서 옥상 난간에 선 태주가 위태롭다. 그런 그를 돕기 위해 나영도 난간에 선다. 그리고 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태주의 손을 잡고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들려주는 장면은 흥미롭다. 태주가 과거로 와서 보는 모든 타자가 환상이라고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심장 박동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것은 변화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영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포기한 태주는 다시 폭력을 앞세운 강동철과 새로운 사건과 마주한다. 목욕탕에서 범인을 쫓는 네 명의 형사들의 모습은 <라이프 온 마스>를 상징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면이다. 과거 영화 <친구>를 패러디하듯 부산에서 펼쳐진 추격전이니 말이다.
범인에게 다양한 죄명을 만들려는 형사들. 오직 폭력이 진실을 말하게 한다는 확신만 가지고 있는 동철의 수사 방식이 싫은 태주는 폭력이 아닌 정당한 수사를 하려 한다. 당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변호사를 선임해 범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한 태주로 인해 범인은 풀려나게 된다.
노인을 잔인하게 폭행한 범인이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붙잡아두려 했던 동철은 답답하기만 했다. 당연히 명확한 증거 없이 범인을 붙잡아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억지 증거라도 만들어 붙잡고 싶었다. 그만큼 확신했기 때문이다.
태주로 인해 풀려난 범인 박병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경찰 식구인 점순의 물건을 훔치고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에 의해 범인은 4명 정도 되며 박병두도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잔인한 폭행으로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인 점순을 보며 태주도 혼란스럽다.
증거도 없이 범인을 무조건 붙잡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수사를 했지만, 범인이 그렇게 빠르게 잔인한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신에게 떡까지 줬던 점순이 잔인한 폭행을 당한 사실을 보고 충격에 빠진 태주. 그런 태주의 수사 방식에 불만 투성이었던 동철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과학 수사와 일정 부분 폭력적인 수사는 양립할 수밖에 없다. 거친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폭력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붙잡은 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는 폭력이 아닌 합리적 방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제대로 적립되지 않았던 1988년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고 다툴 수밖에 없었다.
폭행 당해 누워있는 점순의 사연을 서글프게 읊조린 동철로 인해 누구보다 사건 해결에 집중한 태주. 그렇게 일당을 일망타진하지만, 점순의 슬픈 사연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편과 사별하지도 아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동철의 착한 거짓말이었다.
태주와 동철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다 큰 어른들이 병실에서 음소거하며 싸우는 장면은 결국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폭력 장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태주는 폭력적인 수사 방식에 대해 일부 이해하기 시작했고, 동철은 증거에 입각한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두 사람의 좌충우돌이 결국 <라이프 온 마스>를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두 남자의 티격태격 만으로는 아쉬운 이 드라마에서 윤양 나영의 존재감 넘치는 등장은 너무 반갑다. 심리학 공부를 한 재원이지만, 커피나 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반장의 등장. 그렇게 조금씩 자신이 꿈꾸던 경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녀가 범인을 잡는 과정을 통해 마초 동철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진 한 장 없는 태주로 인해 사진관에 들린 두 사람. 그곳에서 태주는 자신의 가족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찍었던 가족 사진. 어린 시절 촬영했던 그곳에 성인이 된 자신이 와 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태주의 과거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가 왜 다른 시간대도 아닌 1988년으로 와야만 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가족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문제 풀이는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님이 살았던 시대로 온 태주. 그저 우연처럼 그곳으로 왔을 리는 없다.
과거로 온 것 자체도 의혹 투성이 상태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마주한 태주. 그 모든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바로 과거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무슨 사건을 해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아직 보이지 않는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은 바로 자신의 가족사진이었다.
가족사진의 등장은 태주가 1988년에 혼란보다는 실체를 찾기 위해 집중으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왜 자신 앞에 가족사진이 등장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징조다. 의문은 그가 혼란을 접고 집중하게 하는 이유가 되니 말이다. 투박한 두 남자 사이에 시대를 앞서나간 나영의 존재감은 화룡점정이 되었다. 이제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내느냐는 제작진의 몫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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