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국대학병원 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후 그곳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벌 계열사 사장이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으로 들어오며 변화는 시작되었다. 혼란은 결국 모든 것의 실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보 혹은 퇴보를 할 수 있다.
신임 원장 주경문;
대리 수술로 무너진 김태상과 각성 되기 시작한 승효, 상국대학병원은 어떻게 변할까?
상국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은 우리의 민낯이다. 병원 내부의 문제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라이프>는 그렇게 기존 의학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사랑이 아니라 병원 시스템에 대한 고찰이 가득하다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구승효 사장은 성공한 사람이다. 직장인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화정그룹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계열사 사장이 되었다. 오너 일가가 아닌 이가 계열사 사장 자리에 올라선 것도 처음이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구승효는 많은 것을 얻고 누리고 있다.
남들 보기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승효 역시 화정그룹 회장이나 다른 회사 회장과 사장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일 잘하는 병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대 회장이 특별하게 생각했던 승효. 그래서 아들이자 현 회장에게 승효는 애증의 존재다.
내치고 싶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승효를 버릴 수 없다. 그렇게 곁에 두면서도 자신과 비교되는 능력에 멀리하고 싶은 존재가 바로 승효다. 그런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승효는 상국대학병원에 와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완벽하게 만들어진 로봇처럼 그는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에만 특화된 인물이었다.
병원에서도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 수많은 의사들을 제압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된 승효를 의사 집단은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효를 흔들리는 이가 바로 노을이다. 다른 의사와 달리 거부감 없이 구 사장에게 다가가 병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을. 그는 승효를 변화 시키는 주동인물이다.
판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운지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구승효. 화정그룹 회장의 행동과 이로 인해 자신이 어떤 상황들에 몰릴지도 그는 안다. 그런 그가 노을에 의해 조금씩 각성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다. 말 그대로 새로운 판을 짜고 흔들 진짜 인물은 구승효이기 때문이다.
3대 필수 학과를 존치하고 다른 곳에서 돈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한 승효.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하는 그는 노을을 통해 각성 중이다.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승효는 진우를 만났고, 그의 동생 선우와 대면했다. 그리고 그 형제와 노을, 그리고 주경문 교수로 이어지는 전 원장과 친했던 이들의 관계는 향후 상국대학병원, 그리고 화정그룹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뇌관으로 변하게 된다.
승효가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걷는 길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젊은 의사들과 누구보다 환자를 걱정하는 교수. 그들이 가는 길은 그래서 험난하지만 단단하다. 그런 그들과 승효는 많이 닮았다. 선대 회장의 총애를 받은 구 사장과 전 원장이 특별하게 생각했던 이들. 그들의 공통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조용하기만 하던 선우가 폭발했다. 차기 원장을 노리는 가장 유력한 존재인 정형외과 김태상 교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를 확보했다. 최첨단 관절 수술 로봇과 관련된 문제는 모든 것을 흔들었다. 대리수술을 당연하게 여기는 김태상은 그저 자신을 위한 합리화에만 집착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일까지 드러났다. 불편한 몸으로 정형외과 수련의 생활까지 한 선우. 모교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김태상 부원장의 반대로 그는 다른 학교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 교수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고만 들었지 그게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대리수술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김 부원장의 행동은 진실을 밝히는 이유가 되었다.
분노하듯 내뱉는 선우의 날카로운 말들. 비루하게 대리수술에 대한 합리성을 이야기해보지만 김 부원장의 운명은 그렇게 무너지게 되었다. 한 해 5천 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한 전설적인 인물. 대한민국 최고의 정형외과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수가를 올리기 위한 과도한 수술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탐욕스럽기만 했던 김 부원장의 욕망은 그렇게 가장 중요한 순간 선우에게 발목이 잡히며 꺾이고 말았다. 한 번 흔들린 위상은 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리수술로 흔들린 김 부원장은 다른 교수들에게도 공격을 당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동생을 힘들게 한 자가 바로 김 부원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진우가 분노하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하는 상황은 그가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여전히 자신의 곁에는 분신과 같은 건강한 동생 선우가 있다. 상상 속의 친구를 지금까지 두고 있을 정도로 진우에게 선우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노을이 진우를 보면서 "너 꼭 너희 엄마 같다"는 말을 건넨 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억척 같이 하반신 불구인 아들을 의사로 키워낸 엄마.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희생한 엄마. 그런 엄마를 닮은 진우는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동생을 보살피고 있었다.
선우는 노을을 좋아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장애를 가진 자신이 노을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용기를 냈다. 의외로 받아 들여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용기는 선우가 가진 병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죽기 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평범하게 고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그게 선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선우가 그런 용기를 내게 한 것은 "주경문 교수 알아"라는 노을의 질문 때문이었다. 자신의 병을 치료해주는 주 교수. 예씨 형제 일이라면 뭐든 깊게 고민하는 노을은 주 교수의 평범한 행동에서 관계를 찾아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일과 동생에 대한 관심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던 워크홀릭 진우가 최서현 기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진 진우는 사랑하고 있다. 차가운 워크홀릭 승효에게 노을은 독특한 존재다. 날카로운 창으로 무장한 자신에게 거리낌 없이 웃으며 다가오는 이는 노을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진우와 승효가 느끼는 그 감정이 과연 어떤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지점에서 비슷한 삶을 살아왔던 두 남자. 그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미묘하게 불러오는 서현과 노을. 그들의 관계는 그래서 흥미롭다. 이상한 나라로 엘리스를 인도하는 토끼처럼 말이다.
새로운 상국대학병원 원장은 주경문 교수의 몫이 되었다. 예고편을 통해 원장을 공개한 것은 원장이 누가 되느냐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부원장과는 180도 다른 주 교수. 구 사장으로서는 가장 힘든 카운터 파트너일 수밖에 없는 주 교수가 신임 원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일까?
생전 이 원장과 대립각을 세워야 했던 구 사장. 고인이 된 이보훈 원장과 닮은 주경문 교수가 신임 원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하는 구 사장. 그리고 의료진의 기본에 충실하려는 주 교수. 그런 그들이 대립과 반목,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라이프>가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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